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최신독문헌

전환기 소설 (4)

필자 (匹子) 2017. 9. 15. 09:51

 

- Niki Pawlow: Die Frau in der Streichholzschachtel, 2007.

니키 파블로프는 1964년생으로서 불가리아 출신의 아버지 그리고 독일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는 그미는 1977년에 동독을 떠나서 서독으로 이주하였는데, 『성냥갑 속의 여인』은 파블로프의 첫 작품이다. 작품은 통독 후 신탁회사에서 일하는 여성이 평소에 흠모하던 나이 많은 저널리스트를 만나 사랑을 나눈다. 그러나 이러한 사랑은 언제나 실패로 돌아간다. 왜냐하면 볼프강 키퍼는 서독의 저널리스트이지만, 유약하고 나이 들어서, 주인공 프란치스카의 사랑을 처음부터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러한 러브스토리는 서독의 신탁회사가 동독의 여러 회사들을 집어삼키는 이야기와 병행하여 묘사되고 있다. 독자는 전환기 시대에 서독의 회사들이 구동독에 온존했던 여러 가지 체제의 회사들을 합병하고 인수하는 과정에 관한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는 있지만, 두 사람의 연애 이야기는 완전한 설득력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 Sven Regener: Herr Lehman, 2001. 

브레멘 출신의 작가 스벤 레게너 (1961 - )는 원래 음악을 전공한 사람이었는데, 『레만 씨』라는 소설을 발표하였다. 작품은 베를린의 크로이츠베르크에서 바텐더로 일하는 평범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의 사고와 행동은 일치되지 않는다. 작품의 제목은 친구들의 비아냥거림을 담고 있는 호칭이다. 주인공은 개에게 술을 먹이다가, 결국 개에게 물리는 아픔을 겪는다. 문제는 피해입은 그가 동물학대 혐의로 이중의 피해를 당한다는 사실이다. 어리석은 소시민에 대한 작가의 야유와 아이러니는 야로슬라프 하이에크 Jaroslav Hašek의 소설 『슈베이크』를 떠올리게 한다. 술을 좋아하는 그는 자신의 세계에 파묻혀 살다가 정벽 붕괴를 맞이하는데, 소설의 마지막에 주인공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일단 저질러보자. 그 이후의 일은 자연스럽게 전개되겠지.” 이 작품은 평범한 사내의 눈에 비친 베를린 장벽 붕괴를 평이하게 묘사하여 젊은 독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 Ingo Schulze: Simple Storys. Ein Roman aus der ostdeutschen Provinz, 1998.

작품은 튀링겐 지역의 소도시, 알텐부르크의 변화된 현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묘사하고 있다. 작품에는 스물아홉 개의 짤막한 이야기들이 제각기 독립적으로 서술되고 있다. 슐체는 알텐부르크에 거주하는 독일인들의 다양한 입장과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하였다. 두 개의 이야기만 제외하면 모두 구동독의 소도시 알텐베르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를테면 잠수복을 입고 대로를 걷던 어느 사내가 행인들에게 실컷 얻어맞는 이야기, 어느 연구자는 대학에서 일자리를 잃어서 여행가이드로 살아가는 이야기, 구동독 시절의 어용 작가로 살던 지식인이 알코올 중독자로 변하는 이야기, 저항 정신이 투철하던 동독 학교의 어느 교사가 심장 마비를 일으키는 이야기, 직장을 잃고 정신 나간 어느 교장의 이야기, 대로에서 네오 나치에 의해서 칼에 찔린 쿠바 출신의 어느 택시 운전사 이야기 등이 그것들이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서로 관련성을 지니지 않지만, 주제상의 일관성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통독 이후의 동독 사람들의 변화된 생활에 관한 파노라마이다. 이 책은 노선정씨의 번역에 의하여 2008년 민음사에서 간행되었다.

 

 

 

 

- Ingo Schulze: Neue Leben, 2005.

주인공 엔리코 튀르머는 작가 지망생으로서 구동독의 알텐부르크 출신이다. 전환기 이후에 광고 회사를 경영하면서 일약 경제적인 성공을 거둔다. 소설은 그의 편지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수신인은 세 명의 인물이다. 첫째로 튀르머는 베라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자신이 어떻게 알텐부르크 신문의 창간을 위해 노력해 왔는가? 하는 점을 서술한다. 둘째로 주인공은 어린 시절의 친구, 요한 칠케라는 남자에게 편지를 보내어 정치적 입장을 밝힌다. 셋째로 주인공은 서독 출신의 사진작가인 니콜레타 한젠에게 동독 지역에서 자신이 어떻게 유년시절과 청년 시절을 보내었는가? 를 자세하게 들려준다. 놀라운 것은 클레멘스 폰 바리스타 백작의 활약이다. 그는 마이더스이자 메피스토펠레스의 화신으로서 주인공의 부를 위해서 모든 술수를 획책한다. 소설은 미완성으로 끝난다. 엔리코와 클레멘스는 경제적으로 정점에 처해 있지만, 언젠가는 파멸을 맛보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노선정씨의 번역에 의하여 문학과 지성사에 의해 2권으로 간행되었다.

 

 

 

 

- Ingo Schulze: Adam und Evelyn, 2008.

여자들은 재단사 아담을 사랑한다. 왜냐하면 그는 멋지고 고혹적인 몸매를 보이는 옷을 만들기 때문이다. 아담은 아름다운 여자들을 사랑한다. 자신이 재단한 옷을 입은 여자들 모두가 그의 성적 욕망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그가 사랑하는 여자는 에벌린이다. 1989년 여름 그미는 처음으로 멋진 그를 발견한다. 그렇지만 에벌린은 아담 대신에 여자 친구와 헝가리에 있는 자신의 사촌을 찾아간다. 아담은 폴크스바겐을 몰면서 그미의 흔적을 찾는다. 갑자기 금지된 결실이 열매를 맺게 된다. 1989년 여름에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장소를 마음대로 선택하게 된 것이다. 작가는 금지와 유혹, 사랑과 인식 그리고 천국에 대한 동경 등에 관한 근원적 역사를 발견한다. 과연 천국은 어디에서 발견될 수 있을까? 여름날 아무런 제약이 없이 즐길 수 있는, 서방세계의 플라텐 호수인가? 아니면 이미 익숙해 있는 자신의 정원 내지 이미 익숙해 있는 사무실에서 열어보는 신선한 빵 봉지일까?

 

 

 

 

- Jens Sparschuh: Der Zimmerspringbrunnen, 1995.

동베를린 출신의 작가 옌스 슈파르슈 (1955 - )의 『실내분수』는 1995년의 작품이다. 힌리히 로베크는 구동독 시절에 거주지를 관할하던 관리로서, 스스로 독일 통일의 희생양이라고 자처한다. 실업으로 인하여 아내로부터 구박을 당하던 주인공은 친구 우베 스트뤼버와 함께 노동청으로 가서 판타 라인 회사의 영업 사원으로 취직한다. 두 사람은 실내분수 모델인 “요나”를 판매하는데, 저조한 실적을 올린다. 그래서 힌리히는 새로운 모델 “아틀란티스”를 개발한다. 구동독의 설계도 위에 베를린의 TV 탑을 설치한 실내분수가 발명된 것이다. 이 제품은 구동독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과거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게 되고, 주인공은 사업적 재능을 인정받게 되지만, 아내와의 관계는 더욱더 소원하게 된다. 아내는 풍요로운 삶을 즐기려고, 직장 동료인 건축가 토마스 하만과 바람을 피운다. 실내분수는 인간이 향유하려는 욕망의 객관적 상관물로 이해될 수 있으며, 작품은 한마디로 통독 이후의 나이 많은 남성들의 소외감을 주제화하고 있다.

 

 

 

 

- Uwe Tellkamp: Der Turm, 2008.

800 페이지에 달하는 텔캄프의 소설은 1980년대 구동독의 드레스덴의 상류층 그룹이 거주하는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리하르트 호프만은 드레스덴의 의사인데, 자신의 외도를 눈감아주는 대신에 스타지에 가담하라는 요청으로 괴로워한다. 그는 어느 친구와의 갈등으로 칼에 찔리게 되고 스타지로부터 재산 압류 요청이 왔을때 체제비판적 태도를 취하면서, 아내와 함께 반체제 운동을 전개한다. 그의 아들은 군대에서 억울하게 영창을 가게 되고, 1989년에 탱크 속에서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맛본다. 또 다른 주인공으로서 멘노 로데라는 사람이 등장하는데, 그는 헤르메스 출판사의 편집인으로 일하면서 작가들과 교우한다. 텔캄프는 의사출신으로서 뒤늦게 문학으로 전업한 작가이다. 그는 세 사람의 등장인물을 통하여 구동독의 병원, 출판사 그리고 군대 조직의 체계 내지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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