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나의 잡글

장학금 유감

필자 (匹子) 2018. 8. 5. 11:18

교육 재정을 담당하는 주체는 마땅히 국가여야 한다. 그렇지만 실제로 남한 정부는 많은 세금을 징수하지만, 정작 교육을 위해 최소한의 경비만을 지출하고 있다. 코끼리 비스킷이다. 사정이 그러하니, 젊은이들의 교육 재정을 담당하는 자는 오로지 부모들이다. 이로써 남한의 교육적 효과는 국제 경쟁력을 고려할 때 처음부터 서구의 국가들을 따라 잡을 수 없다. 왜냐하면 탁월한 지적 능력을 지닌 어느 젊은이가 가난한 부모를 만났을 경우, 그는 제대로 교육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남한에서 제 아무리 영리해도 가난하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돈 없으면 공부 못한다고 자조적으로 말한다.

 

 

 

재벌들은 유독 자기 자식들을 외국까지 보내서 유학하게 한다. 하기야 자기 자식을 사랑하는 것을 우리가 비아냥거릴 수는 없을 것이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음악을 전공하는 한국인 학생이 수백 명이라고 한다. 그들은 그곳의 교수들도 구입하기 어려운 악기를 구입하여 레슨을 받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나는 -과문한지는 몰라도- 남한 출신의 유학생 가운데에서 세계적인 음악가가 배출되었다는 소식을 많이 접하지 못했다. 내가 천재 기사 조훈현을 존경하는 이유는 바둑을 잘 두기 때문만은 아니다. 조훈현은 친자식이 바둑에 재능 없음을 알고, 일찍이 바둑 교육을 포기했다.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자식이 능력이 없다면, 이에 대해 미련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

어째서 남한 사람들은 자기 자식만 끼고 도는가? 어째서 주위에 참으로 딱하고 실력 있는 소년소녀가장들이 다만 이라는 이유로 그냥 방치되는지 모르겠다.

 

 

 

우리 과 아무개 학생은 학과 수석을 차지하여, 장학금 명목으로 등록금 전액을 면제 받았다. 이 경우는 남한에서 비일비재한 것이므로 논의의 대상도 되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나의 뇌리에는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국가가 부분적이라도 대학에 재정적으로 지원해주는 방도는 조금도 없을까? 그렇게 하기에는 사립대학교의 수가 너무 많다. 그렇다고 교육에 있어서 사립과 공립의 구분이 있을 수 있는가? 남한 정부는 정작 지출해야 하는 곳에는 국비를 지출하지 않고, 불필요한 곳에 아까운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

 

  

 

 

 

 

 

 

 

 

 

등록금 면제가 장학금인가? 장학금이란 명실 공히 학문을 장려하는 금액이 아닌가? 적어도 학문을 장려하려면 공부할 수 없는 학생으로 하여금 아무 걱정 없이 학문에 전념할 수 있도록 경제적으로 도와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나의 주위에는 공부할 시간이 부족해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학생들이 더러 있다.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학기 중에도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니, 제대로 수업에 참석하지도 못한다. 수업에 불참하니 어찌 좋은 성적이 가능하겠는가?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진다. 어떻게 이들을 도와줄 수 있을까? 이는 과연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가능할까? 몇몇 뜻있는 독지가들에게 의존하는 것보다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방도는 없을까?

 

 

 

만약 국가의 지원이 있을 때까지 잠정적으로 성적 장학금과 일반 장학금을 구분해서 지급하면 어떨까? 그렇다면 장학금 전체 액수가 많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의 예산이 적정 수준으로 상향 조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어떻게 가능할까? 특히 사립학교의 경우 대학은 학교 예산을 등록금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사립 대학교 가운데 돈벌이를 수단으로 건립된 학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대학교도 있다. 이러한 대학에는 구성원 각자들의 주장이 매우 강하다. 교원들, 직원들 그리고 학생들은 나름대로 자신이 처하고 있는 이권을 위해서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니 등록금을 상향조정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모든 문제는 오로지 돈으로만 해결될 수 있단 말인가? 일순 갑갑함이 엄습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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