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현대영문헌

서로박: 델라니의 트리톤 (1)

필자 (匹子) 2019. 9. 16. 11:05

1. 사이언스 픽션 작가, 사무엘 델라니: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작가, 사무엘 R. 델라니 (Samuel R. Delany, 1942 - )1976년에 사이언스 픽션 소설 트리톤에서의 갈등. 어떤 중의적 헤테로토피아를 발표하였습니다. 이 작품은 그 해에 가장 훌륭한 작품으로 선정되어 네불라 문학상의 수상작이 되었습니다. 원래 이 작품은 이전에 짧은 제목으로 여러 편으로 발표된 바 있는데, 1995년에는 미국에서 잘 알려진 제임스 티프리 주니어 문학상 후보작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델라니는 어술러 K. 르귄의 아나키즘에 바탕을 둔 사이언스 픽션, 빼앗긴 자들. 어떤 모호한 유토피아(1974)을 읽고, 자신의 소설을 착안했다고 술회한 바 있습니다. 또한 델라니는 다른 작품, 네베르요나Neveryona에서도 서술한 바 있듯이 미래의 개연성의 수학이라고 할 수 있는 컴퓨터의 모듈 연산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포스트모던 작가 카티 아커Kathy Acker1996년 웨슬리언 대학교 출판부에서 간행된 작품집 서문에서 델라니의 트리톤에서의 갈등을 가장 신비적이고 비의적 내용을 담은 작품이라고 소개한 바 있습니다.

 

2. “어떤 중의적 헤테로토피아”: 작품의 부제는 유토피아의 구상에 대한 다양한 모순적 관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유토피아는 말 그대로 최상의 공간 내지 없는 곳no place”이라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델라니는 유토피아를 최상의 장소 내지 없는 장소로 수용한 게 아니라, 미셀 푸코Michel Foucault의 개념 헤테로토피아를 수용하고 있습니다. 헤테로토피아는 자구적으로는 다른 장소 내지 이질적인 공간이라는 의미를 표방합니다. 푸코는 마치 모텔 그리고 묘지 등과 같은, 어떤 일상의 확고한 기관 내지 사회적 장소로부터 벗어난 지역을 헤테로토피아로 표현하였습니다. 실제로 작품은 지엽적 장소로서의 우주의 어떤 헤테로피아의 공간을 현실적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미래의 시점 그리고 태양계의 행성인 해왕성의 위성, 트리톤이 배경이 되는 셈이지요. 해왕성은 지구보다도 17배 무겁고, 크기에 있어서 44배가 넘습니다. 해왕성 주위에는 8개의 달이 있는데, 그 가운데 찬란한 달 하나가 바로 트리톤입니다. 트리톤에는 지구로부터 독립적인 인간 사회가 건립되어 있습니다. 이 사회의 삶에서의 최상의 목표로 설정되어 있는 것은 자유, 바로 그것입니다. 물론 정부 체제가 존재하지만, 정부는 결코 개개인의 사생활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정부에서 일할 사람을 선출하지만, 어떠한 영역에서도 법 규정이 활용되지 않습니다. 고도의 기술이 스스로 작동됨으로써, 인간은 자신의 육체적 모습과 성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미국 작가, 사무엘 델라니 (1942 - ) 현재 뉴욕에서 거주하고 있다.

 

3. 주인공 브론 헬스트롬: 소설에는 브론 헬스트롬이라는 젊은 사내가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그는 이전에는 화성에서 살았는데, 새로운 사회 트리톤에 적응하기 시작합니다. 이때 그는 트리톤에서의 자유와 생경한 관습을 세밀하게 서술합니다. 트리톤에 건너오기 전에 그는 화성에서 남창으로 일했습니다. 남창은 여성들에게 몸을 파는 남성으로서 독일어로 Kavalier라고 명명됩니다. 브론은 노랑머리에 훤출한 키를 자랑하는 백인 남성으로서 금속학에 조예를 지니고 있습니다. 브론은 자기 폐쇄적인 인물로서, 멍 때리기를 좋아합니다. 말하자면 그는 인간관계에서 어느 정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주인공의 인성에 영향을 끼친 곳은 화성의 수도, 벨로나였습니다. 그의 사고는 가부장주의의 전근대적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새롭게 당도한 트리톤 사회의 관습 도적 그리고 법은 몹시 낯설게 느껴집니다. 자기중심적인 깍두기인 주인공은 지금까지 방황하면서 살았습니다. 일이 잘못되면, 모든 잘못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기 일쑤입니다. 브론 헬스트롬은 그만큼 갈등의 삶을 하나의 일상으로 간주하는 기인입니다.

 

4. 스파이크와의 만남: 주인공은 트리톤에서 살고 있는 아름다운 여성, 스파이크를 만납니다. 그미를 통해서 주인공은 자유로운 퍼포먼스 예술가로 활동하기 시작합니다. 브론은 자신의 일에 드디어 어느 정도 만족을 표시합니다. 화성에서 남창으로 일할 때에는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여성 고객들의 요구조건을 충족시키면서 살았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게 된 것입니다. 지구 그리고 행성, 트리톤 사이에 정치적 갈등이 서서히 고조될 무렵 브론은 다음의 사실을 깨닫습니다. 자신은 비록 남성이 지닐 수 있는 모든 육체적 조건을 지니고 있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사랑에 대한 스파이크의 열망을 충족시켜주지 못하리라는 사실 말입니다. 브론은 열정적이고 거침이 없는 여성 스파이크에 연정을 품습니다. 그미는 사랑의 삶에서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실천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브론과의 관계에서 어떤 심리적 성적 만족을 느끼지 못합니다. 결국에 그미는 브론에게 다음과 같이 편지를 씁니다. “우주의 혼란스러운 상황이 나를 몹시 화나게 해요. 우리의 관계를 힘들게 하기 때문이지요. 당신은 언제나 정확한 행동, 올바른 일에 집착하고 있어요. 그 때문에 절망감을 느껴요. 정서적 게으름이 문제이지요.” (78)

 

5. 주인공, 성 전환수술을 받다.: 브론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스스로 여성이 되기로 결심합니다. 말하자면 성전환을 결심하게 된 것입니다. 육체적으로 여성이 되었을 때 그는 지금까지 감지했던 것보다도 더 큰 혼란스러움을 느낍니다. 여성들의 심리 속에 도사린 열정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한 채 단순히 육체만 여성으로 변신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이때 로렌스는 고민에 빠진 친구에게 다음과 같이 일갈합니다.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경미하지만 놀라운 심리적 차이가 도사리고 있어. 특히 성인으로 살아갈 때 느끼는 끔찍한 차이지. 즉 여성들은 남자들처럼 쉽사리 현실에 적응하고 어떤 특정한 더러운 환경에 무조건 순응하려고 하지 않아.” 이때 주인공은 다음과 같이 확신합니다. 즉 비참하고 추악한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으려면, 우리는 여성적 무의식적 공동체에 관한 우주적 구상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입니다. 이러한 구상은 아주 참신하고 귀중한 게 아닐 수 없습니다. 요약하건대 주인공은 자신의 성 전환이 방향 착오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성 전환의 수술을 통해서도 그는 트리톤 사회에서 성적으로 조화로움을 찾지 못합니다. 비록 트리톤이 성을 체계적으로 변화시킨 세상이며, 개개인이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성의 조절이 가능하지만, 정작 주인공은 자신의 사랑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