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노새처럼 늙어간다.
전홍준
그대를 생각하면 아직도 박하사탕 같은
그리움이 싸하게 밀려오는데
강철 같은 빗장 지르고 세상으로 잠수한 사람이여
이 가을 색동옷 입혀 자식들 떠나보내는 나무처럼
속울음 삼키다 삼키다 돌아보면
나는 가을걷이 끝난 빈 들녁의 허수아비!
사랑은 줄광대의 줄타기처럼 아찔한 곡예인 것을
바닥에 떨어져
치명적인 골절상을 당하고야 겨우 깨우치는
삶은 언제나 손에 잡히지 않고
동태가 걸린 덕장에 내 허물만 바람에 나부끼는데
부젓가락으로 분노와 환멸을 갈무리해 보지만
사랑이 끝난 화로에는
생솔가지 타는 연기가 아직도 맵다.
.........................
전홍준 시집: "나는 노새처럼 늙어간다," 작가 마을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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