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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박: 티크의 "마녀의 안식일" (2)

필자 (匹子) 2021. 12. 29. 09:51

두 번째 이야기는 게르트루트라는 나이든 여자에 관한 것입니다. 게르트루트는 도시의 사제들에 의해서 성녀로 추앙 받아서, 도시 아라스의 근교에서 청빈하게 살아가는 여성입니다. 그미 역시 카타리나처럼 과거에 비밀스러운 사랑의 상처를 경험한 바 있습니다. 젊은 처녀, 게르트루트는 어느 젊은 군인의 유혹에 사로잡혀, 본의 아니게 그와 성 관계를 맺습니다. 허용되지 않은 동침으로 인해, 아이가 태어난 게 아니겠습니까. 당시에는 아직 피임약이 발명되지 않았지요. 아기를 몰래 출산한 그미는 아기를 남의 집 앞에 버리게 되고, 아기는 어느 양부모 밑에서 자랍니다.

 

문제는 영야 유기로 끝난 게 아닙니다. 젊은 군인은 순진한 처녀 게르트루트를 마구 농락한 뒤에 그미를 저버리고 맙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케르트루트는 나중에 결혼식을 올리겠다는 어느 사기꾼에게 속아서 끔찍한 고초를 당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나중에 군인은 어느 여성과 결혼했는데, 거기서 태어난 딸이 바로 카타리나였습니다. 말하자면 젊은 군인은 다름 아니라 카타리나의 아버지임이 백일하에 밝혀집니다,

 

게르트루트는 모든 불행을 겪고 난 뒤에 삶의 의미를 깨닫습니다. 그미는 자신의 죄를 사하기 위하여, 모든 재물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건네준 다음, 가난하게 살아가기로 결심합니다. 지금까지 이십여 년이 부모로부터 은덕을 입으며 오로지 자신만을 위하며 살아간 삶이라면, 이제 남아 있는 삶은 남에게 봉사하며 그리스도의 뜻을 실천하는 생활이어야 한다고 굳게 믿게 된 것입니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시점에 어느 청년이 게르트루트의 집에 들이닥칩니다. 그는 데니스라는 이름을 지닌, 심하게 상처 입은 청년이었습니다. 게르트루트는 정성을 다하여 그를 간호해 줍니다. 데니스는 잃어버린 아들을 연상시켰습니다. 아마 자신의 아들도 자랐다면, 그의 나이 정도 되었으리라고 여겨졌지요. 그런데 데니스는 부르군드 귀족인 필립의 아들, 카를 샤롤레이 백작에 대항하는 반역 행위에 가담한 범인으로서 전국에 지명수배 당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게르트루트 집에서 데니스를 발견하여, 살해하려 하는 순간 그미는 혼절하고 맙니다. 나중에 그미는 마법을 부리는 여자로 고발조치 당하게 됩니다.

 

이야기 줄거리 속에는 어떤 정치적 역사적 사건이 용해되어 있습니다. 몇몇 불분명한 날짜를 도외시한다면, 작가 티크는 정치적 사건을 충실히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셈입니다. 부르군드의 공작, 필립은 병에 걸려, 자신의 구역인 부르군드를 제대로 통치할 수 없었습니다. 이로써 권력의 공백이 생기게 되고, 반대 세력 사람들은 어떤 음험한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살인자, 데니스 그리고 (공작의 총애를 받던) 평민 출신의 쾨스타인은 몰래 간계를 세워, 공작과 (나중에 루이 14세가 될) 그의 아들 사이를 갈라놓으려 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공작의 아들 카를 샤롤레이 백작을 납치하는 게 바로 그들의 계획이었습니다.

 

실제로 작품 속에는 필립 공작의 권력 말기의 레임덕 현상, 공작의 병 등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작 필립은 자신의 반대 세력의 모반 혐의를 알게 되고, 이를 강력하게 진압합니다. 공작은 젊은 에탐페 백작을 사절로 보내어, 반대 세력을 숙청하게 합니다. 에탐페 백작은 도시 아라스에서 마녀 사냥을 자행합니다. 말하자면 그는 아라스의 시민들 가운데 몇몇을 처형함으로써, 공작의 세력을 더욱 공고히 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와중에 게르트루트와 카타리나는 화형대에서 불타 죽게 됩니다. 카타리나에게 구애하던 귀족, 프리드리히 부포는 난리 통에 자신의 재산을 모조리 잃었지만, 끝내 도망쳐, 목숨만을 부지합니다. 이로써 우리는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즉 마녀 사냥은 작가 티크에 의하면 어느 마녀가 마술을 부리는가, 아닌가? 하는 물음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 헤게모니에 의해서 자행된 사건이라는 사실 말입니다. 사실 등장인물들은 마녀가 누구인지, 마녀가 무슨 일을 자행하는 사람인지 전혀 모른 채 마녀로 몰려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집니다.

 

마지막으로 수석 수사, 뒤보스에 관해서 언급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는 종교 재판을 통해서 놀라운 두 사지의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첫 번째는 다름 아니라 자신이 바로 게르트루트의 비밀리에 태어난 아들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강보에 싸인 아기는 어느 부유한 집에서 자라, 결국 교회의 도움으로 수석수사의 자리에 올랐던 것입니다. 두 번째는 카타리나가 자신의 배다른 여동생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몹쓸 군인으로서 자신의 어머니를 저버리고, 나중에 다른 여자와 결혼하여 카타리나를 낳았던 것입니다. 배다른 여동생을 뜨겁게 연모하여, 하마터면 근친상간의 죄를 저지를 뻔 했고, 카타리나를 밀고하여 죽음으로 몰아간 장본인이 바로 자신이었던 것입니다. 물론 자신의 어머니의 죽음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지만, 카타리나를 밀고함으로써 자신의 어머니인 게르트루트 역시 이 와중에 체포되어 불에 타서 죽지 않았습니까? 어머니와 여동생을 죽음으로 몰아간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 순간 뒤보스는 원인 모를 광기에 사로잡힙니다. 몇 달 후에 아라스 사람들은 교외에서 뒤보스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등장인물들은 마법이 무엇인지 모르며, 마녀 사냥에 앞장섭니다. 그들은 공상 내지 광기 등을 마법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특히 몇몇 고위층 사람들은 권력 그리고 재화를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하여, 비양심적인 짓거리, 즉 마녀 사냥을 저질렀습니다. 낮은 계층 사람들은 이에 대해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그들은 무지하고, 무력했기 때문에 기회주의적으로 처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성직자들은 기독교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마녀 사냥의 짓거리에 동조하였습니다. 아라스의 주교는 매우 이성적이고 계몽적인 사제였으나,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곳에 없었습니다.

 

나중에 군트람이라는 군인이 잔 다르크가 무참하게 화형 당하는 것을 목격했을 때, 마녀 사냥은 일단 종결되었습니다. 그는 “마치 사탄처럼” 나타나, 베르나르 종교 재판관을 체포한 뒤에, 억울하게 묶인 자들을 풀어주지 않으면 불태워 죽이겠다고 고함질렀던 것입니다. 아라스의 주교가 되돌아 왔을 때, 마녀 사냥은 중단되었고, 죽은 사람들의 명예는 다시 회복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죽은 자의 명예 회복만으로 죽은 자의 목숨이 되살아나지는 않는 법입니다.

 

어느 문학 비평가는 1831년 12월에 작가, 티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술회하였습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뼈 속까지 전율을 느꼈습니다. (...) 한 인간에게 증오를 가져다줄 수 있는 모든 고통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시작됩니다. 나는 결코 떠나보낼 수 없는 사랑의 고통과 같은 하찮은 내용이 결국 죽음의 증오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