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쉬 3

서로박: 프리쉬의 만리장성

프리쉬의 「그들은 다시 노래 부른다. 어느 레퀴엠의 시도」는 제 2차 세계대전의 악몽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시도”라는 표현에서 우리는 세계대전에 대한 스위스 작가의 어떤 거리감을 읽을 수 있다. 이에 비하면 세 번째 드라마 「만리장성」에서 프리쉬는 원자 폭탄 및 수소 폭탄의 발전 및 (비참한) 결과를 추적한다. (B. 브레히트의 「갈릴레이의 생애」 제 2원고 그리고 뒤렌마트의 「물리 학자들」에서와 마찬가지로) 프리쉬는 과학자들의 자기 파괴 행위를 지적한다. 그렇지만 프리쉬의 극은 브레히트처럼 역사적 소재에 몰입하지도, 뒤렌마트처럼 우스꽝스러운 현재에서 그것을 실험하지도 않는다. 프리쉬는 「산타크루즈」처럼 시공을 뛰어넘는 창작 원칙을 작품에 그대로 도입한다. 현재는 “오늘날 사람”으로써, ..

44 20후독문헌 2021.09.09

서로박: 프리쉬의 '돈환, 혹은 기하학적인 사랑'

친애하는 M, 오늘은 막스 프리쉬 (Max Frisch, 1911 - 1991)의 희극 작품 ?돈환 혹은 기하학에 대한 사랑?에 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1953년 5월 5일 취리히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습니다. 나중에 작가는 제 3막 후에 이어지는 막간극 그리고 가브리엘 텔레즈 (1571 - 1648)의 “돈환” 공연에 대한 논평 등을 삭제합니다. 기이한 패러디를 동원하여 프리쉬는 다음의 사항을 은근히 드러냅니다. 즉 돈환은 여성의 꽁무니를 따라 다니는 남자가 아닙니다. 나르시시즘에 사로잡힌 채 세상을 시니컬하게 바라보는 우울한 사내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프리쉬의 돈환에게는 성욕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일치되는 정신을 드러내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따라서 돈환은 “남성적 기하학”을 사랑합..

44 20후독문헌 2021.03.05

서로박: 프리쉬의 안도라

막스 프리쉬 (1911 - 1991)의 극작품 「안도라 Andorra」는 1946년 자신의 일기에서 맨 처음으로 산문 작품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작가는 다섯 번이나 수정한 뒤 1961년에 비로소 작품을 완성하였고, 1961년 11월 2일에 취리히에서 처음으로 상연되었습니다. 작품의 주제는 한마디로 (마치 미국의 작가, 밀라드 램플 (M. Lampell, 1919 -?)이 극작품 "장벽"에서 다룬 바 있는) 반유대주의에 관한 것입니다. 램플이 바르샤바 게토에서 불안한 나날을 보냈던 유대인들의 비극적 운명을 제한적으로 기록한 반면에, 막스 프리쉬는 어떤 특정한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동시대인들에게 유태인 문제를 직접적으로 전하려고 합니다. 사회적 편견의 문제는 어떤 정치적 상황에서 비롯하는 것입니다. “하얀” 안..

44 20후독문헌 2017.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