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한국 문학

(명시 소개) 현실을 넘어서는 상상 공간. 김광규의 시 「물오리」 (1)

필자 (匹子) 2021. 6. 21. 15:05

: 안녕하세요? 오늘은 김광규의 시 「물오리」를 토대로 논해보기로 하겠습니다. 많은 시들 ㄱ운데에서 이 시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요?

: 시, 「물오리」는 시인의 예술적 그리고 존재론의 사유를 가장 훌륭하게 반영한 작품입니다. 언젠가 루드비히 포이어바흐는 『기독교의 본질 Das Wesen des Christentums』에서 종교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였습니다. 전지전능한 신의 상은 하나의 상상 공간에서 떠올린 판타지라고 말입니다. 마치 쥐 한 마리가 인간을 떠올리듯이, 인간은 자신과 가장 닮은 더 나은 존재로서 신을 상상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신인동형설Anthropomorphism”의 사상적 계기에 해당합니다.

 

: 쥐 한 마리가 인간을 떠올리듯이, 인간이 신을 상상한다는 표현은 참으로 재미있네요. 그런데 신인동형설이 김광규의 시와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나: 물론 시작품은 하나의 주제를 담고 있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고찰할 때 시인은 물오리를 통해서 자신의 삶과 다른 또 다른 삶의 공간을 유추하고 있습니다. 가령 이편과 저편, 현실과 상상 공간 등으로 말입니다. 이러한 특성은 독일의 시인이자 방송 작가인 권터 아이히에게서도 엿보이는 특성입니다. 김광규 시인은 독문학자로서 『귄터 아이히 연구』라는 연구서를 간행한 바 있어요. 

 

수직이 아니면서도

가장 곧게 자라는 나무

전기를 일으키지 않는

그 위안의 나뭇가지에

결코 앉지 않는

거룩한 새

오리는 눕거나 일어서지 않는다

 

: 원래 작품은 하나의 연으로 이루어져 있지요?

: 네, 작품을 논하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끊어보았습니다.

: 시인의 관찰력은 대단합니다. 오리는 다른 새들처럼 나무나 전깃줄에 앉지 않습니다. 오리가 “눕거나 일어서지 않는다”는 것도 놀랍습니다. 일견 사소한 것 같지만, 이는 오리의 특성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 그렇습니다. 오리는 잡식성이며, 성격 또한 백조와 비교할 때 유순하고 후덕한 편이라고 합니다. 이에 비하면 백조는 오로지 풀만 섭취하며, 이따금 사람들을 공격하는 습성을 지니지 않습니까? 시인이 놀랍게 생각하는 것은 두 가지 사항입니다. 그 하나는 나뭇가지에 기대지 않으며, 다른 하나는 “눕거나 일어서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 눕거나 일어나는 동작은 어떤 끝없는 열망을 연상시키는군요.

: 인간은 무언가를 끝없이 갈구하는 동물입니다. 설령 자신이 애타게 바라던 바가 충족되는, 바로 그 “성취된 우울”의 순간에도 인간은 또 다른 새로운 무엇을 갈망하기 시작합니다. 인간에게는 한편으로는 일종의 허영심으로서의 명예욕, 성공을 갈구하는 신분 상승의 욕구가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휴식과 안락함 심지어는 죽음이라는 무의식적인 욕구가 있습니다. 시적 자아는 오리에게 이러한 욕망이 없기 때문에 눕거나 일어서지 않는다는 특징이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거룩한 새”로 각인되고 있어요.

 

겨울 강 물 위를 부드럽게 떠돌며

단순한 몸짓 되풀이할 뿐

복잡한 아무 관습도 익히지 않는다

눈 덮인 얼음 속에 가끔

물의 발자국 남기고

지진이 나면 돌개바람 타고

하늘로 날아오르며

죽음의 땅 위에 화석이 될

마지막 그림자 던지는

완벽한 새

 

: 이 대목에서 시인은 물오리의 습성을 서술하는 것 같습니다.

: 네, 오리는 “단순한 몸짓”만을 반복할 뿐, “복잡한” 인간의 “관습”을 습득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간의 관습이지요. 인간은 언제나 주위의 타인을 의식하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일도 감히 함부로 행하지 못합니다.

너: 이에 비해 물오리는 복잡한 관습을 배우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냥 단순하게 살아가지요?

: 그렇지요. 관습, 도덕 그리고 법은 인간에게 주어진 권리라고 말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족쇄와 같습니다.

 

: 그래서 고대 그리스의 여러 철학자들은 “피지스φύσις”를 외치면서, 모든 인위적이고 계약적인 관습으로부터 멀어지려고 했군요.

: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다는 정황 - 이것이 개개인에게 심리적인 고통을 안겨주지요. 그렇기에 현대인들의 15%가 심리적 질병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물오리는 이러한 인위적인 사항에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물의 발자국” 남기고, 기상이변이 발생하면, “돌개바람” 타고 하늘 위로 날지요. 시인은 물오리를 “화석”으로 남게 될 “완벽한 새”라고 규정합니다. 왜냐하면 오리는 나중에는 모든 인위적인 욕망을 떨친 채 “마지막 그림자”만 남기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