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비유인지 모르지만, 비행기 사고는 대부분의 경우 이륙 시보다는 착륙 시에 발생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치정살인극은 두 연인의 만남의 시기에 발생하는 것도 아니며, 함께 하는 시기에도 발생하지 않는다. 끔찍한 비극은 거의 89 퍼센트 이상의 경우 이별의 순간에 돌발적으로 출현하곤 한다.
어느 날 호모 아만스는 사랑하는 임의 태도가 냉담하게 변해 있다는 것을 감지한다. 그렇다고 함부로 남의 품안에 안겨 있는 임을 상상할 수는 없다. 그것은 극도의 고통을 안겨줄 테니까. 차라리 이러한 상상을 떨쳐버리는 게 오히려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
그런데 어느 날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다. 임이 “나”에게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고한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가 “나”를 더 이상 만나지 않으려 한다면, “나”는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 조바심을 느끼며 임에게 마음속의 극진한 사랑을 전해도, 아무런 효과도 없으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한동안 몹시 견디기 힘들겠지만 사랑하는 임을 놓아주어야 한다. 말하기는 쉽고 행동하기는 어렵다. 어쩌면 집착 Obsession을 떨치지 못하기 때문에 출현하는 것이 치정 살인극일지 모른다.
사랑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임을 차지하는 게 아니라, 임의 행복을 비는 마음이다. 사랑하는 임은 호모 아만스에게는 사적인 소유물이 아니다. 인간 동물은 누구를 차지할 수도, 누구에 의해서 소유당할 수도 없다. 사랑은 그토록 순수하고 강렬하지만, 임을 나의 소유라고 단정하는 순간, 누구든 비극의 나락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된다.
사랑 속으로 향하는 자는, 그 속에서 목숨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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