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일인칭 화자의 보고: 『기독교 도시 국가』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여섯 장은 난파에 관한 사건을 보고하고 있습니다. 화자인 나는 범선을 타고 어디론가 여행하는 남자인데, 폭풍으로 인하여 자신의 배가 난파되는 것을 경험해야 합니다. 승객들과 선원들은 모두 사망하고, 주인공 혼자 살아남아서, 기독교 도시국가인 섬에 당도하게 된 것입니다. 화자인 “나”는 새로 발견된 섬에 머물면서 “기독교 도시국가”의 경제, 정치, 법, 군사, 학문, 예술, 특히 종교의 영역을 세밀하게 서술합니다. 이곳 사람들은 유럽인의 신앙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 유럽인들의 기독교 선교 방식을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왜냐하면 유럽인들은 기독교의 이름으로 장검, 단도 그리고 화살로써 타 지역을 정복했기 때문입니다.
16. 삼각형의 이념, 원의 사원, 정사각형의 도시구도: 기독교 도시 국가는 수학을 바탕으로 축조되어 있습니다. 수학적 이성은 기독교 도시 국가의 외부적 특성 뿐 아니라, 내부적 건축 모든 것을 규정합니다. 섬의 중심에는 “카파르살라마Capharsalama”라는 공간이 있습니다. 카파르살라마는 히브리어에 의하면 “하늘과 땅이 결합하여 영원한 평화가 자리하는 곳”이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사원이 둥근 원으로 이루어진 반면에, 도시는 정사각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제각기 높은 성벽과 탑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도시를 둘러싼 외곽의 공간은 네 개의 산업 지역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동쪽은 농업과 축산을 위한 지대입니다. 각 부분에는 제각기 건물이 있는데,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거대한 탑이 있습니다. 탑 아래에는 아치 모형의 입구가 있으며, 이곳을 통하여 사람들은 기독교 도시 국가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남쪽에는 식료품, 제지업, 섬유 등을 가공하는 공장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그밖에 제지공장, 제재소, 무기 및 도구의 제조 공장이 있습니다. 이 지역에는 사람들이 함께 이용하는 식당과 이와 관련되는 부대시설 그리고 거대한 세탁소가 자리합니다. 서쪽에는 금속과 광업을 다루는 공장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주로 불을 이용하여 유리, 벽돌, 도자기 그리고 금속 제품 등을 제조해내고 있습니다. 특히 공업의 경우 사람들은 모든 일감을 중공업과 경공업으로 구분하여, 모든 업종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김영한: 199).
17. 상행위의 근절과 공동소유 제도: 북쪽에는 제반 생산품의 분배를 관장하는 상업 지역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안드레애의 유토피아는 산업의 균형 있는 발전과 자발적 협동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독교 도시국가』가 농업과 공업의 균형 있는 발전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나중에 출현하게 되는 로버트 오언의 “평행사변형의 사회 모델”의 이전의 모습처럼 여겨질 정도입니다. 기독교 도시 국가에서 상업이 차지하는 위치는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곳 사람들은 이윤을 남기는 상행위 자체를 중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기 자신의 재화를 더욱 확장시키기 위해서 상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상업의 목적은 기독교 도시 국가에서는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지역 공동체 사람들이 물품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공급하기 위함입니다. 기독교 도시 국가의 경우 사유 재산이라는 개념 자체가 결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도시 국가 내에서는 공동의 소유라는 원칙이 있지만, 이곳 사람들은 외부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에 금과 은을 소유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모든 것은 공동 소유의 원칙에 입각해 있습니다. 이를테면 개인 소유의 거주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18. 사유재산의 철폐와 화폐의 폐지: 사유재산의 철폐는 개개인들이 사적으로 사유물 그리고 생산 도구를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을 가리킵니다. 어느 누구도 돈을 소유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화폐는 불필요한 사행심을 부추기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상적인 도시 국가에서는 교환 가치로서의 화폐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안드레애의 유토피아의 경우 장사하는 행위는 처음부터 거부되고 있습니다. 돈은 오로지 다른 나라와의 교역에만 사용될 뿐, 도시 국가 내에서는 무용지물입니다. 돈이 사라지면, 인간의 의식 또한 선량하고 순수하게 바뀌리라고 안드레애는 굳게 믿었습니다. 『기독교 도시 국가』는 어떠한 유형의 시장도 용인하지 않으며, 자유로운 경쟁을 통한 이윤 추구 역시 용납하지 않습니다. 기독교 도시 국가의 경제는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일이 아니라, 최소한의 욕망을 최대한 충족시키는 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이로써 사람들 사이에는 이윤 추구를 위한 경쟁심이 사라지게 되며, 부를 추구하기 위한 욕망 역시 사라질 수 있다고 안드레애는 믿었습니다. 물론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는 법입니다. 그렇지만 기독교 도시 국가 내에서는 만인은 풍요롭지는 않지만, 최소한 자신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사치, 노동 없이 놀고먹는 삶 그리고 구걸 행위 등은 이곳에서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일정 시간 동안 노동해야 합니다.
19. 노동에 대한 가치 부여: 안드레애는 어떤 일감이든 간에 노동의 가치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우리는 이에 관한 예를 약 네 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째로 기독교 도시 국가에서는 천박한 노동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노동에 익숙한 사람들은 결코 특정한 일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북쪽에는 14개의 건물이 존재하는데, 이곳에서는 동물들이 도살되곤 합니다. 그럼에도 그곳에서는 모든 일이 천박하게 동물적으로 행해지지는 않습니다. 짐승을 도살하고 내장을 꺼내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이곳 사람들은 그것을 결코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둘째로 안드레애는 노동자들의 능력이 다양하게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기독교 도시 국가의 수공업자들은 무언가를 배우는 학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수공업과 학문은 필수적으로 관련된다고 저자는 생각하였습니다. 셋째로 기독교 도시 국가의 사람들 가운에 어느 누구도 아무런 생각 없이 노동에 임하지는 않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일감에 대해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광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마지못해서 억지로 광부로 일하는 게 아니라, 자연과 금속에 관한 지식을 습득하는 자세로 노동에 임합니다. 넷째로 안드레애는 직업병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예컨대 한 가지 일을 과도하게 행하는 사람은 조직적으로 스포츠 활동을 행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노동자들은 육체적으로 강건하고 균형 잡힌 몸과 건강을 지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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