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등장인물과 주인공: 이제 작품을 거론하기로 합시다. 어쩌면 아버지와 딸 사이의 갈등 관계야말로 시민 비극의 유형에 합당할지 모릅니다. 과거 극작가들과는 달리 헵벨은 바로 이러한 부녀 관계를 통해서 비극적 갈등이 파생된다는 것을 예리하게 간파했습니다. 목수 안톤에게는 딸, 클라라와 아들, 카를이 있습니다. 안톤은 마을의 목수로서 경건하지만, 편협하며, 절약을 최상의 미덕으로 생각합니다. 가족이나 이웃의 어느 누구도 그의 아집을 꺾을 수 없습니다. 이에 비하면 그의 아들 카를은 도시 지향적입니다. 안톤의 시각에 의하면 카를은 신을 경배라는 자세를 지니고 있지 않으며, 씀씀이가 헤픈 젊은 건달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10. 처녀, 임신하다: 클라라는 한 남자를 사귀지만, 마음이 여린 농촌 처녀입니다. 그미는 레싱의 “사라 삼손”이나 실러의 “루이제 밀러린”의 경우처럼 단호한 태도를 드러내지 못합니다. 따라서 클라라는 부모의 요구 사항을 거부하지 못합니다. 그러한 한 그미는 부모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합니다. 클라라는 레온하르트와 약혼한 사이입니다. 클라라는 어릴 때 마을 서기와 절친한 친구로 지냈으나, 마을 서기는 너무나 가난하였고,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서 어디론가 떠나 있었습니다.
최근에 마을 서기가 마을로 돌아왔을 때, 클라라의 마음속에는 과거에 품었던 연정이 솟아오릅니다. 레온하르트는 이 사실을 간파하여 질투심을 느낍니다. 레온하르트는 지참금이 탐이 나서 클라라와 약혼한 터였습니다. 어느 날 클라라는 레온하르트와 데이트하다가, 귀가하지 못하게 되고, 그와 동침하기에 이릅니다. 말하자면 레온하르트는 클라라의 순결을 무력으로 강탈한 셈입니다. 사랑 없이 몸 바치는 여자는 불행을 자초하게 되는 법일까요? 바로 이 시점에 이르러 그미는 마을 서기의 애틋한 사랑을 감지하지만, 이는 때늦은 감정이었습니다. 이보다 더 관객을 안타깝게 하는 것은 클라라가 단 한 번의 동침으로 임신하게 되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11. 카를의 절도 혐의와 어머니의 쇼크사: 사건은 카를의 절도 혐의로 심각하게 꼬이게 됩니다. 어느 날 수사반장이 안톤의 집을 찾습니다. 시내의 보석상의 보석이 도둑의 침임으로 모조리 털리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카를은 집에 붙어 있는 성격의 소유자가 아니었습니다. 안톤은 평소의 소행으로 보아 자신의 아들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지레짐작합니다. 안톤은 비록 거칠지만, 경건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결코 남 앞에서 사실을 은폐하는 비겁쟁이가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믿음이 이를 도저히 허용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때 사람들 앞에서 안톤은 큰소리로 일갈합니다. “그놈이 보석을 훔친 게 틀림없어! Er muss die Juwelen gestohlen haben.”
아들에 대한 불신은 결국 어처구니없는 폭언을 낳게 되고, 이 폭언은 끔찍한 비극을 초래하게 됩니다. 아버지의 폭언을 듣던 어머니는 순간적으로 쇼크를 일으켜서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맙니다. 평화로운 가정은 어머니의 돌발적인 죽음으로 풍비박산을 맞이하게 됩니다. 아내의 장례식을 치르는 동안에, 안톤은 클라라에게 다가가서 다음과 같이 속삭이면서 말합니다. “사랑하는 클라라. 내가 기댈만한 자식이라고는 오직 너 뿐이다. 결코 나를 실망시키지 말아라.” 클라라가 만에 하나라도 아버지를 배반하면, 아버지는 자살로써 목숨을 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안톤은 클라라에게 절대로 자신을 배반하지 말라고 강권한다.
12. 절망적으로 해결책을 찾으려는 클라라: 클라라는 처녀로서 임신해 있습니다. 자신의 임신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릴 수 없습니다. 당시에는 아이를 낳지 않을 방도는 거의 주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미가 기댈 사람은 레온하르트밖에 없습니다. 그미는 그와 결혼함으로써 모든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뿐 아니라, 아버지의 명예에 누를 끼치지 않게 된다고 생각하기에 이릅니다. 처녀가 임신했다는 사실이 마을에 알려지면, 이는 가족의 명예에 먹칠하는 셈이었습니다. 가족의 명예를 생각한다면, 클라라가 레온하르트를 사랑하는가, 사랑하지 않는가? 하는 문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레온하르트는 더 이상 클라라에게 매력을 느끼지 않고 있습니다. 아니, 그는 처음부터 그미를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그는 다만 클라라의 아버지가 부자이며, 결혼을 통해서 많은 지참금을 받을 수 있으리라고 속단하였습니다. 나중에 레온하르트는 다음의 사실을 알게 됩니다. 즉 클라라의 아버지가 기대한 만큼 부자가 아니며, 지참금에 해당하는 1000탈러의 돈을 과거의 마이스터에게 쾌척했다는 사실 말입니다. 레온하르트는 클라라에게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오빠가 도둑놈으로 체포당했는데, 내가 어찌 도둑놈의 집안과 혼인할 수 있는가요?”
13. 비극은 편협한 인간의 독선적 사고에서 비롯한다.: 레온하르트와 결혼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클라라는 거의 절망적인 상태에 빠집니다. 마을 서기를 찾아가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합니다. 처녀로서 아이를 낳으면, 아버지와 주위 사람들을 대할 면목이 없고, 그렇다고 레온하르트와의 결혼 역시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을 서기는 클라라의 말을 듣고 독기를 품습니다. 클라라를 불행하게 만든 레온하르트를 어떻게 해서든 혼내야 한다고 믿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서기는 레온하르트를 찾아가 결투를 신청합니다. 결투 끝에 레온하르트는 총살당하고 사망합니다. 그렇지만 마을 서기 역시 팔 부상을 당합니다. 마을 서기가 상처를 치료한 뒤에 집으로 돌아오니,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클라라가 그만 우물에 자신의 몸을 던져 자살했던 것입니다. 카를은 무혐의로 경찰서에서 풀려납니다. 결국 클라라의 아버지, 안톤은 우여곡절 끝에 아내와 딸의 목숨을 잃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무엇 때문에 비극이 자신에게 연이어 발생했는가를 깨닫지 못합니다. 그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고함을 지릅니다. “나는 이 세상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서기는 레온하르트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14. 두 인물의 대립: 이 작품의 핵심 사항은 두 인물의 대립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카를의 개인적 자기 정당성 그리고 안톤의 도덕적인 편협함 사이의 대립을 가리킵니다. 젊은이의 도시 지향적인 사고방식 그리고 안톤의 구시대적인 사고가 서로 충돌하고 있습니다. 이는 작품 내에서 하나의 보편적인 비극으로 부딪치고 있습니다. 「마리아 막달레나」는 바로 이러한 후기 자본주의의 대도시가 생겨나기 이전 농촌 그리고 소도시 사이를 배경으로 한 극작품입니다.
카를 그리고 안톤의 세계관은 작품 내에서 첨예한 차이를 드러내는데, 이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세계관의 도저히 해결될 수 없는 충돌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구체적으로 말해서 인습적 농부인 안톤의 세계관 그리고 아들 카를의 도시 지향적 세계관을 가리키지요. 클라라의 오빠, 카를은 자신의 세계를 “무덤” 내지 “감옥”으로 규정하고, 다른 나라로 떠나겠다고 말합니다. 이에 비해 클라라에게는 자살 외의 다른 선택이 전혀 주어져 있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사회의 규범은 혼외정사 그리고 미혼녀의 삶을 도저히 용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클라라의 독백 속에는 은밀히 루터 성서의 내용이 담겨 있는 것도 농촌의 보수적 이데올로기와의 갈등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15. 근대와 현대의 과도기에 나타난 시민 비극: 헵벨의 작품은 시민비극의 마지막 작품으로 간주될 수는 없습니다. 시민 세계는 전체적으로 고찰할 때 시민의 사유 재산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19세기 독일 프로이센의 삶을 규정하는 자는 더 이상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지요. 그 때문에 시민 사회에서 발생하는 비극적 사건은 더 이상 고전적 의미에서의 비극적 소재로 활용될 수 없습니다. 헵벨의 작품은 근대 봉건 사회의 계율과 현대 초기 자본주의의 새로운 삶의 방식 사이의 거대한 대립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는 도시와 농촌,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 농업인과 상인 사이의 이질적인 세계관 사이의 차이점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헵벨 이후에는 또 다른 비극적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계층이 탄생하게 됩니다. 그것은 제 4계급, 즉 프롤레타리아트를 가리킵니다. 가령 19세기 후반에 나타난 하우프트만의 일련의 사회극을 생각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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