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봉암 2

서로박: 만인의 자유와 평등. 3.

4. 블로흐는 시민사회에서의 제반 법학이론이 하나의 권력이데올로기라고 단언하였습니다. 시민주의 문화와 예술은 사회주의 사회에서 부분적으로 계승될 수 있는 훌륭한 성분을 지니고 있는 반면에, 법학의 대부분의 내용은 파기 대상으로 간주되는 까닭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법학이 권력 이데올로기라는 것은 우리의 현실에서도 나타납니다. 젊은이들이 가난한 사람을 돕고, 사회에 봉사하기 위해서 법학을 전공하지만, 나중에 어처구니없게도 법학 전공자라는 선민의식과 신분상의 특권을 획득하게 됩니다. 자고로 힘은 개인보다는 그룹으로, 그룹보다는 국가로 쏠립니다. 인간의 욕망은 권력과 금력의 소용돌이 속으로 향하는 내향적 특성을 지니기 때문이지요. 이와 관련하여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블로흐는 역설적으로 약간의 편향적 자..

27 Bloch 저술 2020.12.03

(단상. 460) 조봉암 선생을 생각하며

번역이 끝나갈 무렵, 신문에는 조봉암 선생의 무죄 확정 소식이 실렸습니다. 선생은 대법원에서 사형 선고를 받고, 처형당했습니다. 사법 살인이 자행된 것이었지요. 당시 나는 코흘리개 아이였습니다. 동아일보를 읽던 아버지가 눈물을 글썽거렸는데, 영문을 몰랐습니다. 어느 날 담임선생님은 초등학교 1학년 통지표에 내가 “통솔력이 없다.”고 적었습니다. 이때 아버지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자유 없는 나라에서 통솔력 없는 것이 다행입니다.” 법학을 전공한 아버지가 어째서 생전에 그토록 루소를 흠모하였는지, 이제야 이해할 것 같습니다.

3 내 단상 2020.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