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영중 3

서로박: (3) 도스토옙스키의 '백치'

(앞에서 계속됩니다.) 10. 비극이 발생하다: 므이쉬킨 공작은 나스타시아에게 결혼을 신청합니다. 주인공에게 결혼이란 무소유의 행위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스위스에서 병든 마리를 도와주었듯이, 이번에는 (사랑하는 임의 행복을 위하여 임을 떠나려고 결심하는) 나스타시아를 아무런 조건 없이 돕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소설은 끔찍한 비극으로 끝을 맺습니다. 나스타시아는 주인공과 결혼하기 직전에 로고친에게 향합니다. 경제적 문제 등 이전의 모든 관계를 깨끗하게 매듭지어야만, 공작과 결혼할 수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므이쉬킨 공작 역시 그미를 찾으려고 로고친의 집으로 달려갑니다. 로고친은 거칠고 단순한 사내였습니다. 그는 주인공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배신했다는 이유로 나스타시아에게 향해 칼을 뽑아 듭니..

31 동구러문헌 2024.10.25

박설호: (1) 흙의 권리. 오르플리트 서한집, 서문

“흙은 살림의 자양이고, 핵폐기물은 죽임의 원자재다.” (에티엔 다보도)“흙의 권리는 유한한 생명의 처절함으로, 여성성의 우선권으로, 물질의 중요성으로, 죽음의 소중한 가치로 설명된다.” (필자) 1. 친애하는 M, 언제부터인지 모르나, 미지의 독자, 당신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대의 상처를 내밀하게 전하는 데에는 서간체가 가장 좋을 것 같았습니다. 내가 청년이었을 때, 도스토옙스키의 『가난한 사람들 Бедные люди』 (1844/45)을 읽고, 깊은 감동에 사로잡힌 적이 있었습니다. 비록 찢어지게 가난하지만, 상대방을 깊이 애호하는 마카르 제브시킨 그리고 경제적 이유로 돈 많은 다른 사내를 선택해야 하는 바바라 도브로요브스카 사이의 이별은 참으로 애절한 것이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 ..

2 나의 잡글 2024.06.13

서로박: 자먀찐의 우리들 (3)

12. D-503, 자신이 꼭두각시라는 것을 깨닫다: 갑자기 I-330과 만났던 오래된 집이 수상스럽게 여겨집니다. 그래서 D-503은 어느 날 옷장에 몸을 숨겨서 그 집의 지하로 잠입해봅니다. 그 집의 지하는 알고 보니 지하에서 활동하는, 체제에 반대해서 싸우는 사람들의 은닉장소였습니다. I-330 역시 그들 단체에 속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I-330은 일부러 과학자이자 로켓 기술자 D-503을 야권단체에 포섭하기 위하여 접근했을까요, 아니면 우연의 일치 때문이었을까요? 이에 대한 대답은 어쩌면 부차적이라고 느껴집니다.  주인공에게 중요한 것은 그미의 접근 의도가 아니라, 주어진 권력의 지형도이며, 그미의 구체적인 입장이었습니다. 어느 날 I-330은 투명한 노란색 명주 원피스를 길친 채 당황함을 느..

31 동구러문헌 2022.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