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도르노는 루마니아 출신의 노시인의 작품을 읽고 무척 놀라워했다. 시편들은 간결하지만, 주어진 사물과 사건을 냉정하게 묘사하고 있다. 정교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생경한 표현, 그것은 어쩌면 “독일 고전주의의 일그러진 일면” (E. Kanterian)을 보여주는 듯하였다. 고색창연한 것 같으면서도 진부하지도 않고, 투박한 생명력이 곳곳에 배여 있었다. 그런데 시편 가운데에는 「피의 푸가」라는 게 있지 않는가? 시편을 읽으면서 아도르노는 자신의 놀라움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아도르노는 로젠크란츠 부인의 부탁을 이행하겠노라고 구두로 약속한 뒤에, 그녀에게 편지 한 통을 보낸다. 즉 한 가지 조건만 충족시킨다면 남편의 시편의 발표를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는 게 편지의 내용이었다. 한 가지 조건이란 어떠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