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정 4

서로박: 브레히트의 품위 없는 노파

친애하는 K, 브레히트의 단편 「품위 없는 노파」는 나와도 개인적으로 인연이 깊은 산문 작품입니다. 나는 80년대 초 뮌헨에서 공부할 때 이 산문을 읽고, 과제물을 집필했습니다. 당시에 뮌헨 대학교에서 독문학, 철학 심리학 등을 공부하고 있었는데, 이때 당시에 알베르트 레 Albert Reh, 일명 “노루” 교수의 강의를 들었고, 「품위 없는 노파」에 관한 과제물을 제출했지요. 갓 태어난 내 아기의 울음소리를 피해, 뮌헨 기숙사의 현관의 좁은 공간에서 쪼그린 채 타자기를 두드리던 생각이 납니다.  그때에 썼던 나의 과제물은 2001년에 차봉희 교수님 회갑 논문집에 실렸습니다. 제목은 “Schoro PAK: Didaktische Überlegungen zur Kurzgeschichte B. Brechts ..

46 Brecht 2021.05.15

서로박: 뷔히너의 렌츠

친애하는 J, 위대한 천재 작가는 불과 서너 편의 작품만을 남깁니다. 그럼에도 그것들은 백년이 지난 지금에도 명작으로 읽히곤 합니다. 가령 게오르크 뷔히너 (1813 - 1837)의 단편 「렌츠」가 그러하지요. 이 작품은 1839년에 유작으로 발표되었습니다. 뷔히너는 작품의 제목을 정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신부인 미나 예글레는 1837년 9월에 뷔히너의 복사본을 카를 구츠코 Karl Gutzkow에게 송부했는데, 1839년 1월 『독일 전보 Telegraph für Deutschland』에 “렌츠. 게오르크 뷔히너의 유작.”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습니다. 뷔히너의 동생 루드비히 뷔히너 (1824 - 1899)는 이 원고를 토대로 1850년에 유고집을 간행한 바 있습니다. 오늘날 뷔히너의 친필 원고는 남아..

41 19전독문헌 2019.10.09

서로박: 슐링크의 책 읽어주는 남자 (3)

제 3부: 판결이 내려진 그해 겨울 미하엘은 다른 친구들과 함께 스키 캠프에 초대받습니다. 추위에 둔감한 그는 셔츠 바람으로 돌아다닙니다. 이때 주인공은 감기에 걸리게 되고, 열병을 앓습니다. 친구들은 왜 추위를 타지 않는가? 하고 그에게 묻습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어떤 마비 증세가 온몸을 장악하여 나를 놓아주지 않아.” 이제 대학을 마친 주인공은 사법관 시보로 일합니다. 1968년 학생 운동이 발발하자, 그는 소극적으로 참여합니다.  주인공은 이렇듯 수동적인 태도를 취하며 국가 사회주의에 대한 다른 학생들의 비판적 입장으로부터 거리감을 취합니다. 미하엘은 법관 준비생으로서 서서히 경력을 쌓아갑니다. 왕년에 함께 공부했으며, 스키 여행에 참가하기도 했던 게르트루트와 사귑니다. 그미가 임신..

44 20후독문헌 2019.06.03

서로박: 짧은 만남과 오랜 이별, 첼란과 바흐만 (2)

(앞에서 계속됩니다.) 첼란과 바흐만, 그들은 언제나 헤어져 있는, 그러나 항상 마음속으로 함께 지내는 친구이자, 연인이자, 동료이자 반려였다. 1958년에 두 사람은 우연히 독일의 부퍼탈에서 다시 만납니다. 이때 두 사람의 마음을 격렬하게 스치는 것은 아직 꺼지지 않은 사랑의 훈풍,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바흐만은 지난 6년 동안 마치 재능 있는 집시 여인처럼 살았습니다. 그동안 문학상도 여러 개 받았고, 여성 시인으로서 최고의 영예를 누렸습니다. 첼란은 그동안 지젤과 결혼하여 가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내에게 많은 재산이 있었으므로, 물질적으로 그리고 예술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문턱에서 문턱으로』라는 시집으로 저명한 문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부퍼탈에서 만난 뒤부터 첼란은 그미에게 편지..

9 문학 이야기 2018.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