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알림 (명저)

(명저 소개) 박혜경: 당신의 차이를 즐겨라

필자 (匹子) 2022. 4. 27. 11:05

우리는 자신의 취향, 판단, 관심, 세계관 등과 같은 잣대를 가지고 세상을 측정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타자의 취향, 판단, 관심 그리고 세계관과 같은 기준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합니다. 우리의 측정은 타자의 측면에서 고찰할 때 지극히 주관적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스스로 밝혀낸 여러 가지 작대가 처음부터 절대적이라고 지레짐작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하나의 편견일 수 있으며, 잘못된 측정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기준과 잣대는 어떠면 우리가 은연중에 관습, 도덕 그리고 법 등의 질서에 의해서 영향을 받은 것인지 모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모든 것을 이러한 질서에 의해서 수직구도로 배열하는지 모릅니다. 이러한 수직 구도의 배열은 힘있는 타자의 이데올로기일 수 있으며, 전통적 가치를 무작정 추종하는 소시민의 선입견일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힘있는 타자의 이데올로기와 전통을 맹신하는 우리의 심리적인 굴복일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로 하여금 모든 것을 피상적 상투성에서 바라보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자인 박혜경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힘 있는 타자에 대한 순종과 스스로 약자로 만드는 죄의식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가장 보편적인 풍경일 것이다" (7쪽) 그렇기에 우리는 진리 대신에 가상을, 닮음 대신에 차이를, 모방 대신에 모의를 위계 대신에 연대를, 지층 대신에 표면을, 재현 대신에 생성을, 부정 대신에 긍정을 관심 있게 지켜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저자 박혜경의 입장에서는 장 보드리아르라든가 질 들뢰즈와 같은 프랑스 현대 철학의 영향이 은근히 드러납니다. 그렇지만 문학을 넘어서 영화 광고 등의 문화적 양상에 관한 저자의 논평을 통해서 한 가지 분명한 입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전통적 질서에 맹신하지 말고, 현대인 개개인의 고유한 가치를 돌이켜보아야 한다는 관점 말입니다.

 

필자는 아직 이 책을 완전히 독파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본서를 접함으로써 필자는 지금까지의 교육자로서 살아온 나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게 되었습니다. 행여나 필자가 지난 교육을 통해서 하나의 일방적인 진리를 학생들에게 강권해온 것은 아닌지, 자신의 잣대만으로 학생 개개인의 고유한 관심을 등한시한 것은 아닌지, 그들이 품고 있던 여러 상념을 어떤 다양하고 개별적인 고유성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 하고 말입니다. 삶에서 진정한 무엇은 일방적 시각으로 교육 내용을 주입시키는 게 아니라, 사고와 관점이 시대와 장소에 따라 얼마든지 달리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과 공감이 아닐까요?

 

일독을 권하면서...

 

 

책머리에

글을 열며 : 새로운 상상의 시작을 위하여

 

1장 나는 영화다.

─상상 권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with 장 뤽 고다르의 「경멸」)

카메라를 찍는 카메라

일상적 위계의 정치학

당나귀 생각은 하지 말자

당신은 당신의 상상에 속고 있는 거야

모방적 상상과 감정이입

부재가 인간을 구원한다

 

2장 마릴린 먼로의 얼굴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플라톤의 모방론과 플라톤주의의 전복(with 앤디 워홀)

얼굴의 존재 방식

불멸의 신화와 불멸하는 차이들

실재와 가상의 위계

참이라는 가상

모방의 두 형태

긍정의 아름다움

당신의 차이를 즐겨라

 

3장 두려움 없이 당신의 차이를 끌어안으라

─모방 사회와 시뮬라크르의 공장(with 앤디 워홀)

오리지널의 환상을 복제하는 세계

차이를 만드는 복제술

일상의 아이템을 카피하는 것

텅 빈 깡통들의 세계를 즐기세요

마틸다의 세계

깊숙이 얄팍한 사람

 

4장 세상은 원본으로 가득하다

─사랑이 제도의 세계를 살아가는 방식(with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사랑을 카피하다」와 「사랑에 빠진 것처럼」)

단순한 사랑의 마음

서로에 대한 사본이자 저 자신의 원본

진짜와 가짜의 제도적 위계

부부라는 프레임 안으로 들어간 여자와 남자

원본과 일치하는 사본들의 세계

사랑은 어떻게 생겨나는가

사랑의 두 유형

제도적 인간의 사랑

사랑, 생의 눈부신 원본

 

5장 진실과 거짓의 정치학

─승자의 도덕과 기쁨의 철학(with 잉마르 베리만의 「화니와 알렉산더」)

대저택의 사람들

주교의 진실

진실과 정의라는 이름의 처벌 권력

죄의식을 생산하는 승자의 도덕

신비한 마술과 환영의 세계

위대한 긍정의 철학자들

모든 게 살아 있고 모든 게 저마다의 하느님들

 

6장 파이프는 없다

─미셸 푸코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에 부쳐 1

그림과 글자

의식, 우리 외부의 것

글자와 글씨

칼리그람의 의미

 

7장 파이프는 무한하다

─미셸 푸코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에 부쳐 2

두 개의 파이프 그림

재현의 속임수

유사의 명령

상사들의 속삭임

이것은 하나의 파이프가 아니다

 

8장 나는 존재한다. 고로 상상한다

─공즉시색, 색즉시공(with 르네 마그리트)

보는 것과 읽는 것

재현을 위반하는 재현

쓸모로부터의 자유

세계라는 캔버스

몸과 기호의 숨바꼭질

기호 작용하는 덩어리로서의 몸

비-장소의 환영들

자기 역량의 역동적 주체가 되는 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