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화 7

(명저 소개) 완강함 속의 부드러움. 홍세화의『결: 거칢에 대하여』

2020년에 간행된 홍세화의 『결: 거칢에 대하여』 (한겨레 출판 2021)는 단순히 시대 비평을 넘어서, 인간 홍세화의 내적 성찰을 진솔하게 담고 있는 책입니다. 작가는 지금까지 프랑스와 한국에서 때로는 노동자로, 때로는 지식인으로 살아왔습니다. 국가보안법 그리고 반공법은 1970년대에 많은 사람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습니다. “남민전”이라는 정치적 사건은 그를 20년 동안 프랑스에서 망명 아닌 망명 생활을 보내게 했습니다. 귀국 후에 홍세화는 자신의 글과 칼럼을 공개했는데, 이는 많은 사람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언젠가 독일의 시인, 볼프 비어만은 서독으로 연주 여행을 떠났는데, 동독은 그의 입국을 거부했습니다. 망명 아닌 망명 작가가 된 그는 다음과 같이 일갈했습니다. “추방당한 자에 대한 차단..

1 알림 (명저) 2024.04.19

홍세화 선생님의 죽음을 애도합니다.

홍세화 선생님이 어제 불귀의 객이 되었습니다. 처음에 필자는 그분의 책을 접하고 많은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나중에는 그분의 인간미 그리고 특권의식 비판에 관한 사자후의 말씀이 나를 깊이 감동시켰습니다. 그분은 공명심이라든가, 명예욕과는 거리가 먼 소탈한 인품의 소유자였고, 계파와 파벌을 형성하지 않는 큰 그릇이었습니다. 가지지 않는 자와 배우지 못한 자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지니고 계셨고, 한반도의 정치와 미래 한국의 방향성을 숙고하는, 고결한 분이었습니다. 삼가 홍세화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남아 있는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평소에 그분이 전해준 뜻을 기억하며 실천하는 일일 것입니다. OTL

1 알림 (명저) 2024.04.19

박설호: "자발적 복종". 번역의 문제점

흔히 번역 행위는 하나의 텍스트를 다른 언어의 텍스트로 옮겨놓는 일을 가리킨다. 그렇지만 원전과 번역 텍스트는 언어의 측면에서 고스란히 겹쳐지지 않는다. 다시 말해 단어, 문장, 문단 그리고 문맥 등은 동일한 의미로 옮겨질 수 없다. 왜냐하면 두 개의 특정한 언어 체계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전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탄생 시점의 시대와 역사의 문화적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 번역 작업에서 고려되어야 하는 첫 번째 사항은 원전의 역사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번역자는 일차적으로 원전에 충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은 “진정한 번역은 관통해서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서 번역자는 순수한 언어를 자기 자신의 매체를 통해서 가장 강력한 ..

32 근대불문헌 2022.11.19

박설호: 기본 소득을 넘어서 기본 의료 보장으로.

1. 대선 유감: 친애하는 P, 지난 대선의 결과는 많은 분을 침울하게 만들었습니다. 선거의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들에 관해서 결과론적으로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가령 안철수 후보가 교활하게 중도에 사퇴하여,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을 조금 올렸다는 점, 심상정 후보가 뻣뻣하게 버티다가 80만 표를 잠식하여 윤 후보가 불과 20만 표의 차이로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는 점 등을 더 이상 거론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유권자의 과반수가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후보자를 지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이재명 후보자가 추구하는 정책 방향이 어느 정도 범위에서 빗나갔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2. 좌우 노선의 정책 차이는 크지 않다.: 한국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이 80% 이상 존재하고,..

2 나의 글 2022.10.22

동양인들의 기이한 옥시덴탈리즘

팔레스티나 출신의 미국 평론가, 에드워드 사이드 (Edward Said, 1937 - 2003)는 1978년에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책을 간행하였습니다. 그는 이 책에서 서구 국가들이 비서구 사회를 지배하고 식민화하는 과정에서 동양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태도를 어떻게 형성하고 확산시켜 왔는가를 분석했습니다. 서구에서 말하는 동양이나 동양적인 것은 사이드에 의하면 서구인들의 편견이 만들어낸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동양은 비합리적이고 열등하며 도덕적으로 타락되었고 이상하지만, 서양은 합리적이고 도덕적이며 성숙하고 정상이라는 식의 인식을 만들어오면서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은 동양에 대한 지배를 정당화해왔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서양 그리고 서양인에 관해서 올바로 알고 있는 것일까요? 서양을 제대로 알기 위..

12 세계 문화 2022.03.12

번역, 이중의 해석학 그리고 학문

1. 재미없는 통역 청취하기 서울 근처의 모 대학에서 학술 대회가 있었다. 우연히 거기에 참석한 나는 독일의 모 대학 교수의 엔지오 (NGO)에 관한 강연을 듣고 있었다. 교수의 강연 자체가 문어체 (文語體) 그리고 복합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통역을 맡은 여성은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열심히 경청하는 데도,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대체로 그미는 맥락을 전해주기 보다는, 단어와 단어를 짜 맞추는 데 급급한 것 같았다. 문장들은 정확하지 않았고, 생경한 단어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렇지만 내가 통역한다고 해도, 그미보다 더 잘하지는 못할 것 같았다. 내용이 나에게 낯선 것이었으니까. (...) 강연 도중에 곁에 앉은 동료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런데 동료는 전..

2 나의 글 2021.06.09

K에게 보내는 편지

10년 전에 쓴 글인데, 지금 읽어도 별반 바뀐 게 없다. 필자의 할 일이 아직도 많은 것 같아 즐겁지만, 세상이 좋은 쪽으로 변화되지 않는 게 나를 슬프게 한다. ................................. 친애하는 K, 당신과 같은 젊은 사람들은 언제나 "어째서 Wozu?" "어디로 향해서 Wohin?"하고 물어야 합니다. "어째서 그러한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이야 말로 삶에서 매우 중요한 물음입니다. 전자는 가장 중요한 사회과학적 질문이며, 후자는 가장 중요한 인문학적 질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째서?"라는 질문은 현재의 현실에 대한 분명한 인식에서 비롯하는 질문입니다. 우리는 안개의 나라, 참으로 요상한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선조들이 청동의 강점을 이해하지..

2 나의 글 2018.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