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설호 9

서로박: (5) 유렉 베커의 '브론슈타인의 자식들'

(앞에서 계속됩니다.) 8. 나오는 말 자아의 고유한 핵심으로 향하는 여행은 얼마나 어려운가? 그것은 마치 “보덴 호수 위의 말달리기 ein Ritt über den Bodensee”처럼 죽음을 각오하는 처절한 자기반성의 과정을 거쳐야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공개적 사죄를 거부하는 자의 얄팍한 자존심은 공개적으로 용서를 구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주인공, 한스 브론슈타인이 아버지의 행위에 대해 심리적으로 저항하는 이유 역시 바로 그 때문이다. 어쩌면 작가는 독자들로 하여금 자기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 주인공의 입장이 되어서 자신을 성찰하도록 의도했는지 모른다. 나아가 자발적 자기반성은 궁극적으로 독일인들뿐만 아니라, 다원화된 사회에 살아가는 모든 인종들에게 공히 유효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다문화 사회에서 ..

45 동독문학 2023.05.17

박설호: "자발적 복종". 번역의 문제점

흔히 번역 행위는 하나의 텍스트를 다른 언어의 텍스트로 옮겨놓는 일을 가리킨다. 그렇지만 원전과 번역 텍스트는 언어의 측면에서 고스란히 겹쳐지지 않는다. 다시 말해 단어, 문장, 문단 그리고 문맥 등은 동일한 의미로 옮겨질 수 없다. 왜냐하면 두 개의 특정한 언어 체계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전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탄생 시점의 시대와 역사의 문화적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 번역 작업에서 고려되어야 하는 첫 번째 사항은 원전의 역사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번역자는 일차적으로 원전에 충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은 “진정한 번역은 관통해서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서 번역자는 순수한 언어를 자기 자신의 매체를 통해서 가장 강력한 ..

32 근대불문헌 2022.11.19

(명시 소개) (4) 아홉 구름 속의 변주곡, 박미소의 "보리암 시편"

너: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어째서 허상이 아름답고, 실상이 초라하게 느껴지는지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허상 속에는 갈망, 즉 미래를 촉구하는 희망이 도사리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두 번째로 정치적 관점에 관해서 말씀해주시지요. 나: 앞에서 박미소 시인은 “그” 그리고 “나”가 살아가는 공간을 적소라고 표현했습니다. 실제로 “좋은 곳에 사는 자는 좋은 삶을 사는 자 bene qui latuit bene vixit”이지요. 이 시구는 오비디우스의 『고독 (Tristia)』에 실려 있습니다. (Y. S. Tsybulnik. Eingängige lateinische Ausdrücke. 2003. S. 113). 시구에는 고통을 감추고 외로운 자신을 위로하려는 흔적이 역력합니다. 너: 세상은 ..

19 한국 문학 2021.12.21

희망의 원리 수정사항 (6)

3034 페이지 단행본 추가 사항 김진: 살고 있는 순간의 어두움, 세종출판사 2001. 김진: 퓌지스와 존재 사유. 자연 철학과 존재론의 문제들, 문예 출판사 2003 김진: 에른스트 블로흐와 희망의 원리, 울산대 출판부 2006. 박설호: 꿈과 저항을 위하여, 에른스트 블로흐 읽기 I, 울력 2011. 박설호 편역: 마르크스, 뮌처, 혹은 악마의 궁둥이, 에른스트 블로흐 읽기 II, 울력 2012. 박설호: 자연법과 유토피아, 에른스트 블로흐 읽기 III, 울력 2014. 장일조: 인간 삶과 해방의 논리, 한길사 1982. 3035페이지 논문 추가 사항: 김진: 에른스트 블로흐와 중국철학, in: 동서 철학 연구, 44집, 2007, (167 - 187). 김진: 에른스트 블로흐와 불교 철학, in:..

27 Bloch 저술 2021.10.28

(저서 소개) 꿈과 저항을 위하여

나의 책 "꿈과 저항을 위하여. 에른스트 블로흐 읽기 1"이 2011년 울력 출판사에 의해서 간행되었습니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글들이 실려 있습니다. 거역과 희망. 확인해본 12 개의 블로흐 테제 에른스트 블로흐의 용어들 블로흐의 유토피아에 관한 반론과 변론 에른스트 블로흐의 철학적 명제 유토피아 에른스트 블로흐의 깨달은 희망, 종교 그리고 유토피아 에른스트 블로흐의 예술적 범주, 예측된 상 갈망에서 실현까지, 설레는 심리 속의 다섯 가지 모티프 차단된 미래, 아직 아닌 존재에 관한 판타지 등등

27 Bloch 저술 2021.06.19

(역서 소개) 에른스트 블로흐: 저항과 반역의 기독교

나의 역서 "저항과 반역의 기독교" (원제목: 기독교 속의 무신론)가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2009년 1월 30일 간행되었습니다. 나는 참으로 힘든 과정을 거쳐 번역을 끝냈습니다. 인문학 전공자가 신학과 철학을 다룬다는 게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이 일은 나에게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문학 전공자는 문학만 공부하고, 철학 전공자는 철학만 공부하고, 신학 전공자는 신학만 공부하면, 학문의 따로 국밥이 각자 정갈하고 맛있을 것 같지만 (엥? ^^) 실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철학자가 문학과 신학을 모르면, 논리적 카테고리에 안주하여 사고의 융통성을 견지하지 못합니다. 문학자가 철학과 신학을 모르면, 가식적 만화경을 바라보는 아이처럼 경박한 상상력과 글솜씨의 유희에 침잠해버립니다. 신학자가 문학과 철학을 모..

1 알림 (명저) 2020.07.27

크리스토프 하인

소설 쓰기는 그야말로 희열과 고통이라는 양극을 오가는 작업이지요. 자신의 예술적 창조의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희열 그리고 매일 끈덕지게 글을 써야 한다는 손가락의 아픔 (도스토예프스키는 펜으로 글을 썼습니다.)을 생각해 보세요. 희열과 아픔 - 작가의 이러한 복잡한 감정은 제 자식을 잉태하는 여자의 기쁨과 괴로움과 비교될 수 있습니다. 창조의 작업은 -마치 출산이 그러하듯이- 그 과정에서 고통을 안겨주지요. 크리스토프 하인은 언젠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호세 오르데카 이 가세트José Ortega y Gasset는 아침에 일어나면 즉시 화장실로 향한다고 한다.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서 그곳으로 가는 게 아니다. 책상으로 가기가 너무너무 싫어서 그렇게 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책상에 앉으면 소설..

9 문학 이야기 2018.04.25

(명저) 에른스트 블로흐: 자연법과 인간의 존엄성

번역서, 에른스트 블로흐의 '자연법과 인간의 존엄성' Naturrecht und menschliche Wuerde이 7월 말에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간행되었습니다. ................. 아래의 글은 출판사의 책 소개의 글입니다. 많은 참고 바랍니다 .............................. 독일 현대 철학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인물이지만 국내에는 충분히 소개되지 못했던 에른스트 블로흐의 역작. 은 인간의 존엄성을 탄압하기도 보호하기도 한 법적 체계의 역사적 변화상을 날카롭고 간명하게 짚어 낸 책으로 한신대학교 독일어문화학부의 박설호 교수가 번역했다. 저자는 라고 묻는 동시에 법철학의 태곳적 원류라고 할 수 있는 자연법의 근원으로 거슬러 오르는 모험을 시도한다. 그 과정에는..

1 알림 (명저) 2011.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