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병희 3

(단상. 542) 자크 라캉 읽기

자크 라캉의 주저 에크리 Écrits는 오늘날 한국어로 번역되었다. 불문학 동료들의 이야기를 참조하자면, 참으로 난해하여서, 상당한 심리학적 소양을 지니지 않으면 근접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그러한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내가 독일에서 읽었던 독일어판 라캉 책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물론 시간이 없어서 끝까지 독파하지는 못했지만, 이해하는 데 그렇게 큰 어려움이 없었다. 내 능력이 탁월해서가 아니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독일어의 구조가 분석적이고, 어떠한 생략도 용납하지 않는 데에서 기인한다.현재 한국에서 라캉을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은 외국어 전공자들의 업적물만 나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말이지만, 라캉을 파고들려면 불어보다도 독일어를 공부하는 게 더 나을 성 싶다...

3 내 단상 2025.01.22

서로박: (2)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앞에서 계속됩니다.) 6. 비극의 내적 개연성과 일치성: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을 위해서 내적 개연성과 일치성을 요구한다. 비극은 전통적 사항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신화적 내용과 절묘하게 일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요구는 호라티우스의 중개로 근대 시학의 전통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바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연극작품 내 행위의 특징으로서 세부적 사항을 기술하고 있다. 가령 엉클림의 “복잡화 Desis”, “해결 Lyris”, “작품 속의 돌발적 전환 Peripetie”, “정체성 확인 내지는 재인식 Anagnorisis” 그리고 “파국” 등을 들 수 있다. 아울러 드라마의 이질적인 부분이 다음과 같이 기술되고 있다. 프롤로그, 시작되는 “합창 Parodos” 에피소드, “(서서 노래하는) 합창 S..

37 고대 문헌 2024.12.27

서로박: (4) 신화와 유토피아, 일치성과 불일치성

(앞에서 계속됩니다.) 16. 신화 수용 역사에 관한 비교 연구: 물론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예외적 사례를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신화 연구 자체가 아닌, 이후의 시대에 나타난 신화 수용사의 연구에서 나타나는 예외사항입니다. 우리는 신화 수용의 역사 연구에서 그 수용 시점의 시대정신과 결부된 신화의 수용에 나타나는 차이점을 “통시적으로diachronisch” 비교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특정한 시대에 왜 특정한 신화가 유독 활발하게 수용되었는가? 하는 문제를 검토하면, 우리는 신화가 특정한 시대에 끼친 영향 그리고 신화와 주어진 현실 사이의 상호관계를 도출해낼 수 있습니다. (Jørgensen: 301). 이를테면 왜 유독 괴테의 시대에 프로메테우스의 신화가 활발히 수용되었으며 헤라클레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