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동독문학

서로박: 안나 제거스의 체 7의 십자가 (1)

필자 (匹子) 2021. 11. 13. 21:34

1. 놀라운 저항 문학: 오늘 독일의 소설가 안나 제거스 (Anna Seghers, 1900 - 1983) 의 소설, 『제 7의 십자가』를 다루려 합니다. 원고의 일부는 1939년 모스크바에서 간행되는 『국제 문학』에 발표되었습니다. 소설의 완성 본은 1942년 멕시코에서 발표된 바 있습니다. 안나 제거스는 이 작품을 독일에서 파시즘과 싸우다가 전사한 사람에게 바쳤습니다. 『제 7의 십자가』는 독일의 저항 문학 작품 가운데 수작으로 손꼽히며, 외국에서도 많은 호평을 얻었습니다. 제거스는 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에 프랑스에 체류하다가, 멕시코로 망명한 작가입니다.

 

그미의 작품 가운데 우리가 망각할 수 없는 명작으로 『통과비자 Transit』가 있습니다. 그런데 제거스의 동독 귀환 후에 남긴 작품들은 이전의 저항 문학의 작품들에 비해 가치 내지 영향력이 떨어집니다. 이는 그미가 동독 국가에 굴복하고 살았다는 데 기인합니다. 한 작가가 체제 옹호적 태도를 취할 때, 신변은 안정되겠지만, 비판의 촉수를 상실하곤 합니다. 가령 안나 제거스는 발터 얀카 Walter Janka가 볼프강 하리히 사건으로 당국에 의해 구속되었을 때 그미는 끝까지 침묵을 고수했습니다.

 

2. 파시즘 이데올로기: 제거스는 이전에 발표한 소설에서 1930년대 말에 발생하게 될 히틀러의 폭력을 예리하게 예견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내적이고 능동적인 가능성을 타진하였습니다. 1933년에 발표된 두 번째 작품『일인 수당 Der Kopflohn』에서 작가는 파시즘의 이데올로기가 어느 독일 마을을 어떻게 서서히 장악해 나가는가? 하는 과정을 집요하게 묘파하고 있습니다. 1937년에 발표된 소설 『구출 Die Rettung』은 동쪽 독일 지역인 슐레지엔에서 광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애환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작품은 그들이 실업자가 되자, 어떻게 가난을 극복하며, 당국과 어떠한 문제를 야기하는가? 하는 문제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1935년에 발표된 『2월의 노정 Der Weg durch den Februar』에서는 오스트리아의 노동자의 역정이 서술되고 있습니다. 오스트리아의 정치가, 엥겔베르트 돌푸스 (Engelbert Dollfuß, 1892 - 1934)는 1934년 오스트리아의 연방 수상이 되었는데, 이탈리아의 무소리니의 파시즘에 동조하면서, 법치국가, 사회 민주주의 그리고 다원주의 등을 차례로 약화시켰습니다. 이에 흥분한 노동자들은 폭동을 일으켰는데, 제거스는 이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하였습니다.

 

3. 완전무결한 국가의 감시망 그리고 작가의 낙관적 관점: 소설 『제 7의 십자가』는 1937년 가을 독일 중부도시 마인츠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작품 내용은 엄밀히 말하자면 실제 현실과는 조금 다릅니다. 1937년만 하더라도 히틀러는 자신의 정치적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는 군수물자 생산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정치적 반대파를 차례로 탄압해갔습니다.

 

이에 비하면 작품 속의 독일에서는 히틀러의 제 3제국이 완전히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히틀러의 독일 군대에 저항할 수 있는 찬스는 더 이상 주어져 있지 않습니다. 암울한 한계 상황 속에서도 소설의 화자는 절망적으로 서술하는 게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낙관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파시즘은 언젠가는 반드시 패배를 선언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 화자는 동시대인들과 함께 끊임없이 노력해 나가야 한다는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4. 일곱 명의 죄수 수용소를 탈출하다: 소설의 줄거리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주인공은 게오르크 하이슬러라는 기술자입니다. 그는 공산주의의 지조로 인하여 독일 라인강변에 위치한 베스트 호펜의 강제 수용소에 수감되었습니다. 어느 날 게오르크는 다른 여섯 명의 정치범들과 함께 수용소를 탈출합니다. 죄수들은 아침 이른 시간에 수용소를 떠나 다른 곳에서 강제 노역하고 있었는데, 보초를 서던 독일 군인 한 사람을 때려죽이고 도주를 감행한 것입니다.

 

뒤이어 독일 군인들은 사냥개를 풀고 헤드라이트를 비추면서 도망친 죄수를 잡으려고 혈안이 됩니다. 이때 죄수 가운데 한 명이 그들에 의해 체포됩니다. 나머지 여섯 명의 죄수들은 탈출에 성공합니다. 사령관은 인접 영역을 차단시키고 아무도 자신의 구역을 떠나지 못하게 조처합니다. 반드시 일주일 내에 죄수들을 체포하게 되리라고 공언합니다.

 

5. 마지막 한 명이 탈출에 성공하다: 수용소의 사령관, 파렌베르크는 더 이상 다른 죄수들이 탈옥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겁주기 위해 탈출한 죄수를 모조리 체포하도록 명령합니다. 그 다음에 사령관은 운동장의 춤추는 곳에 묘지를 파놓고 그 위에 일곱 개의 십자가를 설치해 둡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탈출한 죄수 가운데 네 명을 체포되어, 재차 감옥에 수감되어 무차별한 고문을 당합니다.

 

이들 가운데 주인공의 친구이자 우상이었던 에른스트 발라우는 끝내 맞아죽습니다. 다섯 번째 죄수 퓔 그라베는 도주하여 그의 고향에 도착하기 전에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습니다. 여섯 번째 죄수는 도망자 신분이 되어,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거의 절망 상태에 빠집니다. 체포되면 끔찍한 고문 후 처형당한 뒤에 목숨을 잃는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입니다. 그후 여섯 번째 좌수는 수용소로 되돌아와서 자수합니다. 오로지 일곱 번째 죄수인 주인공 게오르크 하이슬러만이 탈출에 성공합니다.

 

6. 탈출의 과정 (1): 수사망을 뚫다: 게오르크는 강둑에 몸을 숨어 있다가, 들판을 가로질러 인접한 마을로 잠입합니다. 그곳에서 겉옷을 훔쳐 걸친 다음에, 죄수복을 팽개칩니다. 그러나 게오르크는 더 이상 마을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밤이 되어 그는 마을에 설치된 장벽을 뛰어넘고, 프랑크푸르트로 향합니다. 프랑크푸르트에는 자신의 여자 친구 레니가 살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양조장 차량이 지나치다가 주인공을 태워줍니다.

 

양조장 운전기사는 오펜하임과 마인츠 사이의 접경 지역에서 주인공을 하차시킵니다. 게오르크는 일단 마인츠로 향하는 게 도움이 되리라고 판단하여 전차를 몰래 타고 마인츠로 향합니다. 마인츠 성당의 작은 코너에 몸을 숨겨서 잠시 눈을 붙입니다. 팔에 통증을 느껴 좀처럼 잠을 청할 수 없었습니다. 탈출 도중에 유리조각에 찔려 심하게 찢겨져 있었고, 피가 새어나오고 있었습니다. 아침 일찍 유대인 의사를 찾아가서 치료를 받습니다.

 

7. 탈출의 과정 (2), 친구들을 찾아가다.: 게오르크는 라인 강을 따라 걷다가 어느 낚시꾼이 벗어놓은 옷을 훔칩니다. 도중에 경찰 한 사람과 조우하는데, 이때 그는 쏜살같이 도주합니다. 번화가에 들어섰을 때 다행히 경찰은 더 이상 추적하지 않았습니다. 게오르크는 어느 상점에 들어가서 맥주 한 캔을 구입한 다음에 여종업원으로 하여금 차 태워달라고 애원합니다. 여종업원은 주인공을 프랑크푸르트 근교에 있는 마인츠 몸바흐 지역에 내려줍니다.

 

어느 헛간에서 밤을 보낸 뒤에 게오르크는 여자 친구 레니를 찾아갑니다. 그러나 레니는 그동안 어느 국가 사회주의자와 정분이 나 있었습니다. 화가 난 게오르크는 집안으로 뛰어 들어가서 먹을 것을 챙깁니다. 주인공이 도착한 곳은 죽은 친구 벨로니가 살던 집이었습니다. 벨로니는 함께 탈출하다가 발에 총을 맞고 낙사하고 말았던 자였습니다. 벨로니의 부인은 남편의 죽음에 눈물을 흘리면서 주인공에게 옷가지와 약간의 돈을 건네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