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식 2

서로박: 하인의 '낯선 연인' (5)

18. 주변 인물들과 가부장적 남성 중심사회 (1): 클라우디아가 분열된 이중적 자아를 지닌 채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까닭은 그미가 구동독이라는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자연스럽고 애틋한 사랑의 삶에 관한 어떠한 구체적 사항도 배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구동독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마르크스 레닌주의를 내세우면서 평등한 삶을 추구해 왔지만, 사회 심리적 측면에서는 자연스러운 사랑의 삶을 추구하려는 남녀들을 전혀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방해해 왔습니다. 오로지 여성에게만 금욕과 순결을 요구하는 가부장적 자기기만은 하나의 이데올로기로서 모든 사회 구성원들에게 피해를 가해 왔습니다. 다른 한편 레닌과 같은 권력을 지닌 남자들은 모든 창녀들을 달콤한 마돈나라고 아름답게 포장하곤 하였습니다. 이에 관해서 클라라 체트..

45 동독문학 2022.05.20

서로박: 하인의 '낯선 연인' (3)

9. 클라우디아의 냉담한 태도: 지금까지 여주인공은 헨리와 교우했지만, 깊이 빠져들기를 거부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미는 스스로 사랑에 빠져 들까봐 두려워합니다. 왜냐하면 사랑은 자신의 자의식을 침해하기 때문입니다. 헨리는 그미에게 친구이자 애인이지만, 낯선 남자에 불과합니다. 비록 정기적으로 그와 만나 동침하지만, 그미는 헨리가 자신의 삶에 개입하는 것을 처음부터 거부합니다. 한마디로 클라우디아는 자신의 고유한 감정에 이끌리지 않으려고 하며, 나아가 남들로부터, 특히 남자들로부터 기만당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를테면 타인에게 따뜻한 정을 주는 것은 결국 자신의 존재 전체를 타인에게 떠맡기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간헐적으로 외로움이 엄습하고, 사랑하는 임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싶은 경우가 없는 것은 아..

45 동독문학 2022.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