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케 5

서로박: 츠베타예바의 시 "막달레나" (4)

나: 놀라운 지적이로군요. 어쨌든 마리아 막달레나가 던지는 추파는 설렘과 머뭇거림 그리고 엄청나게 커다란 고통을 동반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시인은 남자가 “결함이 많”은 자신을 배척하지 말고, 받아주기를 애타게 기대하고 있어요. 너: 츠베타예바의 연애시는 대체로 기쁨과 희열 대신에 비애의 감정을 강하게 드러내는군요. 사랑의 고통 가운데 가장 처절하고도 안타까운 경우는 예수 그리스도의 시체를 부둥켜안고, 애통해 하는 어머니, 마리아의 모습일지 모릅니다. 나: 네, 아마도 츠베타예바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릴케의「피에타 Pietà」(1912)의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제 내 가슴속으로 고난이 엄습하네. 이름 없는/ 무엇이 가득 찼어. 돌의 내면이 굳어가듯이/ 나도 굳어가네./ 내 마음 얼마나 단단한..

22 외국시 2022.09.25

서로박: 릴케 파스테르나크 츠베타예바

릴케의 초상화 “아무도 펼치지 않았고, 지금도 외면당하는 잡지 속에 먼지 묻은 채 자리하고 있는 아무도 읽지 않는 나의 시구를 위한 마치 묵은 포도주와 같은 나의 시구를 위한 시대는 반드시 도래할 것이다.” (마리나 츠베타예바) 당신은 오늘 수업시간에 릴케에 관해 발표하였습니다.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며, 앞으로의 공부에 도움이 되는 몇 가지 사항을 언급하려고 합니다. 자고로 위대한 예술가들은 대부분 주위로부터 외면당하며 비참하게 살아갑니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불행하게 살아가게 만들까요? 운명의 신이 후세에 나타날 시인의 커다란 명성을 질투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그들이 특정한 시대정신을 예리하게 간파하는 촉수를 지니기 때문일까요? 어쨌든 모든 예술가는 게오르크 뷔히너 Georg Büchner가 말한..

22 외국시 2022.09.18

라이너 마리아 릴케

Macho = 강인한 남자 Softi = 부드러운 남자 릴케는 부드러운 남자의 전형이었습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1875 - 1926)의 사진. Softi 의 전형. (der Macho, der Softi)인 릴케는 우리나라에 잘 소개된 시인입니다. 어머니는 릴케의 누나가 일찍 죽은 뒤에 아들에게 집착하였습니다. 릴케는 처음에는 "René (다시 태어난 자)"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어머니는 르네에게 여자아이의 옷을 입혀 키웠습니다. 그러나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과도한 집착은 릴케에게 엄청난 부담감으로 작용했습니다. 이로 인해서 자립심도, 추진력도 없는 "아름다운 남자"의 습성이 그의 몸에 배이게 됩니다. "말테의 수기"는 우리나라 작가들에게 가장 커다란 감명을 준 소설로 손꼽히는 작품입니다. 이곳은..

9 문학 이야기 2021.09.08

서로박: 소네트 패러디 (1)

다음의 글은 나의 논문 "고상한 소네트에서 조야한 소네트로"의 일부이다. 나: 소네트는 현대인의 사랑과 성을 담기에는 진부한 형식, 다시 말해 헌 부대에 불과하지요. 현대인들이 목숨 건 사랑을 체험하는 경우는 이제 드뭅니다. 사랑을 가로막던 장애물들이 오늘날 거의 철거되었기 때문입니다. 사랑의 비극을 처절하게 노래할 필요성이 사라졌어요. 이에 반해 과거에는 구태의연한 관습, 도덕 그리고 법이 온존하였으므로, 죽음을 각오하는 사랑의 열정은 실제로 출현했고, 이는 소네트를 통해 묘사될 수 있었습니다. 예컨대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의 사랑을 생각해 보세요. 피에르 아벨라르 (1079 - 1142)는 엘로이즈라는 아리따운 처녀의 가정교사로 일했는데, 그들은 활활 타오르는 연정을 주체하지 못하다가, 끝내 살을 섞었습..

22 외국시 2021.09.05

서로박: 중세 소설 장미 이야기

-“오늘 아침 이룬 기쁨이 내 마음 속에 영원히 머문다면 사랑은 진리처럼 언제나 내 가까이 머물고 영원히 떠나 있으리라”- (Hildegart von Bingen) (1) 얼짱 (혹은 몸짱) 그리고 장미: 친애하는 N, 독일의 시인, 릴케 (R. M. Rilke)는 장미를 다음과 같이 노래했습니다.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모든 사람들의 눈앞에서 잠들지 않을 기쁨이여.” 그래, 장미는 꽃 중의 꽃이며, 아름다움의 상징이라고 말합니다. 그밖에 장미는 천국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가령 단테 Dante Aligiri는 신곡에서 천국의 장미를 천국의 완전성으로 비유했습니다. 이 경우 장미는 “신과 인간 사이의 중개물 mediator Dei et hominum”이지요. 그렇지만 모든 꽃들이 그 자체 아름다움..

38 중세 문헌 2020.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