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현대영문헌

서로박: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2)

필자 (匹子) 2022. 5. 25. 11:48

버나드는 문명사회로 돌아와서, 자신의 신청서 그리고 이와 관련된 제반 서류를 인공 센터의 원장에게 보여줍니다. 그런데 원장은 새롭게 드러난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존과 린다의 존재에 대해 몹시 부끄러움을 느끼며, 원장 직에서 물러나고 맙니다. 이로써 원장은 잃어버린 여자 친구 그리고 자신의 아들과 더 이상 대면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린다는 문명사회로 돌아온 다음부터 소마라는 마약을 복용하며, 다시금 허송세월을 보냅니다.

 

그러는 동안 버나드와 헬름홀츠는 뉴멕시코의 원시인들을 돕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그곳을 자주 방문합니다. 존은 예비인간들 사이에서 살아온 경력으로 인하여 알파 인간 사회에서 일약 스타가 됩니다. 버나드 역시 예비인간들을 돌보는 사람으로서 각광을 받는데, 가급적이면 많은 저녁 파티를 개최하고 많은 여자들과 동침하기 위하여 자신의 주어진 신분을 최대한 이용합니다. 대부분의 알파 인간들은 그를 경멸하지만, 야만국의 원시인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휴가 여행 때문에 그를 찾습니다.

 

존은 문명사회의 기적에 감탄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복잡한 규칙에 환멸을 느낍니다. 그가 대인 기피 증세를 보이며, 불평만 터뜨리는 국외자로 전락하게 됩니다. 문제는 존이 레니나에 대한 연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는 데 있었습니다. 레니나는 야만국의 정서와 문명사회의 흔적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존의 존재에 무척 흥미를 느낍니다.

 

그렇지만 그미는 존을 사랑할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레니나는 베타 출신의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존의 사랑 고백을 들었을 때 레니나는 공개적으로 존의 옷을 벗기고 섹스하려고 덤빕니다. 이때 존은 무척 혼란스러움을 느낍니다. 동시에 레니나에 대한 아름다운 사랑의 감정은 산산조각 나버립니다. 자신이 유일하게 애착을 느끼던 여성이 성적 동물에 불과하다고 인지했을 때 존은 서서히 자신을 증오하기 시작합니다.

 

다른 한편 린다는 과도한 마약 복용으로 인하여 죽음 직전의 상태에 처해 있습니다. 어머니를 방문했을 때 존은 놀라운 광경을 목격합니다. 인공 센터의 아이들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린다의 죽어가는 모습에 웃음을 터뜨립니다. 이때 존은 자제력을 상실하고 아이들에게 마구 손찌검하기 시작합니다. 귀가 길에 델타 그룹의 인간들은 병원에서 “소마”라는 마약을 배급받고 있었습니다. 이를 목격한 존은 황급히 그들의 마약을 빼앗아 창문 밖으로 던집니다. 이로 인하여 사람들 사이에 주먹다짐이 오갑니다.

 

델타 그룹에게 마약을 배급하던 알파 인간은 버나드와 헬름홀츠에게 전화를 걸어서 사태를 수습하라고 부탁합니다. 헬름홀츠는 즉시 출동하여 존을 도와주지만, 버나드는 행여나 부상당할까 겁을 먹고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소마 연기를 분무하고 확성기를 사용함으로써 사람들의 흥분을 가라앉힙니다. 존, 버나드 그리고 헬름홀츠는 체포되어 무스타파 몬드에게 끌려갑니다. 버나드와 헬름홀츠는 제각기 아이슬란드 그리고 팔크란드에 있는 인공 센터로 송치됩니다. 존과 무스타파 몬드는 신세계의 장단점에 관해서 논의합니다.

 

신세계의 장점은 사회적 경제적 인정 그리고 과학적 진보에 따른 보편적 행복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신세계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인간으로서의 희로애락의 감정을 지니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존은 다음과 같이 항의합니다. 종교, 예술, 사랑, 자유로운 사고 그리고 이것들과 관련된 정서 등은 신세계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태어난 목적대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만 행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실패, 고통, 짝사랑으로 인한 절망감, 늙음, 때 이른 죽음 등에 관해 아무런 느낌이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존은 신세계로부터 추방당합니다. 마치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 Ovid가 그러했듯이, 존은 어느 고적한 섬의 등대에서 망명생활을 보냅니다.

 

고독한 생활 속에서 존은 누구보다도 레니나를 그리워합니다. 그렇지만 그의 그리움은 실현될 수 없습니다. 설령 그미가 곁에 있다고 하더라도, 레니나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미에게는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존은 마치 구걸수사들이 그러했듯이 채찍으로 자신의 몸을 내리치는 등 고행의 의식을 벌입니다. 과거에 그는 야만국에서 어느 예비인간들이 그러한 제식을 치르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었지요. 델타 인간 한 사람은 존의 상태를 관찰하다가, 존의 기이한 자기 학대의 제식을 상부에 보고합니다. 신문은 존의 고행 그리고 피로 물든 존의 어깨와 잔등에 관한 기사를 싣습니다.

 

문명사회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등대로 몰려와서 존의 기이한 행동을 구경하려고 합니다. 그들 가운데에서 스스로 채찍을 맞겠노라고 자청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헨리와 레니나 역시 헬리콥터를 타고 와서 존의 제식을 지쳐봅니다. 나중에 레니나가 인사치레로 존을 포옹하려고 했을 때, 분노한 존은 채찍을 휘두르며 그미를 공격합니다. 사람들은 존의 공격 성향을 추호도 이해하지 못하며, 마치 원숭이처럼 채찍을 휘두르는 동물 인간을 바라보고 박장대소를 터뜨릴 뿐입니다.

 

존의 행위는 환락과 방종을 위한 전희로 이해될 뿐입니다. 신세계 사람들은 존과 함께 소마를 복용하고 “오르기 포르기” 그룹의 행사를 치릅니다. 존 역시 비몽사몽간에 그들과 노래하고 춤추며 집단혼음의 예식을 치릅니다. 다음날 아침 그가 눈을 떴을 때, 간밤에 자신이 저지른 모든 일들을 기억해냅니다. 씻을 수 없는 수치심에 사로잡혀 그는 목을 매고 자살합니다.

 

헉슬리는 인간적 행복이 문명의 발전과 정반대로 발전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다시 말해서 과학 기술의 진보가 인간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정서적 축복의 감정을 완전히 충족시켜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그것은 인간으로 하여금 감성적 가치, 희로애락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발산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입장은 동시대의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Sigmund Freud가 『문화의 불안 Unbehagen in der Kulter』에서 주장한 내용과 유사합니다. 또 한 가지 놀라운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설령 과학적 진보로 통한 성의 해방이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내적 감정에 도사리고 있는 희로애락의 심리적 콤플렉스의 문제점 역시 모조리 해결될 수는 없다는 게 그 사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