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북구문헌

서로박: 입센의 들오리 (1)

필자 (匹子) 2021. 4. 10. 09:16

 

 

(1) 병든 사회의 공허함: 친애하는 Y, 다시금 헨릭 입센 (Henrik Ibsen, 1828 - 1906)의 작품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입센은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훌륭한 작품을 많이 남겼습니다. 그럼에도 그의 작품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은 매우 안타깝습니다. 입센이 살았던 시대는 험난하기만 했습니다. 19세기 말에는 자본주의적 이윤추구가 극에 달해 있었으며, 이러한 현상은 유럽 전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가령 사람들은 더 이상 비더마이어의 문화적 풍토에 빠져 있지 않았습니다. 유럽 어디든 간에 태평양, 동양 등을 동경하는 이국적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고, 이는 실내 장식 영역에서도 그대로 반영된 바 있습니다. 입센은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후기 시민사회의 병리현상에 실망하고 이국적인 풍물을 동경하는 사람들의 헛된 심리적 상태를 예리하게 통찰하였습니다. 이러한 심리적 상태는 식민지 동경으로 이어졌습니다. 입센은 “부의 축적에 대한 내적 열망과 이로 인한 심리적 공허 상태에서 어떤 놀라운 병적 징후”를 발견했던 것입니다. 오늘 다룰 작품은 “들오리 (Vildanden)”입니다. 이 작품은 1885년 9월 1일 노르웨이에서 초연되었으며, 1888년 베를린의 레지덴츠 극장에서 처음으로 공연된 바 있습니다.

 

 

 

(2) 주인공은 누구인가?: 그레거스 베를레는 장사로 많은 돈을 번 사람입니다. 어느 날 그는 성대한 만찬을 개최합니다. 이러한 만찬의 모임은 노르웨이의 시골 사회에서는 흔히 개최되곤 하였습니다. 그레거스는 과거에는 장사꾼을 동경하지 않았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이상을 추구하며, 진리에 열광하는 순수하고 야심 많은 젊은이였습니다. 그에게는 학창 시절에 친하게 사귀었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히알마르 에크달이 바로 그 친구였습니다. 에크달은 언제나 공상에 사로잡힌 채 살아가는 젊은이였습니다. 주위 사람들은 그를 무능한 인간으로 취급했습니다. 그러나 에크달은 사진기사로 일하면서 몇 푼의 생활비를 벌어갑니다. 그레거스는 바로 이 친구를 저녁 식사에 초대했는데, 그를 통해서 과거의 끔찍한 갈등이 백일하에 드러나 주인공을 경악하게 만듭니다.

 

 

 

(3) 그레거스 가족 에크달의 가족: 친애하는 Y, 두 집안 사이에는 묘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헤어졌던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되어 무척 기뻐합니다. 그는 에크달과 오랫동안 대화를 나눕니다. 친구는 어느새 기나 한젠이라는 여자와 결혼해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그미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기나는 왕년에 그레거스의 아버지 밑에서 일하던 여자였습니다. 친구를 통해서 아버지가 에크달의 딸, 헤드비히를 경제적으로 돕는다는 놀라운 사실을 접합니다. 대화 도중에 주인공은 친구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낍니다. 왜냐하면 그는 몇 년 전에 에크달의 아버지를 만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에크달의 아버지는 그레거스의 집을 찾아와,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주인공의 아버지에게 협박을 가했습니다. 나중에 그레거스는 어떤 술수를 사용하여 에크달의 아버지의 회사가 망하게 합니다. 말하자면 자신의 아버지를 괴롭힌 데 대한 복수였던 것입니다. 그래도 에크달의 아버지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측은지심 속에는 친구에 대한 정이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에크달의 아버지를 자신의 회사에서 서기로 일하도록 조처합니다.

 

 

 

(4) 헤드비히는 누구의 딸일까?: 친애하는 Y, 호랑이 제 말하면 나타난다고 했는가요?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에크달의 아버지가 일순 모습을 드러내어 다시금 소란을 피우는 게 아니겠습니까? 파티의 분위기는 엉망이 되고 말았습니다. 에크달은 매우 난처하게 생각하며, 분노한 아버지를 두 팔로 안으며 제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레거스는 엉망이 된 파티를 안타깝게 생각하며, 그곳을 떠납니다. 그의 마음속에는 어떤 의문이 솟구치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에크달의 딸, 헤드비히는 자신의 아버지의 씨일까? 아무 이유 없이 아버지가 헤드비히의 양육비를 지불할리 만무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린 그미가 나의 배다른 동생일까? 그러나 이는 다만 추론에 불과합니다. 주인공은 이 가설을 확인하려고 결심합니다.

 

 

 

(5)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이다.: 친애하는 Y, 만약 우리가 타인의 내심을 꿰뚫어볼 수 있다면, 어떨까요? 그러면 우리는 타인의 좋은 생각 나쁜 생각 모든 것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너무나 많은 사실을 접하게 되어, 심리적 고통으로 잠을 못 이룰 것입니다. 그러니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일 수도 있습니다. 그레거스의 경우가 그러했습니다. 주인공은 아버지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서 에크달의 집에 세 들어 살아갑니다. 이로써 에크달의 삶의 비밀은 다시금 백일하에 드러납니다. 에크달의 아내, 기나 한젠은 학교에서 많이 배우지는 않았지만, 영리하고 철저한 여자였습니다. 에크달이 어떤 상상적인 발명품을 만들어내려고 꿈꾸며 사는 동안, 그미는 사진관을 내실 있게 운영해 나갔습니다. 말하자면 꿈과 현실이 에크달의 집에 공존하는 셈이었지요. 게다가 에크달의 집에는 많은 가축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에크달의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종종 사냥을 나가곤 했습니다.

 

 

 

 

 

 

 

연극 들오리의 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