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렌마트 4

서로박: 브레히트의 '갈릴레이의 삶' (2)

(앞에서 계속됩니다.) 10. 천체 물리학 연구의 위험성: 그런데 문제는 다음의 사실에 있었습니다. 이성에 대한 신념 내지 대단한 학문적 열정은 역설적으로 주인공의 정치적 감각을 무디게 만든다는 사실 말입니다. 갈릴레이는 보다 많은 수입 때문에 베네치아 공화국을 떠나, 피렌체로 거주지를 옮깁니다. 갈릴레이는 수학자였습니다. 그러나 수학의 원리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고 학문에 몰두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래서 그는 응용학문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그것은 천체물리학으로의 방향 전환이었습니다. 가끔 물 펌프를 생산하고 망원경을 제조하여, 그게 자신의 발명이라고 공언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세요. 그런데 갈릴레이는 천체 물리학의 연구가 궁극적으로 체제의 전복을 낳게 되는 뜨거운 감자라는 사실을 사전에 간파하지 못..

46 Brecht 2023.02.20

서로박: 뒤렌마트의 물리학자들

1. 뒤렌마트의 희비극: 스위스 출신의 극작가,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Fr. Dürrenmatt, 1921 - 1990)의 2막으로 이루어진 희극 작품, 「물리학자들 Die Physiker」은 1961년에 발표, 1962년에 취리히에서 초연되었습니다. 이 작품의 제 2고는 1980년에 개작되어, 전집에 실렸습니다. 작품은 세계를 필연적으로 위협하는 현대 핵물리학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극작품은 여배우, 테레제 기제 (Th. Giese)에게 헌정되었는데, 전통적 극작품의 형식에 해당하는 장소, 시간 그리고 행위의 일치성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이 작품은 뒤렌마트의 희비극의 특성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희비극Tragikomödie”이란 다음과 같이 설명될 수 있습니다. 희비극의 작품..

44 20후독문헌 2021.09.04

서로박: 뒤렌마트의 '노부인의 방문'

인간의 심리란 참으로 얄궂습니다. 예컨대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라는 속담을 생각해 보세요. 이것은 하나의 심리적 투사로서, 모든 화풀이가 여기에 속합니다. 인간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스스로 다치지 않으려는 방어기제가 마음속에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재미있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만약 심리적 피해자는 -억울하게 당했든 그렇지 않든 간에- 심리적 투사라는 방어기제 등을 통해서 자신의 감정을 승화시키지 않게 되면, 그는 자신에게 심리적 상처를 입힌 자에게 반드시 나중에 복수하고 만다는 사실입니다. 가령 「코끼리와 재단사 Der Elefant und der Schneider」의 동화를 생각해 보세요. 코끼리도 그럴진대 하물며 인간의 복수심은 오죽하겠습니까? 복수심은 앙심으로..

44 20후독문헌 2019.10.11

서로박: 뒤렌마트의 미시시피씨의 결혼

친애하는 J, 오늘날의 세상은 참으로 복잡하고 예측하기 힘듭니다. 세계는 우연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고, 역사적 발전은 인간이 의도한 바와는 전혀 무관하게 진척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과거의 현인들은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 얼마나 열정적으로 기도하고, 그리고 얼마나 강렬하게 사회 유토피아를 꿈꾸었던가요? 그러나 세계는 마르크스 이후의 지식인들이 갈구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습니다. 비관적 회의주의를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는 에른스트 블로흐가 그토록 안타까워했던, “세계의 간파될 수 없는 특성 (Undurchschaubarkeit der Welt)”을 지적하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세계는 한울 나라 내지 자유의 나라와는 정 반대의 방향으로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

44 20후독문헌 2019.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