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내 단상

(단상. 574) 수능 시험이 전부가 아니다.

필자 (匹子) 2023. 6. 21. 10:25

1. 수능은 일회용 게임이다.: 한국에서 수능시험은 자신의 경제적인 삶을 결정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수능을 잘 치면, 만사가 OK라고 한다. 그러면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고,  미래가 보장된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어떻게 해서든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만이 능사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사교육비 지출은 아깝지 않다. 나중에 본전을 뽑으면 된다고 여긴다. 수능을 치른 다음에 젊은이들은 더 이상 책을 읽지 않는다. 이공계 학생들은 기계와 AI만 잘 활용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인문사회계 학생들도 AI가 모든 일을 처리해 준다고 믿고 있다. 쳇 지피티가 있기 때문에 자료 수집, 번역, 글쓰기 등이 해결된다고 지레짐작한다. 

 

2. 돈을 버는 게 능사인가? 과연 내가 대학에 들어간 다음에 자신의 영역에서 어느 정도 능력을 발휘할까? 어떻게 하면 놀라운 성과를 대학에서도 거둘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은 거의 부차적이다. 학벌이 취업의 모든 것을 결정하기 때문에 대학의 고등교육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몇몇 을 제외하면 대부분 대학생들은 자신의 뜻을 세워서 학문에 몰두하지 않는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더라도 법대 의대로 편입하기 위해서 모든 가능성을 동원한다. 돈을 많이 버는 게 능사라고 생각한다. 이로 인해 한국의 대학은 썩어서 곪아터지고 있다.

 

3. 수학 능력 시험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 윤석열 대통령은 다시금 만기친람(萬機親覽)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모든 사안을 잘 알지만, 사안의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는 무대포 허당이다. 수능 시험이 5개월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교과서 위주의 출제를 위해서 킬러 문항을 없애야 한다."고 일갈하였다. 이로 인해서 수험생들의 변별력 도출이 어렵다는 등, 사립학원의 생계가 문제라는 등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가장 문제는 이번 학년도의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무척 혼란스러워 하며, 어떻게 수능을 대비해야 하는가? 하고 걱정한다는 사실이다. 말로만 평등 교육을 추구한다고 해놓고, 정작 자사고와 특목고를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이 역시 교육 정책의 엇박자나 다름이 없다. 

 

4. 오지선다형, 변별력 그리고 입학 문화: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수능 시험으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수 있다는 태도에 있는지 모른다. 수능의 오지선다형은 개별 응시자의 중등 과정의 능력을 파악하여 이들의 변별력을 도출하기 위한 수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신속 정확하게 문제를 풀고, 많이 암기하면 족한 게 수능 시험이다. 비판력과 창의력은 요구되지 않는다. 정작 안타까운 것은 한 인간의 능력에 대한 평가가 수능 시험으로 종언을 고한다는 사실이다. 20세 이후에 한 인간이 특출한 능력을 발휘한다고 해서 한국 사회는 이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왜냐면 수능 시험을 거친 SKY 대학 출신자냐, 아니냐? 하는 문제를 우선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입학 문화의 전형적인 약점이 아닐 수 없다.

 

5. 경쟁 교육 대신에 생태 교육을: 그러나 생각해 보라. 청년은 자잘한 재주를 가꾸는 것보다는, 학문과 진리를 받아들일 그릇을 키워나가야 한다. 눈앞의 능력보다는 잠재적 능력, 한 인간이 품고 있는 자신의 미래에 대한 자세 내지는 의지 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경쟁 교육을 지양하고, 젊은이들로 하여금 나눔과 봉사 내지는 희생정신을 키워나가는 방향으로 교육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물질 이후의 시대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일을 능숙하게 처리하는 사회적 일꾼이 아니라, 친구와 이웃을 돕고 봉사하는 미덕이다. 이와 병행해야 하는 것은 생태 교육이다. 우리는 지구가 죽어가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북극 지역의 북부 한대수립이 확장되고, 수목한계선이 해마다 수백미터의 북쪽으로 이둥하는 것을 피부로 느껴야 한다.

 

6. 봉사와 절약 정신이 중요하지 않을까? 높은 자리에 올라서 아랫사람을 호령하고 자신의 이득만 챙기는 엘리트보다는, 겸허한 자세로 가족과 이웃, 학교 친구들에게 온정을 베풀고 자원을 아끼는 자가 오늘날 더욱 소중한 존재가 아닐까? 오늘날 젊은이라면 미국의 생활방식 the american way of life을 찬양하고 무한대의 재화를 증식하려는 포부를 꿈꿀 것이다. 그러나 이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그러나 지구는 서서히 죽어간다는 것을 인지하고 자신의 욕망을 줄여나가는 것도 중요한 태도가 아닐까? 하버드 대학교의 입학처는 공부 잘하는 인재 외에도, 어려운 친구를 돕고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학생에게 자연을 보호하는 학생에게 더 좋은 점수를 부여한다. 어떻게 하면 한국에서도 경쟁 교육을 극복하고 생태 교육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까? 학교, 교사, 교수, 교육학 연구가, 위정자들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여, 이러한 평가를 가능하게 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7. 학벌이 아니라 젊은이들의 잠재적 능력, 의지 그리고 생태 의식이 중요하다: 인성 그리고 잠재적 능력에 대한 평가의 비중은 어떤 방식으로라도 강화되어야 하고, 대신에 수능 시험을 통한 평가의 비중은 어느 정도 축소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를 가로막는 부작용이 많을 것이다. 어디,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을까? 부작용이 발생하면, 이를 차단시킬 수 있는 체계적인 규정 또한 병행하여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밖에 학벌의 부작용을 없애는 한 가지 방법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공기업, 대기업 중소기업 사장이 직원을 채용할 때, 지원자의 출신학교, 졸업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게 아니라, 응시자의 인성과 (서류상으로 드러나지 않는) 실질적인 능력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내세우는 일이다. 만약 국가가 이러한 기준을 채택하는 기업들에게 여러 헤택을 부여한다면, 학벌의 부작용은 점차적으로 조금씩 줄어들게 되리라고 여겨진다. 오늘날 사회가 요청하는 인간형은 능력을 갖춘 이기주의자가 아니라, 이웃과 사회에 봉사하고, 죽어가는 지구를 되살리려는 마음가짐을 지닌  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