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동독문학

서로박: 안나 제거스의 제 7의 십자가 (2)

필자 (匹子) 2021. 11. 13. 21:36

8. 탈주의 과정 (3), 탈출한 죄수를 만나다. 파울 뢰더를 찾아가다: 게오르크는 도중에 프랑크푸르트의 어느 탑에서 함께 탈출한 죄수, 퓔그라베를 만납니다. 그는 상인으로서 오래 전부터 금전적으로 공산주의자들을 돕다가 수감된 사람이었습니다. 퓔그리베는 주인공에게 함께 자수하자고 종용합니다. 그러나 게오르크는 이러한 제안을 거절하고 다시 배회합니다. 게오르크는 자신을 버린 여자 친구 레니가 원망스러웠습니다.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독일을 떠날 수 없으므로, 그미의 도움을 절실하게 필요했던 것입니다. 자신의 가족 친척들을 찾아가는 것은 몹시 위험한 일이라고 판단되었습니다.

 

이때 주인공의 뇌리에 떠오르는 친구가 파울 뢰더였습니다. 파울은 평범하게 살아가는 친구로서 당국의 이목을 끌지 못하는 인물이라고 판단되었습니다. 주인공이 그를 찾아갔을 때, 파울은 주인공을 따뜻하게 영접합니다. 파울은 프랑크푸르트에서 노동자로 일하면서 처자와 살고 있었습니다. 게오르크는 자신이 최근에 수용소를 탈출했으며, 국외 도주를 위한 도움이 필요하다고 친구에게 털어놓습니다.

 

9. 탈주의 과정 (4), 뜻을 같이하는 친구들의 도움: 파울은 친구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을 한 명씩 수소문해 나갑니다. 그 사이에 게오르크는 파울의 이모 집에서 편안히 숨어 지낼 수 있었습니다. 파울은 오랫동안 함께 일하던 작업 동료이자 공산주의자인 피들러를 만납니다. 이때 피들러는 파울과 함께 주인공을 돕겠다고 공언합니다. 주인공은 신변의 안전을 위해 주인공이 피들러와 친한 친구, 크레스 박사의 집에 은거합니다.

 

달포가 지난 다음 피들러의 부인이 게오르크를 찾아와 서류 봉투 하나를 건네줍니다. 봉투에는 인근 지역의 지도가 그려져 있는 메모지, 위조된 여권 그리고 약간의 돈이 들어 있었습니다. 다음날 새벽 게오르크는 마인츠에서 배에 승선하여 네덜란드로 탈출하는 데 성공합니다. 일곱 번째의 십자가는 비어 있습니다. 그것은 그 자체 희망과 저항의 상징이 됩니다. 나치 정권은 공포 정치로써 모든 것을 완전무결하게 장악했지만, 자신의 무기력함을 체험하게 된 것입니다. 강제수용소의 사령관은 교체되고 맙니다. 수용소의 끔찍한 고문과 억압의 횡포를 접한 그는 냉소적인 웃음을 지으면서 일곱 개의 십자가를 철거하도록 조처합니다.

 

10. 과연 우리가 목숨을 걸고 친구를 도와줄 수 있을까?: 주인공은 탈출 도중에 친구들, 친척들 그리고 뜻을 같이하는 동지들과 조우합니다. 이들은 주인공과 만나자, 과연 자신이 탈출한 죄수를 도와주어야 하는가? 행여나 이로 인해 자신도 목숨을 잃는 게 아닌가? 하고 고민합니다. 이때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다짐합니다. “당연히 도와주어야 할 뿐 아니라, 반드시 필요하다.”

 

게오르크의 탈출의 과정은 이데올로기 내지 정치적인 모티프가 아니라, 어떤 도덕적 결단을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자유를 위해 탈출하는 한 사람이 병, 굶주림, 악몽, 자살 욕구, 절망적 상태, 나약함 등으로 몰락해 나가는 게 아니라, 경찰의 완벽한 정치망의 그물에서 빠져나와 살아남는다는 것은 그 자체 의미심장합니다. 정치 조직 내지 당이 아니라, 단순한 사람들이 탈출자 한 사람의 생존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거는 태도는 당연한 것이지만, 참으로 아름다운 행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11. 소설의 구조적 특성: 안나 제거스의 서술 방식은 냉정하고 간결합니다. 작가는 소설의 구성.에 있어서 미국작가, 존 도스 파소스 John Dos Passos의 방식을 많이 참조했습니다. 이야기는 127 개의 짤막한 장면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이여기는 사건의 순서대로 전개되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는 사건의 내용을 서로 대조적으로 연결시키기도 합니다. 처음과 마지막에 짤막한 틀을 갖춤으로써 시작과 끝을 연결시킨 것도 특징적입니다.

 

주인공의 내적 독백 그리고 회상 등은 사건의 진행 과정 속에 간간이 삽입되어 있는데, 이로써 독자들은 소설이 전해주는 강한 긴장감 그리고 주인공의 내면세계와 자세 등을 은근하게 추체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소설 기법 등은 구동독에서 강조되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기법과 커다란 차이점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제거스는 루카치와의 편지 교환에서 “전체적 보편성의 서술적 관점에서가 아니라, 개별성 특수성이라는 서술적 관점이 현실을 직시하는 데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으나, 과감하게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원칙을 통째로 부정하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제 7의 십자가』는 제 2차 세계대전 동안에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