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a 문학 치료

서로박: (9) 문학 치료 강의. 아동 문학 치료

필자 (匹子) 2024. 5. 25. 11:25

1. 아동문학치료 어떻게 해야 할까

아동의 치료는 태어난 지 36개월 이후에 행해지는 게 바람직합니다. 물론 태어난 지 36개월은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성격 구조는 바로 이 시기에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아동문학치료는 4-5세 그리고 5-7세 등으로 구분되는 게 바람직합니다. 이를테면 4세의 어린이들은 집중력이 없고, 산만하며, 본능적으로 행동합니다. 그래서 보육교사는 주로 아이들과 즐겁게 놀아야 합니다. 다만 특수 아동의 경우에 한해서 아동문학치료가 필요합니다. 이하의 내용은 5-7세의 어린이로 국한하려고 합니다.

 

아동 문학치료는 그것은 모든 수단과 방법에 있어서 아이들이 좀 더 몰입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아동들은 인지능력, 어휘, 환상, 욕구, 경험의 측면에서 그리고 표현의 측면에서 성인과는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치료사는 성인들이 싫어하는 수단이 아이들에게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음을 간파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아동들은 성인들이 몸에 묻히기 싫어하는 흙이나 물감 등을 아이들은 좋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아동에게는 치료를 한다고 말을 하기보다는, 책을 읽어주거나 이야기를 하며 치료를 진행해야 합니다. 아동들은 치료가 무엇인지 잘 모릅니다. 아동에게 치과의사가 “이빨 뽑게 아 해봐.” 라고 말하는 대신 “옳지, 개구리 입 해봐.” 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방법입니다.

 

그 외에도 치료사가 사전에 고려할 사항이 많이 있습니다. 아동들은 아직 글을 읽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치료사는 아동에게 책을 읽어 주거나,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하고, 때로는 시청각 자료로 작업을 해야 합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이하의 아이들은 한 가지 일에 오랫동안 집중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호기심이 자극되지 않으면 재미가 없다고 느끼기 때문에 눈에 띄게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그러므로 이야기는 가급적이면 30분 이내로 짧아야 합니다. 그림이 있는 책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책을 읽어 줄 때는 아이들이 적절하게 수용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 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동물 우화나 환상적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야기에다 호기심, 포근함, 쾌감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을 가미하는 게 아이들의 집중에 도움을 줍니다. (낯선 나라, 포근한 이불 속, 맛있는 음식, 공룡 등) 실제 상황에 대한 사실성이 있는 이야기는 실제와 환상을 적절하게 구별할 수 있도록 조처해야 합니다.

 

문학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레크리에이션이나 놀이를 동반한 치료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점들로 인해 아동문학치료를 위한 매체를 선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아동이 어릴수록 매체 선정은 더욱 더 힘이 듭니다. 어떤 경우든 문학치료의 방법은 아이들의 연령에 맞추어서 개발되어야 합니다. 아동들은 교활하다, 불안하다와 같은 감정을 표현하는 추상적인 언어가 없습니다. 그들은 행동과 표정을 보고 직접 인지하고 느낍니다. 그렇기 때문에 동물이나 강아지 똥 같은 사물은 하나의 기호, 표시, 상징에 해당합니다. 문학 작품 속에 자연이 우화나 상징으로 자연을 구체화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입니다. 이 경우 자연은 내면을 지시하는 객관적 상관물입니다. 이렇듯 구체화기를 통해 인간의 내면적 욕망이 표출되어야 치료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2. 아동문학치료의 이론

집단치료에서 참여자들에게 가장 손쉽게 치료적 관계를 설정하는 방법은 동화나 이야기를 읽어 주는 방법입니다. 단순하게 책의 내용을 인지시키는 독서지도는 문학치료가 될 수 없습니다. 치유는 인지적으로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아동기의 고통을 재 경험하고 생생하게 재연할 때 행해질 수 있습니다. 카를 구스타프 융(Carl G. Jung)은 “신경증은 항상 정당한 고통의 대체물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알코올중독자의 경우 술이 좋아서 마시게 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술을 통해 내면의 감정을 방출시키고 싶어서 마시곤 한다는 것입니다. 괴로울 때 술을 마시면, 마음이 더욱 더 피폐해지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입니다. 술이 괴로움의 방출도구로 사용되면, 몸도 마음도 동시에 망가집니다.

 

아동문학치료에서는 무엇보다 주어진 장소의 외부적 분위기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것은 아이들이 문학치료의 내용보다는 분위기를 더 중요시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영유아들이 자기의 욕구불만이나 욕망을 드러낼 수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문학치료가 참여자에게 미치는 효과는 다양하므로 특정한 텍스트가 어떤 아동들에게는 기이하게도 냉담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참여자의 저항을 없애는 것이 치료이므로, 이에 대해 무작정 개입해서는 안 됩니다.

 

거의 모든 아동의 신경증은 감정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데서 기인합니다. 느끼지 마라,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 느낀 것을 말하지 말라는 금지가 은연중에 신경증을 유발시킵니다. 가급적이면 최소한의 부분, 꼭 필요한 부분만 금지해야 합니다. 6-7세 이전까지는 아이들에게서 논리적 사고를 발견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유아일수록 감정전달이 매우 중요합니다. 아동문학치료에서는 가급적이면 인지적인 부분보다는 정서적인 부분이 절대적입니다. 한편 이야기를 이어 나갈 때 아동들이 강한 흡입력을 보일지라도 거기에 따라가서는 안 됩니다. 이는 오히려 문학치료에 집중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 아동들이 간단히 자기의 느낌을 표현하는 것은 괜찮습니다. 이는 아동 참여자가 긍정적인 자기 경험과 생각들을 꺼낼 수 있도록 하고 자기의 심리적인 결핍을 말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식으로 심적 결핍이 표현되면 울거나 그와 비슷한 전율을 느끼는 경우가 생기며, 그것이 참가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입니다. 이와 동시에 다른 참가자들의 감정 표현을 유도하여 서로가 피드백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다음 단계는 참여자들로 하여금 이야기를 듣거나 동화를 들을 때 환기되는 기분이 어떤지를 파악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때의 기분은 개인적인 체험이나 상처 또는 과거의 기억과 연결 될 수 있습니다. 치료사는 참여자 스스로가 말하고 환기하는 것을 기다려야합니다.

 

이야기 속의 개별적 요소들을 유희적으로 사용해도 좋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분위기가 유희적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마음의 문을 열면 그때부터 창의성이 자극을 받아 펼쳐지고 동일화의 과정이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감정표출을 통해 적극적으로 억압된 불쾌한 기억이 해소됩니다. 이런 감정 표출을 통해 참여자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이런 감정과의 만남은 지속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꾸며 가면서 참여자는 자신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만들게 됩니다. 이때의 고유한 이야기가 바로 자신의 정체성이 됩니다. 치료사는 이것에 절대 개입해서는 안 됩니다. 부득이 치료사가 이해한 것을 말해야 할 경우에는 은유로 말하든가 간접적으로 말해야 합니다.

 

3. 분노와 공격성의 해소 사례

서구에서 아이들이 분노를 자유롭게 표현해도 된다는 것이 사회적으로 용인된 것은 1968년 이후입니다. 하지만 우리 문학은 대체로 아동이 도덕성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듯합니다. 그러나 아동의 심리적 문제가 해결되려면 표출을 해야 합니다. 모리스 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통해서 아이들이 어떻게 분노와 적개심을 표현하고 해결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도입 단계에서는 아동을 맥스처럼 행동하고 말하게 합니다. 아이들은 연극에서 매우 재미있게 마음대로 분노를 표출할 수 있게 됩니다. 작업 단계에서 맥스는 괴물들이 사는 나라로 갑니다. 이 단계에서는 맥스가 왕이 되어 괴물들을 길들이고, 괴물들이 자신에게 굽실거리는 것을 즐깁니다. 통합 단계에서는 아동들이 왕이 되는 장면을 직접 실행할 경우, 한 아이가 맥스의 역할을 하게 합니다. 아이들은 장면에서 매우 몰입을 하게 될 것입니다. 새 방향 설정 단계에서는 그러나 아무리 좋은 왕이라도 싫증이 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아이는 왕으로서의 위엄을 배우고, 쾌감을 포기하고 사회성을 깨닫게 됩니다.

 

아이들은 놀면서 연극을 하는 과정을 통해 자기 욕망을 실제로 실천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창의력도 갖게 되고 욕망도 분출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주인공 맥스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즐기게 될 것입니다. 아이들은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통해 어느 정도의 자기 스스로 통제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언어가 바뀐다는 것은 치유가 되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지금까지 “난 무서워.” 라고 말하던 것이 “무섭지만 난 친구할 수 있어.” 로 바뀌는 것이 치료입니다. 왕이 되었다는 말 자체가 아동의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칩니다. 언어는 특별한 태도, 자세, 자기가 취할 모습을 만들어 주는데, 그렇게 되면 자기감정이나 행동이 바뀌게 됩니다. 예를 들면 허리가 굽은 아이를 교정할 때 “너 허리 펴라.” 라고 말하는 것보다 “우리, 한번 왕처럼 표현해 볼까?” 라고 말하면 허리를 쉽게 펼 수 있습니다.

 

4. 혼자 자는 것을 두려워하는 아이의 사례

비현실적인 아동의 두려움과 공포를 다루는 치료적 접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정서적 경험을 잘못된 것으로 부정하기보다는 인정하고 공감하는 것입니다. 인정과 공감을 기초로 두려움이 자신의 생활에 미치는 불편함을 이야기 나눌 때, 아동은 자연스럽게 두려움을 없앨 수 있습니다. 아동이 해결 방안을 얻고자 하는 욕구가 생겼을 때, 책은 그 어느 때보다 치료적 활용으로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치료 대상의 아동은 불안을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동의 불안은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줍니다. 예를 들면 아이는 엄마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디지 못합니다. 그래서 아이의 방과 후에 엄마는 혼자 외출하는 것은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낮에도 방에 불을 켜 놓아야 하고, 숙제나 공부를 할 때 방문을 닫아 두지 못하는 것은 물론, 밤에 혼자서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억지로 혼을 내서 혼자 재우면 밤새 한잠도 못 잤다고 합니다.

 

치료접근에서 아이의 이야기에 따르면, 혼자서 책상에 앉아 숙제를 하고 있을 때면 뒤에서 누군가 자신을 째려보고 있는 것 같아 집중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간혹 귀신을 보기도 한다고 했지만, 그것이 귀신인지, 아니면 허상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잠을 잘 때는 엄마와 함께 있으면 조금 낫긴 하지만, 무언가가 나타날 것 같아 잠들기가 어렵고, 또 잠이 들어도 금세 깨어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문제에 대한 상담은 아이의 경험을 실재하지 않는 것으로 부정하기보다, 아동이 얼마나 고통스러운가를 공감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무언가가 나타나 자신을 해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아이의 생활에 큰 불편을 주고 있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아이의 이야기는 두려움과 무서운 상황을 기술하는 것에서 그 상황을 바꾸고 싶다는 쪽으로 바뀌어 갑니다.

 

문학치료의 실제로는 책을 함께 읽으면서 생각을 유추하게 하는 것입니다. 『달콤한 꿈항아리』라는 책을 통해서 아이는 책장을 넘겨가면서 흥미를 보입니다. 아이는 책에서 진짜처럼 생생한 꿈을 꾸면서, 어떻게 이건 꿈이라고 생각하는지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책 내용에서 침대가 바다 한가운데 떠 있고, 바다 괴물들이 에워싸고, 아기 곰 인형이 바다 속에 빠집니다. 책 글귀에 ‘살려줘요!’라는 말에 아이는 동요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 치료사의 책에서는 읽어주는 방식도 중요합니다. 책 속의 언니의 대화를 마치 치료 아동에게 이야기하듯이 읽어줍니다. 대화는 이렇습니다.

 

이건 내가 너만 할 적에, 엄마가 내게 알려 준 비밀이야. 연습만 하면 꿈속의 이야기를 네 맘대로 바꿀 수 있어. 아무리 무서운 꿈도 기분 좋은, 아주 달콤한 꿈으로 말이야. 무시무시한 그 꿈 얘기부터 해 볼까? 바다 괴물이 나왔다고 했지?

응, 엄청나게 무서운 바다 괴물이야!

좋아, 그럼 하나도 안 무서운 바다 괴물을 상상해 보는 거야.

그건 못해. 바다 괴물은 원래 엄청 무섭잖아. 하나도 안 무서우면 그게 무슨 바다 괴물이야?

하지만 바다 괴물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 그냥 상상인 거지. 그러니까 하나도 안 무서운 바다괴물도 얼마든지 상상할 수 있지. 또 만약 바다 괴물이 실실 웃는 멍청이라면 그렇게 무섭지는 않을 거야.

 

책을 읽으면서 사실 치료사는 다른 설명을 첨가할 필요가 없습니다. 주인공들의 대화 속에 이미 두려움을 이길 수 있는 전략들이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책 속의 이야기는 언니가 친구네 집에서 하룻밤 자고 온다고 했을 때, 주인공이 혼자 잘 때 꾸게 되는 꿈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어집니다. 언니는 오늘 밤 달콤한 꿈의 비밀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해 줍니다. 주인공 동생은 불이 꺼지면 빛을 내는 야광별로 장식된 병을 발견합니다. 그 속에는 무서운 꿈을 달콤한 꿈으로 바꿀 수 있는 종잇조각이 들어 있습니다. 주인공은 꿈속에서 요술 지팡이를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이용해 무서운 꿈을 달콤한 꿈으로 바꿀 수 있게 됩니다. 문학치료를 통해서 치료 아동은 마법연필, 귀신을 쫓아내는 전자파 등 자기만의 도구들을 만들어 그림으로 그렸습니다. 아이와 치료사는 책의 내용과 같이 야광별이 붙은 꿈 항아리를 만들었고, 아이는 그 항아리를 책상 위에 소중하게 간직한다고 합니다.

 

이성과 인지적 요소들을 중요하게 여기는 심리치료에서는 문제 해결 전략으로 판타지를 사용하는 것을 위험하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심리치료에서는 치료 대상은 정확히 현실과 판타지를 구분 짓기 보다는 현실도피의 수단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대상은 오히려 혼란된 사고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학치료에서는 문학작품 속의 판타지 요소들이 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적인 도구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이는 아이들에게는 정서적인 면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아동이 가지고 있는 판타지 경험을 존중하고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인 치료 작업을 가능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