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꽃 1
문창길
밭뿌리에서 그녀의 세상은 넓다 언덕을 넘는 바람이 그녀와 함께 옷을 벗는다 메마른 핏줄을 따라 칼칼한 목구멍을 삼키는 그녀 시든 꽃술을 감추는 혓잎 끝으로 연분홍 시절을 뒤척이며 무심한 꽃대궁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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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꽃 2
가슴이 시큰거려 온다 굼실굼실 더듬어 올수록 무슨 살맛을 알았는지 뻔질나게 드나드는 들개미는 헐어빠진 가랭이 사이로 성긴 발길이 분주하다 하혈이 흐르는 세상 좀 도 아름답게 살기 위하여 낮게 엎드려 꿈꾸는 동구 밖 암캐 같은 꽃님이 분홍옷 벗고 거친 숨 몰아 쉴 때마다 움켜진 흙 한 줌... 실뿌리 같은 주먹 손으로 부끄러운 속살을 감추지 못하는 슬픈 꽃잎 하나 묻고 있다
* 실린 곳: 문창길, 철길이 희망하는 것은, 들꽃 2001. 93 - 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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