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히 프리트 (Erich Fried, 1921 - 1988)의 첫 시집에는 시인의 자필 헌사가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예술과 인간성은/ 많은 것을 극복하게 할 것이다-/ 어쩌면../ 런던 1944.” 그러나 이 말은 예술 그리고 휴머니즘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반영하고 있지는 않다. 그것은 오히려 모든 정치적 차별에 대항하여 싸우려는 시인 프리트의 급진적인 도덕주의를 담고 있다. 나아가 상기한 문구는 문학이라는 장르를 하나의 무기로 사용하려는 프리트의 전투적 문학관을 진솔하게 드러낸 것이다. 프리트가 오스트리아에서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을 때, 독일군의 탱크가 그곳을 무력으로 장악한다. 며칠 후 아버지는 게슈타포에 문초 당하다가, 사망한다. 프리트는 이 일이 발생한 직후에 어머니 등과 함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