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한국 문학

(명시 소개) 현실을 넘어서는 상상공간. 김광규의 시「물오리」 (3)

필자 (匹子) 2021. 6. 22. 09:25

날다가 죽어 털썩 떨어지는

오리는 얼마나 부러운 삶이랴

살아서 돌아갈 수 없는 곳

그 먼 곳을 유유히 넘나드는

축복받은 새

나는 때때로 오리가 되고 싶다.

 

너: 앞에서 시적 자아는 “일어서도 또 일어서고 싶고/ 누워도 또 눕고 싶은” 욕구를 안타까운 몸부림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 인간은 죽음을 의식하지만, 언제 죽는지 스스로 모릅니다. 이에 비하면 물오리는 삶과 죽음을 의식하지 않습니다. “날다가 죽어 털썩” 공중에서 떨어질 뿐입니다.

살아서 돌아갈 수 없는 곳/ 그 먼 곳”이 이 시의 아포리아이자 핵심적 의미를 담은 장소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는 어떻게 요약될 수 있을까요?

 

: 첫 번째는 전기적 해석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그 장소는 단순히 시인의 고향일 수 있어요. 외국 문학을 공부하기 위하여 그 지역으로 향해 공부하는 자는 자신의 고향을 찾기 마련이지요. 김광규 시인은 타국에서 언어를 애써 배우고, 지식을 힘들게 섭렵하면서 살아야 했습니다.

 

: 자명하군요. 그런데 두 번째 해석의 방향은 어디로 할할까요?

: 심리적 해석일 수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인간은 주어진 사회의 관습, 도덕 그리고 법에 얽매여 살아갑니다. 게다가 더 나은 삶을 위해서 경쟁해야 합니다. 이로 인한 갈등과 스트레스는 심리적 질병을 부추기기도 하지요. 물오리는 아무런 경쟁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스트레스도, 심지어는 죽음조차도 의식하지 않고 생활하지요.

너: 아, 그 때문에 물오리가 “축복받은 새”라고 묘사되는 군요. 그런데 세 번째 해석이 존재론적 관점과 관련된다면, 앞에서 언급한 아포리아를 지칭하는 것입니까?

 

: 네. “살아서 돌아갈 수 없는 곳”은 또 다른 삶의 영역을 가리킵니다. 시인은 프란츠 카프카와 귄터 아이히에 관한 저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카프카와 아이히의 문학을 예로 드는 게 시적 주제를 파악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카프카의 단편 「학술원을 위한 보고서Ein Bericht über eine Akademie」에서 한 원숭이가 인간의 언어를 배우기 시작합니다. 이로 인하여 원숭이는 인간처럼 사고하도 인간처럼 행동하지만, 원숭이의 삶의 방식을 망각합니다.

 

너: 연극배우 추송웅씨가 맡았던 단막극의 내용이로군요.

: 네. 귄터 아이히의 방송극 가운데에는 「자베트Sabeth」가 있습니다. 이것은 주어진 현실의 벽을 넘어서는 상강 공간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작품입니다. 어느 날 까마귀 한 마리는 인간의 언어를 배워 인간의 세계에 머물게 됩니다. “자베트”라는 이름을 얻게 된 까마귀는 그 때문에 까마귀의 인지 능력을 상실하게 되지요. 「물오리」의 경우도 이와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시작 자아가 추론하는 오리의 세계는 인간의 인식 영역을 넘어서는 그들의 세계일 것입니다. 이러한 세계에서는 인간적 고뇌와 갈등은 자리하지 않을 것입니다. 삶과 죽음 사이에는 별 차이가 없고, 삶과 죽음에 관한 의식 또한 자리하지 않을 것입니다. 시적 자아는 물오리를 “살아서 돌아갈 수 없는 곳/ 그 먼 곳을 유유히 넘나드는/ 축복받은 새”라고 믿고 있습니다.

: 이에 비하면 인간은 더 많은 무엇을 갈구하는 와중에서 그만큼 행복의 괴로움을 자초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