(11) 친구 헤르만 하일너: 헤르만은 상상력이 풍부한 문학도입니다. 주인공은 헤르만을 사귐으로써 학교에 대한 입장을 바꾸게 됩니다. 헤르만은 학교 공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사고는 하나의 틀을 벗어나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선생님들은 헤르만의 이러한 태도를 좋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헤르만이 학교를 떠나게 되자 한스는 그와의 관계를 더 이상 지속할 수 없게 됩니다. 그는 헤르만을 통하여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가? 그리고 학교가 사회적 이데올로기를 심화시키기 위해서 학생 개개인의 자유 의지를 압살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하게 됩니다. 헤르만과 한스는 작가의 분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헤르만과 한스의 이니셜은 HH입니다. 이는 헤르만 헤세 Hermann Hesse를 가리키지요.
(12) 수레의 의미는 무엇인가?: 수레바퀴는 작품 속에 언제나 반복되어 나타납니다. 한스는 어린 시절부터 물수레의 바퀴를 조립하곤 하였습니다. 어른들은 물수레 만드는 것을 그저 하나의 장난으로 간주했지요. 물수레를 만드는 일은 공부할 시간을 앗아간다는 것이었습니다. 교장은 주인공에게 언제나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절대로 무기력해지지 마. 멍한 상태에 빠지면, 스스로 파멸하고 말거야.” 여기서 파멸하게 된다는 말은 숙어로서 “unters Rad kommen”으로 표현됩니다.
주인공이 아름다운 처녀, 에마와 조우하게 되었을 때 자신이 마치 바퀴에 달라붙은 채 기어가는 달팽이가 된 것처럼 느낍니다. 주인공이 기계공 수업을 받게 되었을 때 기계의 부품인 톱니바퀴를 생산하게 됩니다. 이때 톱니바퀴는 주인공의 뇌리에 자신의 마음을 내리 누르는, 부정적인 물건으로 투영됩니다. 요약하건대 “수레바퀴 아래서”라는 제목은 주인공 한스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무엇에 대한 객관적 상관물이며, 내용을 고려한다면 “파멸로 향하여”라고 번역되는 게 온당할 것 같습니다.
(13) 친애하는 H, 헤르만 헤세는 작품을 통하여 다음과 같이 1900년 당시의 독일의 학교 체제를 신랄하게 비판하려고 한 게 분명합니다. 학교 체제는 오로지 당국의 필요에 의한 기능적 인간을 키워내려는 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학교는 유능한 사회적 일꾼을 교육시킨다고 대외적으로 공표하지만, 개별적 인간을 언제나 배움의 도구로 전락시키고, 공부하는 기계로 살아갈 것을 종용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무시되는 것은 피교육자의 삶에 있어서의 포부 그리고 갈망입니다. 그렇기에 오로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하게 배우는 비굴한 인간형만이 이러한 권위주의적 학교 체제에서 승리를 구가하게 됩니다.
헤세는 다음과 같이 묘사합니다. “원시림이 사람들에 의해서 깎이고, 벌채되며, 무지막지하게 이용당하듯이, 학교 역시도 자연적인 인간의 고유한 마음을 깎고, 벌채하며 파괴시키는 게 틀림없다.” 아니나 다를까, 헤세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선생은 한 명의 탁월한 재능보다 열 명의 올바른 당나귀들을 선호한다. 왜냐하면 그의 과업은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는 탁월한 정신을 발굴하는 게 아니라, 라틴어 잘 구사하고, 수학 문제 잘 풀며,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유능한 일꾼을 키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선생의 의무는 젊은 아이들의 거친 힘과 자연스러운 욕망을 억누르거나 근절시키고, 그 대신에 국가가 인정하는 조용하고 말 잘 듣는 인간형을 키워내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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