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끝별 2

(명시 소개) 정끝별의 시, '추파 춥스'

흘러내리는 네 눈의 윙크 흘러내리는 네 어깨의 머리카락 가을 강물을 흔드는 바람아 끈적끈적하잖니 흘러드는 내 귀의 노래 흘러드는 내 손가락 사이의 설탕물 끈적끈적 채웠으니 시절아, 따라갈까 불어갈까 저 입이 움켜진 군침 밀크와 딸기가 섞인 백 개의 강이 흐르고 채워지지 않은 입은 저 둥근 허공을 쪽쪽 빨고 있는데 화공 (畵工)은 어딜 갔다니, 달콤한 혀로 천 개의 침을 찍어 노는 물결 위에 한생을 그리고 그려야 하는데 오, 살랑대는 추파 (秋波) 춥스! 이제 곧 앙상한 겨울 막대만 남을 텐데 가까스로 가을인데 정끝별의 시집 "와락" (창비 2008)에서 봄은 물이고, 여름은 불이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 모든 생명체는 더 이상 먹이 걱정을 하지 않으며, 사랑과 짝짓기에 열중한다. 가을은 바람이고, 겨울..

19 한국 문학 2023.12.05

(명시 소개) 정끝별: 유리병 속에 시를 담는 마음으로

정끝별: 유리병 속에 시를 담는 마음으로 "그래 그때쯤이면 시집은 한 '십여년만'에 내면 좋을 것도 같아...... '여전히'라는 부사를 쓸 수 있었으면 해...... 그래 내가 아꼈던 '섬세'라든가 '통찰'이라든가 '정갈'이라는 말이 정말 제값을 했으면 해...... '조용한 사랑'을 돌아보자는 것도 좋군...... 조금은 식상하기는 하지만 표현 그대로의 '삶의 장면들'과 '사물의 모습'을 놓쳐서는 안 돼...... '깊고 따뜻한 성찰'이라는 말이나 '제 아름다움'이라는 말도 낡았지만 얼마나 소중한 말이란 말인가......" (강은교 외: 유쾌한 시학강의 아인북스 2013, 289쪽에서 인용) 선생님, 잘 아시겠지요? 상처입은 느낌은 즐비하지만, 시구들은 정작 출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시구의 어설픈..

19 한국 문학 2020.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