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독일 영화

서로박: 영화 굿바이 레닌

필자 (匹子) 2017. 8. 25. 13:48

친애하는 P, 오늘 당신은 『굿바이 레닌』에 관해서 말씀해 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이 작품은 2003년에 발표된 희비극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볼프강 베커 (W. Becker)는 베른트 리히텐베르크 (B. Lichtenberg)의 시나리오 대본을 바탕으로 하여, 이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다니엘 브륄이 주인공, 알렉산더의 역을 맡았으며, 카트린 자스가 어머니, 크리스티아네의 역을 맡았습니다. 영화는 동독지역의 케르너 가족의 체험에 의거하고 있습니다. 미리 말하건대 『굿바이 레닌』은 무엇보다도 배우의 연기 능력이 돋보이는, 비교적 평이한 수준의 영화에 해당합니다.

 

사건은 1978년 여름에 시작됩니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처자를 구동독에 내버려두고, 서독으로 건너갑니다. 크리스티아네는 아들과 딸 (알렉산더 그리고 아리아네를 혼자 키웁니다. 그미는 처음에는 정부의 정책에 열광하지 않았지만, 심한 우울 증세를 떨치고, 사회주의에 적극적으로 참가합니다. 그미의 이러한 태도 변화가 전적으로 자의에 의해서 비롯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당국은 아이들을 빼앗겠다고 협박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크리스티아네의 모든 판단이 가족 그리고 자신의 삶을 도모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장면은 11년 후, 정확하게 말하자면 1989년 10월 7일로 이전됩니다. 말하자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한 달 전의 시점입니다. 주인공의 어머니는 동독 탄생 40년의 기념식에서 표창장 하나를 받게 되었습니다. 시상식으로 향하는 도중에 그미는 데모하는 군중들을 목격합니다. 데모 군중 속에는 자신의 아들 알렉산더가 합류해 있었습니다. 인민 경찰은 곤봉을 휘두르며, 데모하는 사람들을 무력으로 진압합니다. 아들은 경찰에 얻어맞은 뒤에 트럭에 실려 끌려가는 게 아니겠습니까? 크리스티아네는 순간적 충격으로 그 자리에 쓰러집니다. 그미는 혼수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몇 주 후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독일은 이듬해에 촌선을 통해서 통일을 이룩합니다. 동베를린은 이전의 모습을 서서히 상실하고, 서구 자본주의의 분위기로 변화되어갑니다. 케르너의 가족에게도 커다란 변화가 뒤따릅니다. 알렉산더의 회사는 해체되고, 그는 위성 방송사의 대리점 하나를 친구와 함께 경영하게 됩니다. 그밖에 그는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러시아 출신의 여자인 라라를 사랑합니다. 

 

누나인 아리안네 역시 “버거킹”에서 일자리를 얻게 되었으며, 서독 출신의 남자와 사랑에 빠져서 둘째 아이를 임신합니다. 1990년 6월에 알렉산더는 처음으로 라라에게 키스 세례를 퍼붓습니다. 바로 이 시기에 어머니, 크리스티아네가 의식을 되찾습니다. 알렉산더는 어머니를 극진하게 보살핍니다. 친애하는 P, 만약 당신의 어머니가 의식을 잃는다면, 알렉산더만큼 자상하게 그미를 보살필 수 있을까요?

 

크리스티아네는 독일이 통일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그미는 혈액 순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므로, 어쩌면 조그만 흥분에도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될지 모릅니다. 그래서 그미는 어떠한 경우에도 통일된 독일의 현실 변화를 급작스럽게 감지해서는 안 됩니다. 아들 알렉산더는 어머니를 위해서 집을 과거 동독 시절 그대로 꾸밉니다. 그렇지만 어머니로 하여금 동독 시절대로 살게 하는 조처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가령 창문에는 코카 콜라의 광고물이 부착되어 있습니다. 또한 어머니가 좋아하는 물품들, 이를테면 동독 제품인 오이 피클, 모카커피, 붉은 뚜껑의 샴페인은 더 이상 구하기 힘들어 졌습니다. 

 

아들은 어머니를 위해서 오이 피클, 모카 커피, 그리고 샴페인을 어렵사리 구합니다. 그런데 크리스티아네는 한술 더 떠서 아들에게 다음과 같이 부탁합니다. 침대 곁에 TV를 설치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TV를 시청하게 되면 어머니는 분명히 변화된 현실을 알라차릴 것입니다. 그래서 알렉산더는 친구와 함께 “동독 시절의 뉴스”를 촬영, 각색 그리고 더빙하여, 방영하게 합니다. 어머니가 TV를 시청할 때, 자신이 여전히 동독에 살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어느 날 가족들은 어머니의 눈을 감긴 채 여름 별장으로 떠납니다. 그곳에서 크리스티아네는 다음의 사실을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즉 남편이 다른 여자 때문에 서독으로 건너간 게 아니라, 자식들과 함께 서독으로 떠나려고 남편과 계획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외국 여행을 신청하면, 슈타지가 자신의 아들과 딸을 빼앗아갈까 싶어서, 그미는 아무런 조처도 행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자식들을 위해서 크리스티아네는 남편과의 결별을 감내했던 것입니다. 

 

그날 저녁에 어머니는 몸 상태가 갑자기 나빠져서 병원으로 송치되어야 했습니다. 알렉산더는 서 베를린의 반제 근처의 아버지의 집을 찾아내어, 그를 방문합니다. 아버지는 다른 여자와 결혼하여 어린 두 자녀를 두고 있었습니다. 그는 아들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12년 사이에 알렉산더는 어느새 성년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알렉산더는 아버지를 설득하여, 어머니가 죽기 전에 한 번 만나도록 조처합니다.

 

알렉산더는 마지막으로 뉴스를 만들어서 어머니로 하여금 TV를 시청하게 합니다. 이 무렵에 크리스티아네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동서독의 국경이 열리게 되었다는 사실을 비로소 처음으로 접합니다. 라라가 그미에게 모든 사회 변화를 솔직하게 알려주었던 것입니다. 즉 베를린 장벽은 오래 전에 무너졌으며, 아들이 어머니를 위하여 의도적으로 뉴스를 만들어 TV를 시청하게 했다고 말입니다. 크리스티아네는 아들의 노력에 감명을 받았지만, 이를 내색하지 않습니다. 

 

마치 자신이 아무 것도 모르는 것처럼 아들이 만들어온 TV를 시청합니다. 나아가 그미는 아들의 소개로 헤어진 남편과 재회합니다. TV를 시청한 크리스티아네는 3일 후에 사망합니다. 알렉스는 여전히 다음과 같이 믿습니다. 즉 어머니는 비록 죽었지만 사회주의 체제를 신뢰하고 있었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크리스티아네가 신뢰한 것은 어쩌면 사회주의 체제가 아닐지 모릅니다. 그미가 갈구한 것은 자신의 자식들과 이별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일이었습니다.

 

친애하는 P, 이 영화는 동서독에서 커다란 인기를 얻었습니다. 2003년에는 가장 성공을 거둔 독일 영화로 손꼽히기도 했습니다. 독일에서 영화관을 찾은 사람만 해도 600만이 넘었다고 합니다. 2003년 12월 6일에 사람들은 「굿바이 레닌」에게 유럽 영화상을 수여하였습니다. 이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이는 따뜻한 멜로 희극 영화로서 이야기의 결론이 흐릿하다”는 평을 얻었습니다. 실제로 부분적으로 감상적 요소를 담은 게 흠으로 지적될 수 있지만, 우리는 배우들의 연기 능력을 인정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한 가지 흠이라면, 그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즉 동독의 몰락을 마치 레닌과의 작별과 결부시킴으로써, 영화는 모든 사회주의의 노력이 마치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는 인상을 짙게 풍기고 있습니다. 비록 동독이 지구상에서 사라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회주의의 이상 또한 덩달아 사라질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겠습니까? 인간이 자유롭게 그리고 경제적으로 평등하게 살아가게 하려는 인간의 꿈은 어떻게 해서든 부분적이라 하더라도 실현되어야 하니까 말입니다.

 

다음을 클릭하면 영화의 맛보기를 볼 수 있습니다. (2분 3초) 

http://www.youtube.com/watch?v=kbGe403xd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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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 이주봉: 플롯과 캐릭터 관계로 본 영화의 드라마투르기, 긋바이 레닌을 중심으로. in: 독일어문학, 44권 1호, 2009, 139 - 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