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근대불문헌

서로박: 레티프의 '남쪽 지역의 발견' (4)

필자 (匹子) 2022. 9. 26. 06:54

 

22. 메가페타곤의 가정제도, 이년마다 갱신되는 일부일처제의 결혼: 레티프는 최상의 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두 가지 가정제도, 모두를 용인하고 있습니다. 그 하나는 가부장적 가정제도이며, 다른 하나는 약간 변형된 형태이기는 하지만 플라톤과 캄파넬라의 여성 공동체를 가리킵니다. 이러한 가정 제도는 메가페타곤, 도피네 섬 그리고 크리스틴의 섬에서 제각기 다른 양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첫째로 메가페타곤의 사람들은 원래 여성 공동체를 추종합니다. 여성들은 모두 공동 소유이며, 아이들은 원칙적으로 국가를 자신의 아버지처럼 받들어 모셔야 합니다. 그래도 남자들이 최소한의 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 레티프는 여성 공동체를 다음과 같이 변화시켰습니다. 즉 일부일처제의 결혼은 2년마다 갱신될 수 있습니다. 결혼식은 매년 공동으로 치러지는데, 모든 공화국의 사람들은 이 행사에 참여해야 합니다. 마치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에서 그러하듯이, 결혼하려는 사람은 혼인하기 전에 상대방의 알몸을 보게 됩니다. 남자에게는 재혼의 신청이 허락됩니다. 그렇지만 특별한 예외적 사항이 없는 한 파트너는 2년마다 교체됩니다.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면, 이혼 내지 간통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메가페타곤 사람들은 믿고 있습니다.

 

 

23. 크리스틴의 섬의 가정제도, 일부일처제의 고수: 둘째로 “도피네 섬”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일부일처제를 고수하면서 살아갑니다. 부부 사이에 갈등이 벌어지면, 공화국의 수장은 이를 중재하면서, 가급적이면 서로 화해하라고 권유합니다. 그래도 효력이 없으면, 부부는 이혼하게 됩니다. 이혼한 남녀는 1년 내에 다시 새로운 연인을 만나 함께 살든가, 아니면 재혼할 수 있습니다. (Réstif 1979: 165). 셋째로 크리스틴 섬에서는 상기한 두 가지 제도가 혼합되어 있습니다. 엘리트, 다시 말해서 공동체를 건립한 빅토린 그리고 그의 자손의 경우에는 일부일처제의 결혼생활이 계속 유지되는 반면에, 크리스틴 섬에 거주하는 일반 남자들은 여러 명의 여자를 거느릴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는 플라톤의 국가의 경우와는 정반대되는 규칙이 아닐 수 없습니다. 플라톤의 『국가』의 경우 평민들은 일부일처제를 고수하는 반면에, 사회의 엘리트 계층 사람들은 여러 아내를 거느릴 수 있지 않습니까? 크리스틴의 섬에서 살아가는 모든 가장은 두 명의 여성과 합법적으로 결혼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규칙은 원주민의 여성들과의 성관계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서 크리스틴 섬의 남자들은 얼마든지 원주민 여자들을 섹스 파트너로 맞아들일 수 있습니다. 상기한 규칙은 공화국의 이익과 결부되는 것입니다. 크리스틴의 섬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신속하게 인구를 성장시켜야 그들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24. 가부장적 가정 제도의 확립: 레티프는 가정제도와 관련하여 가부장주의라는 기본적 틀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회적 강요로부터 면제된, 남녀의 사랑의 공동체를 실천하는 일이야 말로 작가의 견해에 의하면 가정적 이상의 핵심이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작가는 “여성은 언제나 남편에게 순종적으로 처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점을 염두에 둘 때 결혼 체제 속에는 계층 사회의 사회적 등급에 해당하는 미묘한 메커니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유토피아 공동체가 사회적으로 조화롭게 영위되려면, 인간관계에서 갈등을 빚는 여러 요소가 처음부터 배제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필요한 조처는 최소한 가부장의 권위가 중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25. 새로운 인간은 어떻게 출현할 수 있는가? 또 한 가지 언급해야 할 사항은 새로운 인간을 위한 작가의 구상입니다. 가령 우리는 메가페타곤의 예를 들 수 있습니다. 이곳의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새로운 인간은 멋진 육체, 평균 이상의 지능 그리고 협동적 태도 등을 견지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인간은 150살까지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레티프는 우생학적인 예를 제시합니다. 이상적인 공동체를 건설한 사람들은 일차적으로 인접한 섬에서 살아가는 기묘한 동물 인간들과 육체적으로 결합하여 혼혈인을 낳아야 한다고 합니다. 이와는 반대로 이곳에 정착한 유럽인들이 그들보다 더 우월한 두뇌를 지니고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원주민들과 결합하여 자식을 낳으면, 그 자식들은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합니다.

 

 

26. 남자들의 정치 참여: 행정 시스템과 관련하여 우리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사항을 언급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이상적 특성을 지닌 공동체의 시스템 그리고 개인주의에 입각한 사회 계약에 관한 사고를 가리킵니다. 레스티프가 다룬 세 개의 유토피아 (도피네 섬, 메가페타곤 그리고 크리스틴의 섬) 속에는 일견 사회 계약의 내용이 도사리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사회의 내외적 사안에 있어서 공동의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서 도피네 섬과 크리스틴의 섬의 규정 속에는 사회 계약의 특성이 담겨 있습니다. 물론 레티프는 사회 계약에 관한 루소의 견해를 대폭 수용하여, 체제로서의 국가 기관에다 커다란 힘을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법의 기관이라든가 강제적 공권력은 레티프의 유토피아에서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습니다. 공화국 체제는 가급적이면 사람들에게 어떠한 명령 내지 강제 규정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40세 이상의 남자들은 공화국의 행정 기관 등에서 맡은 바 임무를 행하게 됩니다. 여성들은 이러한 기회를 처음부터 얻지 못합니다.

 

 

27. 요약: 레티프는 『남쪽 지역의 발견』에서 세 가지 유형의 유토피아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도피네 섬, 크리스틴 섬 그리고 “메타페타곤”이 세 가지 유형의 바람직한 국가의 상을 가리킵니다. 세 가지 유형의 유토피아는 국가주의의 모델들이지만, 국가의 권위와 힘을 가급적 약화시킨 특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들은 사유재산제도를 철폐하고, 시장을 철폐했지만, 물품 교환권으로 기능하는 화폐는 온존하고 있습니다. 세 가지 유형의 더 나은 국가의 모델은 정치적 측면에서 고찰할 때, 가부장주의에 근거하고 있지만, 사랑의 삶의 형태의 측면에서 제각기 조금씩 이질적인 특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일부일처제는 크리스틴 섬에서 부분적으로 드러날 뿐, 나머지 공화국에서는 일부다처의 삶의 방식이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특히 메가페타곤의 가부장들은 2년에 한 번씩 아내를 교체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자유분방한 사랑의 삶의 모든 결정권이 가부장에게만 주어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쨌든 레티프의 더 나은 사회는 가부장주의에 입각한, 인간의 평등을 가장 중시하는 자유로운 삶의 공동체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레티프의 공동체가 남태평양의 다른 지역의 원주민들과 함께 아우른 채 살아가면서 더 나은 혼혈의 인간을 하나의 바람직한 새로운 인간 유형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참고 문헌

 

- Coward, David: The philosophy of Restif de La Bretonne Voltaire Foundation at the Taylor Institution, Oxford 1991.

- Koneffke, Walter: Fiktion und Moral. Die Vermittlung moralischer Normen im Romanwerk des Rétif de la Bretonne am Beispiel des Paysan perverti. Steiner, Stuttgart 1992.

- Réstif de la Bretonne, Nicolas-Edme: Oeuvres complètes, Bd. 1 – 113, Genève 1987/ 1988.

- Réstif de la Bretonne, Nicolas-Edme: La Découverte australe par un Homme-volant. Genève 1979.

- Saage, Richard: Utopische Profile, Bd. 2, Aufklärung und Absolutismus, Münster 2002.

- Sieß, Jürgen: Frauenstimme - Männerschrift. Textrelationen in der Brief- und Romanliteratur des 18. Jahrhunderts. Diderot, Restif, Lespinasse. Igel, Paderborn 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