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 3

서로박: 이성 국가론.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타자를 이해하려면 자기 자신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취해야 한다.” (장 작 루소) 친애하는 J, 타자를 이해하려면, 타자에 가까이 다가가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을 타자와 무조건 동일시하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비판적 거리감이지요. 이러한 태도를 견지하는 일이야 말로 학문 행위에 가장 중요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자신의 판단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판단하지 말고, 이를 견지하되 타자에 접근하게 되면, 우리는 새로운 무엇을 깨닫고 자신의 태도를 어느 정도의 범위 내에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송두율: 불타는 얼음, 후마니타스 2017, 116쪽 이하.) 윤평중 교수의 책 『극단의 시대에 중심 잡기』 (생각의 나무 2008), 그리고 『국가의 철학. 한반도 현대사..

2 나의 글 2023.09.19

서로박: 헤름린의 저녁 노을

슈테판 헤름린의 산문 "저녁노을"은 1979년에 발표되었다. 작가는 60년대에 거의 시를 쓰지 않고, 주로 산문 등을 썼다. 가령 "소설집 (Erzählungen)", 횔덜린을 소재로 한 방송극,「스카르다넬리 (Scardanelli)」 등이 그것들이다. 헤름린은 "저녁노을" 외에도 「카스베르크」 (1965), 「코르네리우스의 다리」 (1968), 「나의 평화」 (1975) 등을 스케치한 바 있다. "저녁노을"은 참으로 아름다운 산문집이다. 이 책은 총 27개의 단락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시적 제스처를 담고 있다. 여기에는 헤름린의 유년 시절, 30년대 40년대 정치적 사회적 투쟁, 젊은 시절의 꿈과 실망 그리고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젊은이의 희망 등이 차례로 담겨져 있다. 헤름린의 책에는 로베르트 발저 (..

45 동독문학 2020.11.15

서로박: 울리히 샤흐트와 황장엽

1. 대부분 사람은 고유한 체험에 입각하여, 자신의 견해를 설정하곤 합니다. 이러한 견해들은 나름대로의 이유를 지니며, 아울러 주어진 현실적 배경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는 달리 한 인간의 체험은 그의 세계관을 수립하는 데 얼마든지 악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에 관한 예를 당신에게 들려드릴까 합니다. 오늘은 구동독 출신의 작가, 울리히 샤흐트에 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그는 1951년 호에네크에 있는 여성 형무소에서 태어났습니다. 왜냐하면 그의 어머니가 그곳에 수감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22세가 되었을 때 샤흐트는 구동독에 대한 반체제적 선동 혐의로 재차 감옥에 갇혔습니다. 젊은 작가에게 주어진 형량은 7년이었습니다. 3년 동안 감옥 생활을 보낸 그는 1976년 구서독에 “팔렸습니다.” ..

45 동독문학 2014.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