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봉 2

서로박: 크리스타 볼프의 '남아 있는 것'

어느 봄날 나는 창문 밖을 내다본다. 그들은 다시 거기 서성거리고 있다. 그들은 집 앞에 자동차를 세워 놓고, 창가의 나를 하루 종일 감시한다. 맨 처음 자정이 넘도록 그들은 창밖의 길가에 흰색 차 속에서 끈질기게 나를 감시하고 있다. 다시 아침 9시 경에 다시 창밖을 내다보니, 이번에는 연초록의 차가 정차해 있었다. 하루 종일 글을 쓰고 있는데도 그들은 떠나지 않는다. 기억을 떠올리니, 그들은 지난 해 11월부터 나를 감시하는 것 같다. 당시에 기관원들은 나의 이층 아파트에 침입한 흔적을 남겨놓았다. 전화가 울린다. 과연 그들이 나의 전화를 엿듣고 있을까? 그들은 내가 편지들을 읽기 전에 아마도 모조리 읽었는지 모른다. 친구에게 장문의 편지를 쓰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다. 그들은 나에 관해서 모든 것을 ..

47 Wolf 2024.08.05

서로박: 영화 굿바이 레닌

친애하는 P, 오늘 당신은 『굿바이 레닌』에 관해서 말씀해 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이 작품은 2003년에 발표된 희비극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볼프강 베커 (W. Becker)는 베른트 리히텐베르크 (B. Lichtenberg)의 시나리오 대본을 바탕으로 하여, 이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다니엘 브륄이 주인공, 알렉산더의 역을 맡았으며, 카트린 자스가 어머니, 크리스티아네의 역을 맡았습니다. 영화는 동독지역의 케르너 가족의 체험에 의거하고 있습니다. 미리 말하건대 『굿바이 레닌』은 무엇보다도 배우의 연기 능력이 돋보이는, 비교적 평이한 수준의 영화에 해당합니다. 사건은 1978년 여름에 시작됩니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처자를 구동독에 내버려두고, 서독으로 건너갑니다. 크리스티아네는 아들과 딸 (알렉산더 그..

16 독일 영화 2017.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