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베세 3

서로박: (1) 체자리 파베세의 '아름다운 여름'

1. 어찌 우리가 타자의 마음을 감히 들여다볼 수 있는가? 삶은 수많은 고통과 슬픔, 아쉬움과 상실의 감정을 간직하게 합니다. 이러한 감정은 자기 자신의 직간접적인 체험에 근거하는 것입니다. 가령 우리는 타자의 애환을 막연히 유추할 수밖에 없습니다. 체자레 파베세 역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가 소설 집필 시에 체험화법을 활용하고 모든 것을 일기 형식으로 서술하려 한 이유는 바로 그 때문입니다. 무심하게 지나치는 행인의 마음속에 넘실거리는 감정의 파도는 얼마나 격정적일까요? 그렇지만 행인은 내 곁을 소리 없이 스쳐 지나갈 뿐입니다.  오늘은 체자레 파베세의 장편소설 삼부작, 『아름다운 여름 La bella estate』을 다루려고 합니다. 이 작품집은 1949년에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간행되었습니다. 책에..

34 이탈스파냐 2024.12.20

서로박: (2) 체자레 파베세의 두 편의 소설

(앞에서 계속됩니다.) 7. 언덕 위의 집: 고독을 추구하는 스테파노의 낯선 존재는 두 번째 작품 『언덕 위의 집La casa in collina』에서도 다시금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1947년에 완성되어 이듬해에 발표되었습니다. 소설의 시점은 1943년 초여름으로서 북부 이탈리아에서도 독일군이 세력을 키워나가고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나이 마흔의 중년 남자, 코라도입니다. 그는 이탈리아 투린에 있는 중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가 거주하는 곳은 도시 외곽에 있는 어느 언덕의 집입니다. 이 집에는 두 명의 여인이 살고 있습니다. 코라도가 도시를 떠나 생활하는 까닭은 전투기 폭격을 당하지 않기 위함입니다.  전쟁의 와중에서 코라도는 오후에 틈만 나면 산책을 합니다. 산책길에서 코라..

34 이탈스파냐 2024.12.16

서로박: (1) 체자레 파베세의 두 편의 소설

1. “사랑은 미친 짓이다”: 이탈리아의 작가, 체자레 파베세 (Cesare Pavese, 1908 – 1950)는 “사랑은 혐오를 남기는 위기다.L'amore è una crisi che lascia antipatie”라고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현대인 가운데 이 말에 동의하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왜냐면 대부분 사람은 무엇보다도 사랑을 통해 자신의 고유한 행복을 갈구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파베세에 의하면 당사자에게 어떤 위기를 안겨준다고 합니다. 왜냐면 사랑하는 순간 인간은 크고 작은 괴로움에 휩싸이고, 자신의 임에 의해 종속되거나 지배당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는 이러한 견해를 무조건 옳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성 (여성, 혹은 남성)에 대한 부담감을 어느..

34 이탈스파냐 2024.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