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저 2

박설호: 사상의 보석은 여전히 숨어 있다.

1. 나에게 직접 블로흐 사상을 가르쳐준 은사는 없었습니다.  맨 처음 에른스트 블로흐를 처음으로 접한 때는 아마 74년이었습니다. 독재와 민주화의 기운이 태동하여 서로 부딪치던 시기에 어느 친구는 나에게 얇은 책자 한 권을 건네주었습니다. 그것은 박종화 교수님이 번역한 부광석 (브라이덴슈타인)의 인간화 (人間化)였습니다. 기억하건대 외국인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 사회의 분석 내지 신학적 견해 등이 씌어진 것 같습니다. 이 책의 부록에는 놀랍게도 블로흐의 삶과 철학이 간략히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블로흐 철학은 당시에도 미개척의 영역이었습니다. 그러나 나의 지식은 일천하였고, 당시에는 블로흐 사상의 중요성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2.에른스트 블로흐의 희망의 원리를 처음으로 읽기 시작한 때는 그후 십 년 뒤..

2 나의 잡글 2024.11.27

서로박: 이저의 독서의 행위

볼프강 이저 (1926 -2007)의 "독서의 행위Der Akt des Lesens"는 1976년 뮌헨에서 처음 간행되었다. 이 책에서 이저는 (과거의 연구서인 "텍스트의 도전 구조"에서 제기된) 문학의 불확정적 특성, 독자의 역할 등에 관한 구상을 발전시키고 있다. 그는 “독자는 텍스트를 결코 어떤 유일한 순간 속에서 파악할 수 없다.”는 관찰에서 출발한다. 독서의 흐름 속에서 미적 대상 역시 겉으로 드러난 현상적 모습과 동일시될 수 없다. 그 대신 독자의 “방황하는 시점”은 어떤 이른바 “견고성의 형성 (Konsistenzbildung)” 행위 내지는 문맥의 종합을 통해서 미적 대상의 전체성을 파악한다. 다시 말해 독자의 시각은 서로 다른 텍스트의 “견해들” 사이에서 어떤 연결을 창출해냄으로써, 독서..

25 문학 이론 2018.04.27