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설 2

(명시 소개) (4) 아홉 구름 속의 변주곡, 박미소의 "보리암 시편"

너: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어째서 허상이 아름답고, 실상이 초라하게 느껴지는지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허상 속에는 갈망, 즉 미래를 촉구하는 희망이 도사리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두 번째로 정치적 관점에 관해서 말씀해주시지요. 나: 앞에서 박미소 시인은 “그” 그리고 “나”가 살아가는 공간을 적소라고 표현했습니다. 실제로 “좋은 곳에 사는 자는 좋은 삶을 사는 자 bene qui latuit bene vixit”이지요. 이 시구는 오비디우스의 『고독 (Tristia)』에 실려 있습니다. (Y. S. Tsybulnik. Eingängige lateinische Ausdrücke. 2003. S. 113). 시구에는 고통을 감추고 외로운 자신을 위로하려는 흔적이 역력합니다. 너: 세상은 ..

19 한국 문학 2021.12.21

(명시 소개) (1) 아홉 구름 속의 변주곡. 박미소의 "보리암 시편"

나: 최근에 놀라운 명시 한편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박미소 시인의 「보리암 시편」이라는 작품입니다. (박미소 시집: 『푸른 고서를 읽다』 (들꽃세상 2020. 15쪽). 시적 함의가 다양하고 복합적이면, 그럴수록, 작품이 전해주는 감동은 더욱더 증폭되는 법일까요? 너: 무슨 뜻이지요? 나: 주제가 다양하면, 그만큼 작품은 독자에게 폭넓은 심층적 의미를 전해주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시인 한용운, 프란츠 카프카 그리고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문학이 오늘날에도 역사성과 현대성의 관점에서 생생하게 다가오는 까닭은 그만큼 그들의 작품이 여러 가지 주제를 포괄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이지요. 너: 그런가요? 그렇다면「보리암 시편」에도 문학적 주제의 다양성이 담겨 있다는 말씀인데요. 나: 한마디로 인간의 갈망과 관련..

19 한국 문학 2021.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