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내 단상

(단상. 554). 일하는 베짱이, 인생은 단판 승부가 아니다.

필자 (匹子) 2023. 2. 2. 09:27

나의 젊은 제자들을 생각하면서, 이전의 글을 다시 올립니다.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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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개념이 득위 (得位)가 아니라. 자신의 뜻을 실천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라면, 어떻게 하면 우리는 성공할 수 있을까? 내 경험에 의하면 즐기면서 노력하는 게 성공의 비결이라고 여겨진다. 인간은 스스로의 잠재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어서, 그냥 내버려두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 갈 길을 찾는다. 굳이 통합적 심리학의 선구자, 프리츠 펄스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50년 이상 살아온 분이라면 내 말씀에 공감할 것이다.

 

그래서 자식들에게 공부하라고 귀 따갑게 말하는 것은 신상에 해롭다. 자식을 청개구리로 행동하게 하고, 부모를 싫어하게 만드니까. 대신 미래의 삶에 어떤 동기를 부여하는 게 선생의 일감이며 부모의 일감이라고 여겨진다. 수많은 학부모가 제 자식 무조건 공부시키려고 방과 후에 학원을 보내는데, 이는 잘못되어도 대단히 잘못된 처사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재미있는 놀이와 일감을 스스로 찾게 하고, 이를 지켜보는 게 더 낫다.

 

흔히 베토벤이 악성으로 거듭나게 된 계기는 아버지의 강압적인 훈육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이는 피상적인 견해에 불과하다. 아버지의 강압적인 음악 교육 때문에 베토벤은 고통을 느꼈으며, 음악의 길을 접을까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다시 피아노 앞에 앉게 된 계기는 아버지의 강요 때문이 아니라, 음악에 대한 내면의 열정과 애착 때문이었다. 성공하려고 결심하는 자는 그 과정이 어떻든 자의에 의해 성공을 거둔다.

 

한마디로 말해 휴식은 집중력을 강화시킨다. 필자는 어릴 때부터 시와 음악을 좋아했다. 음악을 듣고 있으면, 모든 시름이 사라진 것 같았다. 지금도 기타를 거머쥐고 싶은데, 귀는 발달해 있고 손놀림이 형편 없어서 연주는 포기한 상태다. 멋진 음악을 듣고 나면, 책을 읽고 싶은 생각이 자주 솟아올랐다. 다행히도 아버지는 나에게 공부하라고 강권하지 않으셨다. 대신에 어머니는 일류 중학교 고등학교 시험장에 매번 끌고 다녔다. 아버지는 나의 친구였고, 어머니는 미운 사감이었다.

 

밤에 깊이 잠잔 사람은 낮에 명료한 두뇌를 굴린다. 하루 14시간 고시 공부한 사람은 나중에 책은 꼴도 보기 싫다고 말하면서, 독서를 멀리한다. 물론 단기간에 무언가를 성취하려는 자는 그런 식으로 해야 할 것이다. 마치 군인들이 명령에 따라 하루 만에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듯이 말이다. 그러나 평생의 놀이와 일을 생각해 보라. 재미가 있어야 오래 매달리게 되고 좋은 결과를 낳는다. 몰입의 즐거움 (칙센트 미하이)은 먼 훗날 반드시 놀라운 성과를 드러내게 한다.

 

필자는 음악 듣기와 걷기를 통해서 하루 4시간 정도 꾸준하게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가령 희망의 원리 - 이것은 7년 걸려 번역한 다섯 권의 번역서이다. 그렇다고 내가 7년 동안 번역만 했는가? 그렇지 않다. 간간이 놀았다. 나의 놀이는 음악 감상과 걷기였다. 이 버릇은 20세 때부터 시작되었다. 대신에 술과 담배는 멀리하였다. 술은 친교에 도움이 되지만, 책 자체가 나의 친구이므로 굳이 사교를 위해 술 마시지 않아도 되었다.

 

마지막으로 나의 학생들 그리고 그 부모님들에게 권고하고 싶다. 의미 있게 놀게 하라고. 학원 보내지 말라고, 일하는 베짱이로 살게 하라고. 공부를 강요하지 말라고, 강요와 채찍은 한 인간의 심리를 서서히 망친다. 실수를 저지르더라도 아이들을 책망하지 말라. 작은 실수의 경우 용서해 주고 기다려라. 인간은 실수 (실패)를 통해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다. 젊은이들은 스스로 자신의 길을 반드시 찾는다. 실컷 유희를 즐긴 자는 미안한 마음을 품는데, 이게 역으로 무언가를 노력하게 한다. 인생은 절대로 단판 승부로 결정 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