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한국 문학

(명시 소개) 서로박: (2) 권경업의 시 '꽃은 상처입니다'

필자 (匹子) 2023. 7. 24. 09:17

(앞에서 계속됩니다.)

 

: 이번에는 두 번째 관점을 말씀해주시겠습니까?

: 지리산의 산벚나무의 꽃은 핍박당하며 살아갔던 한국 여성들의 한 (恨)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 산벚나무의 꽃은 다른 벚나무의 꽃과는 달리 잎과 함께 핀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산벚나무 꽃은 푸른 잎사귀 사이에서 하얀, 혹은 분홍의 미소를 아름답게 드러내지요.

: 그렇습니다. 이미 언급했듯이 벚나무의 60% 이상이 몽고 시대에 팔만대장경의 재료로 사용되었고, 임진왜란 당시에는 화살 재료로 사용했습니다. 산벚나무의 나무토막을 모으고 다듬는 사람들은 바로 이조시대의 여성들이었지요. 그들은 전쟁 속에서 고난과 핍박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여성들이 외국 군인들의 욕정의 도구가 되는 일도 비일비재했지요.

 

: 이러한 역사적 한이 바로 벚나무의 상처이며 원통함이라는 말씀이로군요.

: 그렇습니다. 전쟁을 통해서 피해당하는 사람들은 힘없는 여성들과 아이들이지요. 이러한 내용은 이를테면 「꽃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Wherer have all the Flowers gone」라는 노래에서 반영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문호 미하일 숄로호프는 자신의 대작 『고요한 돈 강Тихий Дон』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한 바 있어요. “거위들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들은 배를 타고 떠났지/ 배들은 어디로 갔는가?/ 처녀들을 징집하러 갔지./ 처녀들은 어디에 있는가?/ 강제 혼인으로 겁탈 당했지/ 남자들은 어디에 있는가?/ 모두 전쟁터로 향했지.

 

: 아, 이에 근거하여 누군가 작사 작곡하여, 조안 바에즈Joan Chandos Baez가 나중에 불렀군요. 참으로 아름답고도 슬픈 노래로 알려져 있습니다.

: 그렇습니다. 굳이 외국에서 자행된 예를 들 필요도 없이 우리는 일본 강점기의 정신대 여성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 김서경, 김운성 화백의 조각상 「소녀상. 빈 의자에 새긴 약속」(2011)을 창조했지요?

 

: 우리는 이 작품에서 어떤 처절한 냉정을 읽을 수 있습니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자의에 의해서 남자를 선택하고, 적극적으로 그를 사랑해야 합니다. 이게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나 겁탈당한 소녀는 더 이상 누군가를 자발적으로 사랑할 수 없습니다. 설령 이성을 만난다고 하더라도 사랑의 감정, 오르가슴을 느낄 수 없습니다. 과거의 트라우마가 그미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지요.

너: 안타까운 것은 오늘날의 많은 일본인들이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여린 속 마침내/ 드러내 보이고 마는 상처”와 다를 바 없는 소녀상 설치를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가해자가 피해자가 느끼는 고통을 10분의 1만이라도 공감하면 이런 일은 없을 텐데요. 마지막 세번째 심리적 관점으로서 현대 사회에서 여전히 피해당하는 여성의 존엄성을 되찾는 문제를 말씀해주시지요?

 

나: 오늘날 여성들은 성 문제로 엄청난 피해를 당하고 있습니다. 성에 관한 동영상 유포를 생각해 보세요.

: 「꽃은 상처입니다」라는 작품이 그러한 테마와 연결될 수 있다니 놀라운데요?

: 그런가요? 일단 비근한 에피소드를 들려드릴게요. 1970년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러브호텔에서 순간적으로 큰 화재가 발발했습니다. 투숙객들은 옷을 입을 겨를도 없이 알몸으로 밖으로 도피해야 했지요. 놀라운 것은 다음의 장면이었습니다. 남자들은 두 손으로 자신의 생식기를 가린 채 밖으로 뛰어나온 반면에, 알몸의 여성들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구급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 어째서 알몸의 여성들이 자신의 얼굴을 가렸을까요?

 

나: 그게 에피소드의 핵심적 사항입니다. 남성들은 자신의 얼굴이 세인에게 노출되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지요. 바람피우는 일은 자신의 아내, 혹은 연인에게만 미안한 일일 뿐 사회적으로 부끄러울 게 없다는 말이지요. 그렇지만 여성들의 경우는 이와는 다릅니다. 자신의 얼굴이 알려지면, 네덜란드의 여성들은 헬레나와 같은 음탕한 암컷이라고 공공연하게 비난을 당하지요.

너: 성소수자도 자유롭게 활보하는 나라인 네덜란드에서도 여성들이 여전히 피해당하는 셈이로군요.

 

: 그렇습니다. 한국에서는 성적 동영상을 몰래 찍어서, 이를 인터넷상으로 유포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짓거리는 끔찍한 범죄로 처벌받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우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피해당한 여성을 보호해야 하며, 그들의 존엄성을 찾아주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권경업 시인의 시는 여성성의 상처를 다시 한 번 인식하고, 여성에 대한 어떠한 성적 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성하게 하는 작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성에 관한 한 사랑의 칼자루는 반드시 여성이 쥐어야 합니다.

: 바람의 시인. 권경업의 오랜 방랑은 바로 이 점을 깨닫기 위해서 이어온 것입니다. 지금까지 17권의 시집을 간행하게 하였고, 수십 번 이상 지리산을 올랐으며, 죽음을 무릅쓰고 히말라야 등반에 참석하였습니다. 이러한 오랜 역정이 이 명시의 준비 작업이 아니었을까요?

 

꽃은 상처입니다

안으로, 안으로 삭이지 못한

희고 붉고 연한 마음의 상처입니다

 

그리움 찾아가던

그 긴 겨울의 여정과 꽃샘잎샘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여린 속 마침내

드러내 보이고 마는 상처입니다

 

꽃이 집니다

쓰다듬고 어루만져야 할 여유도 없이

취밭목 한 그루 산벚나무

홀로이 제 몸의 아픔을 지웁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