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J, 오늘은 괴테의 고전극 「타우리스의 이피게니에」에 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1779년에 탈고되었지만, 이후에도 1787년까지 무려 네 차례나 수정을 거듭한 것입니다. 작품은 “약강격Jambus”을 활용한 운문 고전극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제 4 원고에서는 고전주의 드라마에 합당한 “자유 무운격 Blank-vers”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작품은 여러 번의 개작을 거쳐서 1779년 4월 6일에 에터스부르크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습니다. 괴테는 극중 인물 오레스테스 역을 밭아서 직접 배우로서 열연하기도 했습니다. 유명한 의사로 활약한 크리스토프 빌헬름 후페란트 (Chr. W. Hufeland, 1762 – 1836)는 등장인물 오레스테스를 떠올리면서, 물리적인 힘과 정신적인 역량을 갖춘, 완전하고 고결한 인간성을 접할 수 있었다고 술회했습니다.
괴테는 에우리피데스의 극 「타우리스의 이피게니에」에 활용된 바 있는 합창을 과감하게 생략했고, 대신에 등장인물들의 대화 그리고 독백의 장면을 새롭게 도입하였습니다. 이로써 작가는 인간이 힘든 삶에 작용하는 것은 신의 추상적 의도가 아니라, 인간의 자유와 결단 그리고 능동적 행위라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은 무엇보다도 여주인공의 의향 그리고 그미의 고결한 결단을 통해 역동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 밖에 괴테는 (에우리피데스 극의) 신비로운 주위 배경을 바꾸어, 극 중의 현실성을 극대화함으로써, 인간사에서 중요한 것은 신의 권능이라기보다는, 전쟁으로 인한 주어진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인간의 영향력이라는 사실을 과감하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작품의 원전으로 작용하는 것은 에우리피데스의 「타우리스의 이피게니에」입니다. 괴테의 작품은 17세기에 유럽 전역에서 공연되었으며, 오페라 등의 형식으로 상연되곤 하였습니다. 에우리피데스에 의하면 타우리스 섬에 머물게 된 이피게니에는 남동생, 오레스테스에 의해 구출되고 있지만, 괴테는 그렇게 묘사하지 않았습니다. 이피게니에는 스스로 타우리스 왕, 토아스를 감복시켜서, 그로부터 그리스로의 귀환을 허락받고 있습니다. 괴테가 다른 이피게니에의 역정은 문예학자 한스로베르트 야우스에 의하면 “여주인공이 원죄 내지는 미성숙의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려는 해방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며, 이 사실이 「타우리스의 이피게니에」가 독일 고전의 핵심적 작품임을 증명해준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피게니에는 자신의 처지를 새롭게 성찰함으로써, 더 나은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었으며, 주어진 정황 속에서 가장 현명한 판단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아가멤논은 항해를 위하여 딸, 이피게니에를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바치려고 합니다. 이로써 그미는 신의 제물이 될 위기에 직면합니다. 그러나 그미는 망망대해에서 아폴로 신의 도움으로 타우리스 섬에서 목숨을 부지합니다. 이곳의 왕, 토아스는 이방인 여자를 살려줍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처녀는 고결한 마음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토아스는 그미가 자신의 신붓감으로 적격이라고 여깁니다. 특히 최근에 외아들이 요절했으므로, 하루속히 결혼식을 올려, 후사를 거느리려고 했던 것입니다. 이로써 그는 “모든 이방인은 신의 제물이 되어야 한다.”는 타우리스 섬의 계명마저 어기고 맙니다. 그러나 이피게니에는 왕의 청혼을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자신은 그리스의 공주이며,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애타게 바라고 있습니다. 청혼이 거절되자, 토아스 왕은 내심 자존심의 상처를 입게 됩니다. 그런데 여주인공 외에도 타우리스 섬으로 떠내려온 두 명의 그리스인이 있었습니다. 토아스는 그들을 승리 축제의 제물로 신에게 바치려고 합니다.
두 명의 그리스인은 조만간 이피게니에의 남동생, 오레스테스 그리고 필라데스라는 이름을 지닌 사내로 밝혀지게 됩니다. 이들은 아르테미스 여신의 도움으로 목숨을 부지하여 이곳으로 표류하게 되었습니다. 오레스테스는 어떤 기구한 운명을 감내한 사내입니다. 그는 아버지, 아가멤논을 죽인 어머니, 클뤼템네스트라를 살해하였습니다. 클뤼템네스트라는 전쟁의 승리를 위해 자신의 딸을 죽음으로 몰아간 남편을 극도로 저주하였는데, 자신의 정부(情夫), 아이기스토스와 함께. 전쟁에서 돌아온 남편을 살해하였습니다. 나중이 이 사실을 알게 된 오레스테스는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감행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보복 살인으로 인하여 오레스테스는 신과 동족으로부터 징벌을 받게 될 운명에 처해 있었습니다. 그러자 오레스테스는 신탁(神託)에 조언을 구합니다. 아폴로 신탁은 다음과 같은 명령을 내립니다. “처벌당하지 않으려면, 누이를 타우리스 섬에서 구출해 그리스로 데리고 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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