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 49

서로박: (2) 라이히 금지된 유희와 허용된 굴레

9. 성격갑옷, 물리적 심리치료로서의 식물 치료: 라이히의 물리적 심리 치료는 식물에게 나타나는 생장의 흐름에 관한 오스트리아의 병리학자 프리드리히 크라우스의 이론을 계승한 것입니다. 인간은 누구든 간에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합니다. 이로 인하여 생겨나게 되는 것이 인간 심리의 성격 갑옷입니다. 마치 소라가 외부의 위험과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고동을 자신의 갑옷으로 사용하듯이, 인간 역시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성격 갑옷을 착용합니다. 대부분의 환자는 노이로제를 앓든 정신분열증을 앓든 간에 이러한 성격 갑옷을 착용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심리적 방어를 위한 신드롬과 관계됩니다. 그렇다면 심리적 방어 신드롬은 어떻게 치유될 수 있을까요? 이것은 “무성 생식asex..

5 사회심리론 2023.05.31

서로박: (1) 라이히 금지된 유희와 허용된 굴레

“여기서 빌헬름 라이히는 하나의 범례일 뿐이다.” (필자) “나의 딸이여, 인간의 삶에서 사랑은 가장 귀중하고도 값진 일이다. 남녀의 사랑이 그렇게 고귀할진대 어찌 처녀성만을 최상의 가치로 여기며 살아가는가? 수단으로써 사람을 사귀는 게 아니라면, 몇 번이고 구애받지 말고 몸과 마음을 열어젖혀라. 다만 네가 사랑하는 남자는 돈과 권력을 무기로 삼는 소인배가 아니어야 하느니라.” (천승세: 딸에게 주는 글) 1. 순교자인가, 패륜아인가: 이 장에서 중요한 것은 라이히의 삶의 행적 내지 생애 자체가 아니라, 이데올로기로 기능하는 성도덕의 문제점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라이히의 삶과 학문을 통해서 가장 사적이고 개인적인 사랑의 삶이 근본적으로 가장 정치적으로 기능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빌헬름 라..

5 사회심리론 2023.05.31

(단상. 571) 나누어라 그리고 지배하라

"나누어라 그리고 지배하라!Divide et impera"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은 루이 14세라고 한다. 그는 "나누어라 그리고 지배하라. Diviser pour régner"하고 말하곤 하였는데, 나중에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이 말을 인용하였다. 모든 것을 구분하는 것은 남성적 시각적 요소론적인 사고에서 유래한 것이다. (윤노빈) 무언가를 정복하려는 자는 눈으로 대상을 깔본다. 그리고는 이 대상을 구분하고 분할한다. 대상을 구분한다는 것 자체가 그 대상을 소유하고 정복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구분하고 분할하는 것은 악마의 소행이다.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을 구분하고, 이간질하며 서로 싸우게 만드는 자는 사악한 의도를 지니고 있다. 호모 아만스는 이러한 구분을 처음부터 배격한다. 성을 남..

3 내 단상 2023.05.30

박설호: (5) 새로운 물질 이론 그 의미와 방향

(앞에서 계속됩니다.) 7. 나오는 말 새로운 물질 이론의 잠정적 결론은 다음과 같이 요약됩니다. 첫째로 아직도 물질의 윤곽, 다시 말해서 물질의 경계가 명확하게 간파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물질 이론은 원칙적으로 객체의 경계를 거부합니다. 왜냐면 물질은 고정된 명사적 고체라기보다는, 자력(自力)에 의해서 유동하는 동사적 에너지로 파악되기 때문입니다. 가령 바라드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모든 사물은 그 주위에 하나의 선을 지니지 않는다. 선은 인간의 심리적 구상의 상에만 그어져 있을 뿐이다.“ 아닌 게 아니라 양자 물리학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고체성이 아니라, 파장의 움직임이라고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해러웨이는 이른바 ”회절diffraction“이라는 물리적 현상에 주목합니다. 물질이 아..

2 나의 글 2023.05.29

우도 린덴베르크: 한 가운데에서

우도 린덴베르트는 독일을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이며, 가수입니다. 그가 최근에 발표한 곡 "한 가운데에서 Mittendrin"는 코로나19의 시대에 경제적으로 힘든 삶을 보내고, 심리적으로 코로나 우울증 (Corona Blue)을 앓는 동시대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나, 서로박은 그의 노래를 번역해 보았으니 즐겨 감상해보시기 바랍니다.ㅎㅎ Udo Lindenberg - Mittendrin (Offizielles Musikvideo) Udo Lindenberg - Mittendrin (Offizielles Musikvideo) - YouTube 오 그건 오랜만의 화끈한 등장이었어. 솜브레로 모자를 걸친 채 내 재킷의 먼지를 털면서, 동료들에게 인사를 건넸어. 너희를 위하여 데킬라, 늙는 것을..

8 Lindenberg 2023.05.29

박설호: (4) 새로운 물질 이론 그 의미와 방향

(앞에서 계속됩니다.) 5. 표상주의에 대한 비판 일부 물질 이론가들은 페미니즘 운동의 방향성에 관해서 열렬한 토론을 벌였는데, 논의의 쟁점은 무엇보다도 자연과학의 연구 방법론 그리고 학문적 객관성에 대한 비판이었습니다. 가령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는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후기 구조주의의 접근 방식에 관해서 논평하고, 1990년 이래로 제기된 객관성의 개념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였습니다. 버틀러의 ”젠더 수행성 이론“은 무엇보다도 인간의 일방적인 인식론적 사유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성Sex“이란 버틀러에 의하면 인간의 사회적 수행성에 의해 구조화되어 있는데, 이러한 수행성은 물질에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왜냐면 물질에 대한 이해는 인간의 관점과는 다른, 어떤 생명체 내지는..

2 나의 글 2023.05.27

(명시 소개) (2) 의로운 작가에 대한 기억. 박태일의 시 「두 딸을 앞세우고」

(앞에서 계속됩니다.) 살아 한 번도 집을 지니지 못한 일이 무슨 자랑이라는 눈빛이시지만 일찍부터 너른 마당에 고방에 그대 한 커다란 집이었느니 밀양 사람 다 알지 밀양 땅 좁아 밀양강 줄기는 다시 한 번 용두목에서 꺾였던 것을 밀양강 없이 살아온 그대 밀양이 언제 기억했던가 그래 그대마저 그대를 기억했던가 세월 흘렀다고 시절 흘렀다고 이제는 늙어 희어 고요히 입 다무시나 먼 산 돌길 단풍단풍 구르는 날 두 딸을 앞세우고 찬찬히 찬찬 걷는 그대 뒤 따르면 영남루 대바람 소리 가슴을 찬다. 너: 박태일 시인의 문체에는 조금이라도 가식적인 면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나: 시집 『옥비의 달』의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대신에 시적 상상 내지 주제상의 심층성은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고 할까요? 시인이 과연 언..

19 한국 문학 2023.05.26

(명시 소개) (1) 의로운 작가에 대한 기억. 박태일의 시 「두 딸을 앞세우고」

너: 시인, 고은의 『만인보 (万人譜)』에는 다음과 같은 시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 4월 19일이면/ 해마다/ 그들을 추모하는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 무덤 저만치/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무덤 다섯/ 무연고 묘지/ 누구의 자식일지 모를/ 그 혁명의 거리에서/ 쓰러진/ 이름 없는 젊은이의 무덤 다섯// 바로 그 무덤 속의 젊은이를/ 그의 양자로 삼아/ 해마다/ 향과 초/ 떡과 소주를 가지고 와/ 제사지내는 사람이 있다// 표문태 (...)” 나: 네. 고은의 시구를 읽으면, 표문태가 어떠한 인물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민주화 운동의 영웅들을 혼자 기리는 분이 바로 작가 표문태 (1914 - 2007)였습니다, 쉰에 가까운 그에게는 20대의 다섯 청년들은 아들과 다름이 없..

19 한국 문학 2023.05.26

박설호: (3) 새로운 물질 이론 그 의미와 방향

(앞에서 계속됩니다.) 4. 물질에 관한 이론적 구상 물질은 존재이자 에너지입니다. 물론 물질은 ”다양체“(그레엄 하먼) 내지는 ”하이브리드“(라투르)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들?)은 어쩌면 내부 작용을 통해서, 이를테면 양자역학의 방식으로 유동하는 게 틀림없습니다. 물질에 하나의 틀 내지는 윤곽이 있다는 가설은 인간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기준에 불과합니다. 다시 말해 점, 선, 면 등으로 구성되는 삼차원의 공간은 인간이 상상해낸 편견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드러나는 것은 물질의 내부를 관통하고 횡단하는 기이한 특성입니다. 물질의 모든 운동은 무엇보다도 우연에 의해서 우발적으로 진행됩니다. 토머스 네일은 물질의 유동성을 ”방행적pedatic“이고, ”우연에 의존하는stochastic“ 무엇으로 ..

2 나의 글 2023.05.25

박설호: (2) 새로운 물질 이론 그 의미와 방향

(앞에서 계속됩니다.) 새로운 물질 이론은 철학과 자연과학의 영역에서 나타난 물질 이해를 비판적 역사적 시각에서 재론하면서, 이로부터 거리감을 취합니다. 그렇지만 과거의 유물론과 새로운 물질 이론의 공통점은 부분적으로 존재합니다. 가령 주체는 이제는 핵심이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인간의 의식과 지각은 외부 세계와 상호작용으로 이해될 뿐, 더 이상 독자적 우월성을 획득하지 못한다.” 새로운 물질 이론은 –그 의향에 있어서 역사적 유물론과 대조적으로- 인식의 과정에서 인간을 주변의 존재로 향해 분산 내지는 해체하려고 합니다. 이에 반해 과거에 나타난 변증법적 유물론은 정치적 의향을 중시함으로써 지상의 천국, 다시 말해서 인간의 해방이라는 놀라운 잠재력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과거의 물질 이론은 ..

2 나의 글 2023.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