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페브르 3

박설호: 사상의 보석은 여전히 숨어 있다.

1. 나에게 직접 블로흐 사상을 가르쳐준 은사는 없었습니다.  맨 처음 에른스트 블로흐를 처음으로 접한 때는 아마 74년이었습니다. 독재와 민주화의 기운이 태동하여 서로 부딪치던 시기에 어느 친구는 나에게 얇은 책자 한 권을 건네주었습니다. 그것은 박종화 교수님이 번역한 부광석 (브라이덴슈타인)의 인간화 (人間化)였습니다. 기억하건대 외국인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 사회의 분석 내지 신학적 견해 등이 씌어진 것 같습니다. 이 책의 부록에는 놀랍게도 블로흐의 삶과 철학이 간략히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블로흐 철학은 당시에도 미개척의 영역이었습니다. 그러나 나의 지식은 일천하였고, 당시에는 블로흐 사상의 중요성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2.에른스트 블로흐의 희망의 원리를 처음으로 읽기 시작한 때는 그후 십 년 뒤..

2 나의 잡글 2024.11.27

우리가 선호하는 학문 연구의 나쁜 경향

S씨,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나쁜 (?) 학문적 경향은 대체로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첫째로, 난해한 학문입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일수록, 세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사람들은 쉽게 이해되는 것에 대해 코웃음 치며, 이를 경시합니다. 무릇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무엇을 대하게 되면, 그 속에 어떤 사상적 깊이가 내재해 있다고 지레 짐작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떤 알 수 없는 신비로움은 인간으로 하여금 궁금증과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일까요? 그렇기에 사람들은 그 무엇에 대한 본질을 파악하려고 열심히 노력합니다. 그러나 나중에 그 무엇에 대한 본질을 파악하게 되면, 사람들은 실망에 가득 찬 채 중얼거리지요. “아, 내가 이따위 것을 알려고 그렇게 노력했다니.”하고 말입니다. 어쩌면 우리..

2 나의 잡글 2020.11.09

서로박: 메난드로스의 "중재 법정" (1)

1. 메난드로스의 극작품: 고대 그리스의 희극 작가로 알려진 메난드로스 (Menandros, BC. 342 - BC. 291?)의 5막 극작품, 「중재 법정Ἐπιτρέποντες」은 그의 말기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00년 전만 하더라도 이 작품은 유실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프랑스의 고고학자, 조르주 르페브르는 20세기 초에 카이로에서 메난드로스의 파피루스의 문헌을 발견하였습니다. 이때 이 작품 외에도 고대 그리스의 소품이 발굴되었습니다. 르페브르는 말하자면 메난드로스의 작품 가운데 거의 3분의 2가 되는 파피루스 복사 본을 찾아낸 것입니다. 지금까지 이 작품은 메난드로스의 희극작품「까다로운 인간Dyskolos」과 함께 유실된 것으로 알려진 바 있었습니다. 물론 르페브르가 발견한 파피루스..

37 고대 문헌 2018.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