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문학 이론

서로박: 이저의 독서의 행위

필자 (匹子) 2018. 4. 27. 15:25

볼프강 이저 (1926 -2007)의 "독서의 행위Der Akt des Lesens"1976년 뮌헨에서 처음 간행되었다. 이 책에서 이저는 (과거의 연구서인 "텍스트의 도전 구조"에서 제기된) 문학의 불확정적 특성, 독자의 역할 등에 관한 구상을 발전시키고 있다. 그는 독자는 텍스트를 결코 어떤 유일한 순간 속에서 파악할 수 없다.”는 관찰에서 출발한다. 독서의 흐름 속에서 미적 대상 역시 겉으로 드러난 현상적 모습과 동일시될 수 없다.

 

그 대신 독자의 방황하는 시점은 어떤 이른바 견고성의 형성 (Konsistenzbildung)” 행위 내지는 문맥의 종합을 통해서 미적 대상의 전체성을 파악한다. 다시 말해 독자의 시각은 서로 다른 텍스트의 견해들사이에서 어떤 연결을 창출해냄으로써, 독서시의 불확실한 곳 (혹은 빈 공간)을 채워 나간다. 그러니까 독자는 무의식적으로, 새로운 모든 문장마다 어떤 새로운 지평을 설계한다. 지평은 한편으로는 독자의 기대감을 수정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기억되는 모든 것을 추후 변모하게 작용한다.

 

이저의 두 번째 핵심 사항은 함축적 독자의 개념이다. 이것은 어떤 순수한 구성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경험적 독자의 개념과는 결코 동일하지 않다. 오히려 함축적 독자는 텍스트의 구조, 다시 말해 여러 가지 현재성 내지 현장성의 제반 조건들 (Aktualisierungsbedingungen)”을 밝혀준다. 그러니까 (“구조화된 텅 빈 형태로서의) 수용자의 역할은 이러한 조건에 의해서 이미 처음부터 상정되어 있다. 텍스트는 현재 인간 삶의 세계에 주도적으로 작용하는 인습을 텍스트 기능상의 관련성으로부터 일탈시킨다. 또한 그것은 새로운 (지금까지 추측하지 못한) 내용과 결합되며, 그것을 형성시키게 한다. 이로써 함축적 독자는 지금까지 한 번도 의심받은 적이 없는 규범을 (얼마든지 수정될 수 있는) 인습으로서 수용하고, 이를 연구 대상으로 인지할 수 있게 된다.

 

이저는 재현 (Repräsentation)”이라는 개념으로써 (어떤 유사한 생소화 기능 그리고 규범을 가치 박탈시키는 텍스트의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가상적인 텍스트는 원칙상 현실과 관련되는 게 아니라, 역사적으로 특수한 현실 모델과 관련된다. 이때의 현실 모델들은 선별 및 축소화를 통해 세상의 우연성과 복잡성을 하나의 의미 체계로 만들어낸다. 텍스트는 이러한 모델을 단순히 재생시키는 대신에, 의미 체계의 시스템을 건드린다. 이때 그것은 제각기 주어진 의미 체계의 시스템 속에서 (의미를 정착시키는 데에 필연적인) 선별 과정을 통해 탁월한 작품으로 화하거나, 거부되고, 차단되는 무엇과 관련성을 맺는다. 이로써 텍스트는 그러한 시스템에 대한 반응으로서 의미 체계의 시스템에 의해 극복되지 못한 질문들이나 결핍 사항을 조준할 뿐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서 한 번도 시도된 바 없는 차단된 가능성들을 예리하게 노린다. 이미 잘 알려진 인습이나 규범들은 문학 텍스트에서 기존하는 절대적 필연성으로서의 가치를 박탈당하고, 그 대신 세상은 (구성될 수 있는) 많은 가능성들 가운데의 하나로서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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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범을 문학적으로 가치 박탈시키는 작업은 코드의 변형 (Umcodierung)이다. 코드의 변형은 독자에게 (자신을 조종하고 자신의 방향을 설정시키게 하는 의미 체계의) 시스템에 대한 견해를 전달해준다. 인습이 사회적 관련성속에서 영향을 끼치고 있는 한, 그것은 전혀 의식적으로 인지되지 않는 법이다. 그러나 잘 알려진 것에 대해 의혹을 품게 되면, 다시 말해 익숙한 견해들로 다시 되돌아갈 수 없게 되면, 우리는 다음의 사실을 인식한다. 규범의 삭제된 가치는 어떤 다른 입장들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그러한 필연성을 표시해준다는 점 말이다. 이때 독자는 부정이 무엇을 암시하고 있으며, 아직 표현되지 않은 게 무엇인지를 스스로 발견해야 한다. 텍스트는 독자로 하여금 지금까지 익숙해 있는 기존의 것을 부정하게 한다. 그러니까 그것은 어떤 (새로운) 규범에 대한 빈 형태의 탁월한 윤곽을 미리 기술하고, 다른 한편 독자는 이를 알아차려야 한다. 이로써 텍스트는 독자를 구조 이전의 위치로 향하도록 술책을 사용하는 셈이다.

 

볼프강 이저의 주장에 의하면 텍스트는 기존하는 의미 시스템속의 규범을 생소하게 만든다고 한다. 텍스트의 이러한 기능은 수용자의 의식그리고 주관성의 특성에 대한 의미심장한 고찰로 이어진다. 독자는 작가의 사고에 의해서 점령당해 있기 때문에 (객체로서의 텍스트에 대해) 더 이상 주체로 존재하지 못한다. 따라서 독자는 일시적으로 자신의 개인적 성향을 떠나, 지금까지 자신의 경험의 바깥에 머물렀던 무엇과 조우한다. 이러한 생소화 효과는 독서 시 개인의 어떤 인위적인 분열을 불러일으킨다. 독자는 자신을 잊고,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 의식 속으로 침잠한다. 그리하여 독자의 사고는 독서 시에 다른 사람의 사고로 변하게 되는데, 이는 책 읽을 때 어떤 다른 종류의 의미 구성을 위한 출발점이 된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의 사고에 대한 사고는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를 표현하고 이로써 지금까지 갖추지 못한 무엇을 발견하도록 한다. 부정적 반응은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를 초월시키도록 모든 것을 허락한다. 그리하여 독자는 다른 사람의 외부적 세계 그리고 (근접할 수 없는 것과 결부된) 자신의 고유한 세계를 동시에 관찰할 수 있게 된다.

 

볼프강 이저는 이러한 방식으로 시스템 이론, 현상학 그리고 러시아 형식주의의 방법론 등을 수용하여 그것들을 영향 미학의 포괄적 이론과 접목시켰다. 그럼에도 이저의 독서 이론은 상기한 방법론들에 종속되지 않고, 고유한 수용미학의 입지점을 마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