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Lindenberg

"날 데리고 놀아주세요." Lindenberg: RH 마이너스 O형 (3)

필자 (匹子) 2021. 6. 24. 06:35

우도 린덴베르크의 「RH 마이너스 O형」은 놀라운 시작품이다. 그것도 음악적으로, 문학적으로 독창적인 예술품이다. 작품에서 흡혈귀는 피 가운데 RH 마이너스 O형의 피를 마시지 못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에게 걸려든 사람에게 특정한 피를 마실 수 없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이에 흡혈귀를 측은하게 여긴 주인공은 술집으로 데리고 가서, 그와 진솔한 대화를 나눈다.

 

흡혈귀 - 그는 통상적인 직업인이 아니다. 낮에는 관에서 잠을 자고, 밤에는 피를 빨러 다닌다. 힘들게 일하고지루한 일을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 이에 주인공은 자신도 흡혈귀로 살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이때 흡혈귀는 다음과 같이 충고한다. 치과의사의 추천서를 발급받은 다음에 흡혈귀라는 직업을 선택하겠다고 당국에 신청을 하라는 것이다.

 

흡혈귀가 상징하는 바는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직업인은 뼈 빠지게 일하며 (malochen),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생활한다. 그들에 비해 흡혈귀는 삶 자체를 즐기며 살아간다. 린덴베르크의 노래는 일과 향락 사이의 갈등을 떠올리게 한다. 상대방을 즐겁게 함으로써 생활비를 버는, 아니 상대방을 즐겁게 해주는 대신에 의식주를 해결하는 인간은 어느 부류의 인간일까? 이 경우 상대방의 목에 빨대를 꼽는 것은 노동의 대가일 뿐이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은 린덴베르크에 의하면 콜 보이일지 모른다. 기사 (Kavalier), 콜 보이, 남창 - 세상에 콜 걸은 많지만, 콜 보이는 드물다. "여성 고객은 주어진 시간에 얼마든지 나를 갖고 놀 수 있어요." 콜 보이라고 해서 반드시 고객과 섹스만 하는 것은 아니다. 화투를 치자면, 화투를 치고, 대화를 나누자면 대화를 나누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족하다.

 

린덴베르크는 외친다. "날 데리고 놀아주세요, 고객님." 물질 이후의 시대에는 외로움이 괴로움보다 견디기가 더 어렵지 않는가? 외로움을 떨치게 해주고, 삶의 즐거움을 부추기는 일 - 그런데 이러한 직업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일감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 가지 조건이 선결되어야 한다. 사전에 스스로 파트너를 고를 수 있는 권한이 바로 그 조건이다. 흡혈귀가 RH 마이너스 O형의 피를 빨지 않듯이, 콜 보이는 자신의 파트너를 스스로 선택할 권리를 지니고 싶어 한다. 엥? ^^ 

 

누군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니, 여보세요. 사과 장수가 사과 사러온 사람에게 당신이 싫으니 당신에게만 물건 팔지 않겠다고 선언할 수 있나요? 미용사가 외국인 고객에게 당신 머리 만지고 싶지 않으니, 그냥 나가라고 호통 칠 수 있나요? 고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물건 팔지 않겠다니, 그건 상도 (商道)에 어긋나지요."ㅎㅎ

 

 

다음을 클릭하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S3DXn3N-jK8

Live (1975)

https://www.youtube.com/watch?v=f1bK7JXvAPY

 

RH 마이너스 O 형

 

"자정이었어. 나는 산보하는 참이었지.

 그때 거대한 모자를 쓴 남자가 어둠 속에서

 내 뒤를 따라오는 것을

 나는 느꼈지.

 그는 나에게 말을 걸었어.

 입을 쩝쩝거리며, 이빨을 뿌드득 갈면서,

 '아, 제발 친절하게 나에게

 당신의 혈액형을 가르쳐 주실래요?'

 

 나는 그가 흡혈귀라고 생각했어.

 그럼 이 경우에는 언제나 신중해야 해.

 나는 말했지, '잠깐, 주민증을 봐야 해요.'

 RH 마이너스 O 형. 그때 그는 인상을 지푸리며

 말했지, '제길, 하필이면 그것이람. 나는 그 피 마실 수 없어요!.'

 

 그를 달래려고, 한 잔 맥주 마시자고

 그를 초대했어.

 그럼에도 그는 '그건 날 즐겁게 하지 않아요.

 내가 좋아하는 음료수는 단 한가지, 그건 피에요!'

 

 우린 날씨, 신 그리고 세상에 관해

 아주 멋지게  대화를 나누었지,

 그는 자신의 흡혈귀의 삶을 이야기해 주었어.

 그러한 삶을 무척 마음에 들어 했어.

 그는 말했어, '뼈 빠지게 일할 필요도 없지요,

 매일 일하러 갈 필요도 없어요.

 낮에는 관 속에서 잠을 자고,

 밤에는 피 마시러 돌아다녀요.'

 

 '그래, 사실 그렇다면, 나도 흡혈귀이고 싶어요'

 그는 말했지, '트랜실바니아 감독청에다

 흡혈귀 신청서를 제출하세요.

 그러기 위해서는 치과 의사의 유효증이 필요해요.

 만약 송곳니 네개가 너무 짧으면,

 당신은 우리의 모임에 가담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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