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사회심리론

결혼 이야기, 혹은 루신데 (2)

필자 (匹子) 2018. 8. 6. 14:16

남한에서 결혼이란 친척과 지인들에게 합법적으로 성생활을 영위하고 자식을 낳아 기르겠다는 선언으로 이해됩니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이러한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 있습니다. 혼전 동거가 일상화되어 있으므로, 결혼에는 합법적인 성생활에 대한 사회적 허가라는 의미가 도사리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결혼의 의미는 동서양에서 다릅니다. 남한에서 결혼이란 성생활을 합법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의 의미가 강한 반면에, 유럽에서는 동거하는 두 사람이 아이를 낳아 기르겠다는 의미가 강합니다. 결혼하지 않고 두 남녀가 살아도 아무 지장이 없지만, 자녀가 생긴다면, 그 자녀는 호적에 올려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메클렌부르크에 있는 결혼 사무소의 모습. 신랑신부들은 이곳에서 결혼식을 치르고 즉시 혼인신고를 한다.

 

그렇기에 유럽의 동거 남녀들은 자식에 대한 기대감을 지닐 경우에 결혼식을 올립니다. 대부분의 결혼식은 교회당, 아니면 결혼 사무소 Standesamt”에서 거행된 다음에 법적으로 부부가 됩니다. 그렇기에 그들의 혼인은 결혼식과 혼인신고를 마치 따로국밥처럼 처리하지는 않습니다. 남한의 결혼은 웨딩드레스와 턱시도 차림의 결혼식 그리고 온갖 희한한 절차 등을 필요로 합니다. 신랑신부의 마음은 설레고, 결혼식 자체가 성대하게 치러지곤 합니다. 이에 비하면 유럽의 결혼식은 동거하던 남녀가 치르는 통과의례이기 때문에 무미건조하고 썰렁한 느낌을 전해줍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대체로 결혼식을 올리기 이전에 오랫동안 살을 비비면서 동거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신랑은 평소에 입던 정장 차림이며, 평범한 하얀 드레스 아래의 불룩한 배는 임신의 흔적을 드러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