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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박: 티크의 "마녀의 안식일" (1)

필자 (匹子) 2021. 12. 29. 09:50

루드비히 티크 (1773 - 1853)의 중편 소설, 「마녀의 안식일 (Der Hexensabbat)」은 1832년에 발표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프레데릭 드 라이펜베르크에 의해서 간행된 책, "자크 뒤 클레르크 (Jacques du Clercq)의 기억" (1823)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이 책은 1459년 도시 아라스 (Arras)에서 발생한 마녀 사냥에 관해서 기술하고 있습니다. 티크는 역사적 소재를 다루고 있는데, 앞의 책에서 거론되고 있는 실제 사건을 충실하게 답습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작가는 중편 소설의 형식을 택함으로써, 자신의 고유한 심리학 그리고 심층적 차원 등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갑니다. 이로써 티크는 도시에 살고 있는 모든 계층 사람들을 사건 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습니다. 특정한 작품 내에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묘사된 경우는 괴테가 살던 시대에는 무척 드문 일이었지요. 말하자면 각계각층의 반응이 작품 속에서 반영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작품 속에서 스토리를 개진하는 자는 개인적 특성을 지니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인공이 별도로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소설은 두 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젊은 과부 카타리나 데니젤의 다과회 모임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그미는 몹시 아름다운 여자인데, 도시 부르군드 지방의 도시 아라스의 성문 앞에서 사교적인 살롱을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살롱을 찾아 담소를 나누는 등 일견 평화롭게 지냅니다. 그러나 이러한 평화로움은 가끔 정치적 토론이라든가, 질투에 사로잡힌 자들의 고함 등으로 방해 당하곤 합니다.

 

어느 날 두 명의 남자가 카타리나에게 사랑을 구합니다. 한 사람은 수석 수사인, 마크 뒤보스이고, 다른 사람은 귀족 프리드리히 부포라는 남자입니다. 수사는 원래 결혼할 수 없는 신분인데, 마크 뒤보스는 자신의 모든 직책을 저버리고 사랑하는 여인과 평범하게 살아가려고 결심하였습니다. 카타리나는 두 남자의 사랑을 모두 거절합니다. 왜냐하면 그미는 비록 젊었지만, 더 이상 사랑과 결혼에 대해 알려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습니다.

 

카타리나는 맨 처음에 로버트라는 남자를 뜨겁게 사랑하였습니다. 로버트는 섬세하고 여주인공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멋진 남자였습니다. 카타리나는 결혼을 결심합니다. 그러나 그미의 결혼은 그미의 아버지 때문에 성사되지 않습니다. 그미의 아버지는 과거에는 용맹스러운 군인이었는데, 무척 엄격한 분이었습니다. 특히 부패한 성직자들의 비리에 대해 참지 못해서, 그들과 언제나 다투곤 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성직자들은 카타리나의 첫 번째 결혼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미는 아버지의 강요로 마음에 들지 않는 남자와 결혼식을 올려야 했습니다. 그미의 남편, 데니젤은 군인이자, 전쟁 범죄자였으며, 나이가 많았습니다. 말하자면 아버지는 자신의 나이든 친구를 딸과 결혼시켰던 것입니다.

 

어느 날 데니젤은 아내가 여전히 로버트를 사랑하고 그와의 결혼에 집착하고 있음을 뒤늦게 깨닫습니다. 카타리나가 자신을 속였다고 확인하는 순간, 데니젤은 충격을 받아서 심장마비로 사망하고 맙니다. 남자는 겉으로는 매우 강하지만, 남자의 리비도는 여성만큼 유약하지요. 로버트는 카타리나가 결혼식을 치렀지만, 그미의 주위에 맴돌고 있었습니다. 그미의 남편이 심장마비로 사망했을 때, 사람들은 그미에게 손가락질합니다. 이를 바라보던 로버트는 더 이상 카타리나와 행복하게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절망에 사로잡힌 로버트는 은둔자가 되어 어느 숲에서 칩거하며 살아갑니다.

 

사랑의 상처는 카타리나의 마음에 굳은 자물쇠를 채웁니다. 카타리나는 아라스에서 살롱 일에 전념하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어느 날 두 남자가 동시에 청혼하는 일이 벌어졌던 것입니다. 경악에 사로잡힌 그미는 다시금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결코 두 번 다시 결혼하지 않으리라고 다짐합니다. 그런데 비극적 사건은 수사, 뒤보스에 의해 발생합니다. 뒤보스는 당시에 도시에서 현자로 추앙 받고 있었던 수사였습니다. 그러나 카타리나를 보는 순간, 이성을 잃게 된 것이지요.

 

가톨릭 규정상 독신으로 살아야 하지만, 카타리나라는 매혹적인 여성이 자신의 얼어붙은 가슴에 사랑의 불씨를 집혔던 것입니다. 더욱이 귀족 프리드리히가 카타리나에게 다가가서 포옹하는 모습을 바라본 순간, 뒤보스는 견딜 수 없는 질투심에 사로잡힙니다. 연애 경험이 없던 수사로서는 내면에서 끌어오르는 질투심을 극복할 방도가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권한 그리고 직책을 포기하더라도 그미를 차지해야겠다고 굳게 결심합니다.

 

뒤보스는 자신의 애타는 사랑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무리하게 행동합니다. 이는 결국 사랑하는 임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게 아니겠습니까. 그는 아라스의 주교를 만나, 카타리나에 대한 거짓된 소문을 전합니다. 즉 카타리나는 부도덕하게 살아가며, 비밀리에 이단의 종교를 믿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뒤보스는 일단 카타리나를 가난하게 만든 다음에 그미를 차지하려고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태는 단순한 사건으로 끝날만한 게 아니었습니다.

 

카타리나에 대한 심문은 단 한번으로 그치지 않았던 것입니다. 결국 그미는 마녀로 몰리게 되고 종교 재판을 치르게 됩니다. 뒤보스는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만든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지만, 아뿔싸 밀고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카타리나 그리고 사회의 모든 계층에 속하는 몇몇 무고한 시민들은 어느 날 벌겋게 달아오른 화형대에서 불에 타서 고통 속에서 질식한 채 사망합니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