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커 3

서로박: 유렉 베커의 '권투선수'

친애하는 J, 오늘은 1997년에 암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유렉 베커 (Jurek Becker, 1937 - 1997)의 장편 소설, 『권투선수 Der Boxer』에 관해서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1976년에 발표되었습니다. 베커는 이전의 작품에서 제3제국에서의 유대인 박해 문제 및 그 결과에 관해서 집요하게 추적해 왔습니다. 가령 『거짓말쟁이 야곱 Jakob der Lügner』(1969)은 폴란드에 위치했던 게토의 일상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하면 『권투선수 (Der Boxer)』는 전후 독일에서 살고 있는 과거 강제수용소 간수의 삶을 투영합니다. 나중에 이 문제는 『브론슈타인의 자식들 Bronsteins Kinder』(1986)에서도 유대인의 세대 사이의 갈등이라는 주제로 ..

45 동독문학 2023.05.18

서로박: (1) 유렉 베커의 '브론슈타인의 자식들

1. 들어가는 말 “좋은 곳에 숨어 사는 자는 좋은 삶을 사는 자이다. Bene qui latuit bene vixit.” 이것은 말년의 오비디우스 Ovid가 흑해 망명의 외로움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시구이다. 만일 유렉 베커 Jurek Becker의 아버지, 모르데하이 베커 Mordechai Bekker가 이 구절을 접했다면, 시적 아이러니에 아마도 모골이 송연해짐을 느꼈을 것이다. 대학살에서 살아남은 유대인에게 “좋은 곳”이란 이 세상에 없다. 주위에는 자기 민족에게 총을 들이대던 원수들이 일상인이 되어 살고 있다. 자식 교육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독일에서 계속 살지만, 과거의 기억을 떨치고 어느 정도 자기기만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유렉 베커는 유대인 강제수용소에 갇혀 있던 폴란드 소년, 예르..

45 동독문학 2023.05.17

서로박: 유렉 베커의 브론슈타인의 자식들

친애하는 B, 오늘은 유렉 베커의 소설 『브론슈타인의 자식들』에 관해서 말씀드릴까 합니다. 유렉 베커 (1937 - 1997)는 독문학사에서 특이한 행적을 지닌 작가입니다. 그의 부모는 유대인으로서 어린 시절 유대인 강제수용소에서 살았습니다. 어머니와 그 밖의 다른 유대인들은 가스실에서 처형당하고, 유렉은 힘든 시대에 아버지와 헤어진 채 살아남았습니다. 그의 아버지 막스 베커 (1900 - 1972) 역시 생존하여, 소련 군인들의 도움으로 아들을 찾았습니다. 그때 아버지는 서독 대신에 동독을 생활 근거지로 선택했습니다. 왜냐하면 동독은 반파시즘에 입각하여 건설된 나라라는 것이었습니다. 베커의 아버지는 소용돌이의 한복판이 의외로 안전하다고 믿으면서 동베를린에 정착하였습니다. 그는 아들에게 모국어인 폴란드어..

45 동독문학 2021.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