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7세기에 어느 여성에 의해 집필된 소설: 오늘날에도 연인과 헤어지고 마음에 없는 사람과 결혼식을 치러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다른 사내에 대한 사랑을 남편에게 고백하는 게 과연 어느 정도 적절할까요? 소설 『클레브 부인』은 바로 이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물론 스스로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사랑하는 임과 헤어지고, 마음에 없는 남자와 결혼식을 올리는 여성의 갈등은 분명히 클 것입니다.
마담 라파예트의 본명은 마리 마들렌느 피오체 드 라 콘테스 드 라파예트 (1634 – 1693)입니다. 그미의 소설, 『클레브 부인La Princesse de Cléves』는 1678년에 발표되었습니다. 작품은 17세기의 프랑스의 역사적 사건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소설에 속합니다. 게다가 수많은 이야기가 적재적소에 삽입되어 있어서 소설적 구성이 치밀합니다. 이 점에 있어서 『클레브 부인』은프랑스 장편 소설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스케일이 큰 작품이지만, 그럼에도 주인공의 영혼의 갈등을 충실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른 역사 소설들과 현격한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따라서 『클레브 부인』은 프랑스 심리소설의 효시로 알려질 정도입니다.
2. 살롱 문학, 도움 없이 남는 명작은 없다.: 특히 작품 집필에 기여한 사람으로서 소설가이자 놀라운 에세이스트, 프랑스와 라 로시푸코 François La Rochfoucauld 그리고 소설가 장 드 세그레이Jean de Segrais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라파예트는 1670년경에 파리에서 살롱을 경영하면서 작품을 집필했는데, 두 사람은 여러 가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합니다. 특히 라 로시푸코는 라파예트와 애정관계를 맺지 않은 채 오로지 우의에 의해서 그미의 집필을 도왔다고 합니다.
라 로시푸코 그리고 장 드 세그레이는 라파예트가 소설을 집필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자료를 제공했는데, 그 가운데에는 수도원장이자, 전기 작가인 피에르 브란톰Pierre de Brantôme (1535 – 1614)이 집필한 군인이자 외교관인 미셀 드 카스텔노Michel de Castelnau (1520 – 1592)의 전쟁 회고록 등이 있습니다. 라파예트는 이러한 문헌을 바탕으로 글로 기술되지 않은 “개연성vraisemblance”을 오로지 상상에 의해서 보충해낼 수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라파예트는 역사적으로 잘 알려진 현실적 배경 하에서 두 명의 가상적인 주인공을 설정하여 현실적으로 있을 수 있는 가능한 이야기를 축조해낼 수 있었습니다.
라파예트 (1634 - 1696). 그미의 이름은 마리 마들렌느 포체 드 라 베르뉘, 콩 테세 드 라 파예트이다. 프랑스 살롱 문학을 이끈 장본인이기도 하다. 라파예트는 풍만한 여인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오늘날 모델들은 이러한 몸매를 원하지 않는다. 기이하지 않는가? 말라깽이가 아름답다니, 차라리 모름답다고 표현하는 게 나을 것 같다.
3. 무엇이 우리를 결혼을 따로, 사랑을 따로 치르게 하는가?: 소설의 배경은 1560년, 다시 말해 앙리 2세 의 재임 마지막 시기 (1547 – 1559년) 그리고 프랑스 파리에 있는 왕궁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당시는 정대 왕정으로서 화려하고 웅장하지만, 수많은 간계와 음험한 계략 등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귀족들은 결혼을 통해서 그들의 입지를 넓히려고 하였고, 정치적 적대자가 더 이상 사랑과 결혼을 통해서 막강한 권력을 차지하지 않도록 술수를 벌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무척 우아하고 부유한 집안의 귀족 처녀, 샤르트레 양은 파리에 있는 궁궐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미의 어머니는 오래 전에 샤르트레 양을 출산한 다음 남편을 잃고 과부로 살았습니다. 그렇기에 어머니는 딸을 좋은 가문에 결혼시켜서 가난한 귀족의 신분에서 탈피하려고 했습니다. 샤르트레 양은 어머니에 의해 고이 자란 꽃봉오리 같이 귀엽고 아름다웠습니다. 모녀는 우연히 보석 가게에서 결혼에 필요한 보석을 고르고 있었는데, 바로 이때 클레브 왕자는 두 사람을 목격하게 됩니다. 이때 그는 아름다운 처녀에게 마음을 빼앗깁니다. 이때만 하더라도 자신이 그미와 나중에 결혼하게 될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4. 돈과 권력 때문에 원치 않는 결혼식을 올리는 사람은 불행하다.: 모녀는 프랑스의 왕궁에서 많은 귀족들을 만납니다. 수많은 남녀들은 한편으로는 샤르트레 양의 미모에 넋이 나갔지만, 그미의 집안을 그다지 좋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바로 이때 클레브 왕자는 친구에게 자신의 연정을 드러내었는데, 이는 결국 클레브 왕자의 어머니의 귀에 들어갑니다. 특히 왕자는 막내아들이기 때문에 권력으로부터 멀어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두 어머니 사이에 혼담이 오고갑니다.
결국 샤르트레 양은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클레브 왕자와 결혼식을 치르게 됩니다. 그미의 마음속에 연정이 싹 틀리 만무했지요, 우리의 여주인공은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번거로운 결혼식을 치른 셈이었습니다. 클레브 왕자는 자신의 아내가 너무나 아름답고 멋있는 여성이라고 여겼습니다. 비록 자신에 대해 냉담함을 드러내어 약간 서운했지만, 같이 살면 두 사람 사이가 좋아질 것이라고 다짐하였습니다.
5. 클레브 부인, 사랑과 계율 사이에 갈등으로 괴로워하다.: 결혼식을 치른 뒤에 그미는 가면무도회에서 늠름하고 훤칠한 사내, 네무어 공작과 만나게 됩니다. 두 사람은 순간적으로 사랑의 열정에 휩싸이게 됩니다. 그렇지만 왕궁의 인습으로 인하여 상대방에 대한 애호하는 마음을 감추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왕궁의 사교적 모임에서 자주 만나야 했습니다. 네무어 공작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면서 사랑을 고백하는 대신에, 내심 깊은 우울의 심연 속으로 빠져듭니다.
주위 사람들은 공작이 영국의 여왕과 결혼해야 한다고 보채고 있었던 것입니다. 다른 한편 클레브 부인 역시 갈등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네무어 공작이 너무나 사랑스러웠지만, 남편을 배신할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어느 날 클레브 부인의 어머니는 병이 들어서 임종을 맞이하게 되었는데, 딸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간파하게 됩니다. 그래서 딸이 공작으로부터 멀리 떠나 살아야 하며, 왕궁의 체통과 미덕을 어겨서는 안 된다고 유언을 남깁니다.
6. 사랑 고백이 다른 방향, 즉 제 삼자에게로 향하면, 누군가 곤욕을 치른다.: 어머니를 초상 치른 다음에 클레브 부인의 마음은 더욱 울적해졌습니다. 문제는 어머니의 유언으로 인하여 혼란과 갈등이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힌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잊고 어머니의 유언을 의식하면서 시골로 도피하려고 작심합니다. 그미는 마음속으로 니무어 공작을 깊이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행여나 이 사실이 궁궐에서 알려질까 오래 전부터 전전긍긍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영지로 떠나면 공작에 대한 연정이 사라질 것 같았습니다.
떠나기 직전에 두 사람은 공원에서 산책하였습니다. 남편은 어째서 시골로 떠나려고 하는지 묻습니다. 이때 그미는 오랫동안 머뭇거리다가 남편에게 솔직하게 다른 남자를 사랑한다고 고백합니다. 다른 남자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남편은 니무어 공작을 떠올립니다. 니무어 공작은 지난 이틀 밤 동안 자신의 아내 근처에서 서성거렸다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클레브 왕자와 클레브 공주는 서로 언성을 높입니다. 남편이 자신을 의심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미의 목소리가 커지게 된 것이었습니다. 바로 이때 니무어 공작은 공원에서 배회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게 됩니다.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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